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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규

'찐 부자'의 차 1세대 그랜저를 타다

2020-11-10 09:10

조회수 :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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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토마토


어린 시절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던 차가 있다. 1세대 그랜저다. 동네에 딱 한대뿐이었던 그 차는 흰색이었지만 언제나 밝은 빛을 내뿜는 것처럼 느껴졌다.

범접하지 못했던 그 차를 탈 기회가 생겼다. 현대차가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헤리티지 차량 시승 프로그램인 '헤리티지 드라이브' 운영을 시작하면서다.

헤리티지 드라이브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차량은 포니2 세단과 1세대 그랜저, 스쿠프, 포니2 픽업, 갤로퍼 등 5개다. 시승은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공식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고 현장 예약도 가능하다.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정문으로 들어가 L층에 전시된 차량을 지나면 시승을 도와주는 구루를 만날 수 있다. 구루는 시승 프로그램에 대한 간단한 안내와 함께 탑승할 차량의 키를 건낸다. 헤리티지 드라이브는 구루가 운전하는 택시 드라이빙 방식이라 열쇠는 금방 돌려줘야 한다.
 
사진/뉴스토마토


시승은 구루를 제외하고 3명까지 가능하고 고양시 도심을 중심으로 약 7.2km를 주행하는 코스로 구성된다.

시승차는 약 30년 전에 만들어진 1991년식 그랜저다. 차량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전면에 높이 솟은 엠블럼과 네모반듯한 모습은 '찐 부자'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들 위용을 그대로 보여준다. 당시 그랜저는 1900만원 정도에 판매됐다. 신입사원 월급이 30만원 정도였을 때다.

실내는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하다. 화려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오히려 정갈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스포크가 없이 오디오 조작버튼만 있는 스티어링 휠도 새롭다. 다만 손을 걸칠 때가 없어 조금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든다.

뒷좌석은 중앙에 오디오 조작 장치가 달려있어 고급차란 점을 강조한다. 센터 콘솔 뒤쪽이 시가잭과 뒷문에 적용된 재떨이는 집마다, 사무실 책상마다 재떨이가 놓여있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뉴스토마토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띈 것 중 하나는 벨벳 소재로 만들어진 소파형 시트다. 지금은 가죽이 대세지만 당시에는 이런 형태로도 많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장님 자리인 오른쪽 뒷자리에 앉아 주행을 시작했다. 소파형 시트는 예상대로 편안했다.

4기통 2000cc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시승 차량은 승차감과 주행성능에서 요새 만들어지는 차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았다. 30년이 지나 이 정도면 처음에는 얼마나 더 좋았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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