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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25년만의 역사적 출발…기대보다 우려 큰 이유

인사·예산 등 '기본 시스템' 못 갖춘채 출범…공수처검사 수사역량 확보도 난제

2021-01-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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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국민적 기대 속에 21일 공식 출범했다. 1996년 참여연대가 '부패방지법'을 입법청원하면서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핵심내용으로 제시한지 25년만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김진욱 처장은 문 대통령과의 환담에서 "선진 수사기구, 인권친화적 수사기구가 되는데 초석을 놓아 공수처가 국민 신뢰를 받는다면 검찰의 지금 잘못된 수사 관행도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조인으로서 조금이라도 기여가 된다면 최선을 다할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각오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후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래픽/뉴스토마토 구선정 디자이너
공수처 출범으로 검찰의 기소독점권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깨졌다. 공수처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검찰총장, 법관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범죄에 대한 권력비리 수사는 물론 기소까지 담당한다. 범죄가 고위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된 범위 내에서는 가족까지 수사 대상이다.
 
산고 끝에 역사적인 첫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간판만 내걸었다'는 비판과 함께 현재로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옥상옥' 논란과 공수처법상 독소조항에 대한 위헌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당장 실무적인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지적이다.
 
우려를 부르는 가장 큰 과제는 공수처 구성이다. 인사와 예산문제가 미완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 처장의 당면과제다. 공수처와 비슷한 수사조직인 과거 특별검사팀에서 고위직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인사 구성과 예산 편성이 곧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과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 2인자인 차장은 공수처법상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수처장의 상징적 성격이 짙은 점을 감안하면 차장은 수사에 능통한 검찰 출신이 적합하다는 것이 법조계 진단이다. 그러나 검사 수사를 주요 임무로 수행하는 공수처의 생리를 감안하면, 검사 출신 차장은 여당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 친정부 인사가 임명될 경우 야권으로부터의 정치적 공격에 초반부터 휘말릴 수 있다. 김 처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복수의 차장 후보를 다음 주 중 문 대통령에게 제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 실무를 맡게 될 수사처검사와 수사관 인선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공수처법상 수사처 검사는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한 자로서 재판, 수사 또는 수사처 규칙으로 정하는 조사업무의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공수처법상 인사위원회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경우 검사의 직에 있던 사람은 수사처검사 정원 25명의 2분의 1을 넘을 수 없다. 수사처검사에는 처장과 차장도 포함된다. 검사 출신은 12명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이다.
 
특검 수사관 출신인 한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수처 수사는 수사검사와 수사관의 역량이 절대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법리에 밝은 판·검사 피의자를 제대로 수사하고 공소유지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경험과 기술이 필요하다. 수사처검사와 수사관들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초대 공수처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특검팀에서 활동한 다른 여러 법조인들도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여기에 처장과 차장을 제외한 수사처검사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공수처 인사위를 거쳐야 하는 것도 난관이다. 처장과 차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지만 여당 추천위원 2명과 함께 야권에서 추천한 위원 2명이 함께 참여한다. 처장이 위촉한 위원 1명까지 포함해 총 7명의 위원이 인사 심의를 거쳐 과반수로 의결하는 과정에서 야권의 견제가 상당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도 김 처장이 고민해야 할 과제다.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변호사들이 수사처검사로 대거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공수처 예산도 문제다. 공수처가 이미 활동에 들어갔지만 예산에 대한 법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공수처법 17조 6항에 '처장은 수사처의 예산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 '국가재정법' 6조 2항에 따른 중앙관서의 장으로 본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예산을 기획·편성하고 승인을 받아 실제 집행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는 것이 특검이나 검찰 출신 법조인들의 지적이다. 특검팀에서 인사와 예산을 관리한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과거 특검팀 대부분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인사와 예산 편성에서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이유가 크다"고 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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