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기철

(토마토칼럼)새 술은 새 부대에

2021-01-22 03:00

조회수 : 6,940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21일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고검 검사급 검사 11명, 일반검사 531명 등 검사 542명이다. 추 장관의 사실상 마지막 인사권 행사로 보인다.
 
추 장관이 퇴임 전 인사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은 검찰 안팎에서 이미 나온 상태였다. 심재철 검찰국장이나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진행한 검사들과 '추-윤' 갈등 과정에서 윤 총장에 대한 충성심을 공표한 검사들에 대한 인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주 관심사였다. 검찰 담장을 넘어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의 '검찰개혁'에 참여한 검사들에게는 '보은 인사'가 윤 총장 지지 검사들에게는 '학살 인사'가 당연한 수순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후임자를 받아 놓은 장관이 막판에 인사를 하고 나가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도 함께였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는 이런 전망이 '기우'였다고 해도 좋을 만큼 무난했다. "일선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일반검사들에 대한 정기 인사를 실시함으로써 변화하는 형사사법 환경 시스템 하에서 인권·민생 중심의 검찰 본연의 업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했다"는 법무부의 인사 배경 설명에 딱 들어맞았다. 
 
이로써 검찰인사의 '본게임'은 박범계 후보자에게 넘어가게 됐다. 추 장관 후임인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25일 열린다. 
 
기자가 박 후보자가 단행하게 될 검찰인사를 '본게임'이라고 표현한 것은 '검찰의 꽃'인 검사장과 차장급 검사 인사이기 때문이다. 전장을 비유하자면 검사장은 장수에, 차장검사는 수석참모쯤이다. 수사에 책임도 지지만 직접 수사를 지휘하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조직적 측면에서 보면 법무부는 통상 고검장 인사를 통해 서너명의 퇴임자를 골라내고 그 빈자리에 검사장을 승진시킨다. 이 과정에서 검사장 자리가 최소 7명쯤 공석으로 남게 되는데, 주요 지방검찰청 차장검사나 지청장의 승진 자리다. 승진한 차장과 지청장들이 올라가면 부부장검사 등이 승진해 그 보직을 받게 된다. 평검사 인사는 그래서 순서가 맨 나중이다. 통상 평검사 인사는 윗선이 모두 자리를 찾은 다음인 2월 초순쯤 인사가 난다. 
 
이번 인사는 이런 순서를 역행했다. 법무부에서 검찰 인사를 오랫동안 다뤄 온 경험이 있는 법조인 말을 들어 보면 평검사 인사는 시기적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검사장급 이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과거를 보면 1년 이상 인사를 내지 않은 예도 있다. 검사장 등 인사가 상당기간 지연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개혁의 주체인 검찰은 그동안 자의보다는 타의로 개혁의 수술대에 오르면서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충돌했다. 그 후유증이 '추-윤 갈등'의 소강상태로 수면 밑에 잠시 가라 앉았지만 언제든 치고 올라올 수 있다. 이는 역대 정부의 선례가 말해 준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내년 5월까지가 임기다. 매 정권마다 법조계에서 들리는 '임기 말의 검찰은 굶주린 사자보다 사납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이라는 검찰개혁의 정점에서 검찰인사는 그래서 더 중요하고 엄중하다. 
 
요즘 검찰 주변은 평화롭다 할 정도로 고요하다. 이용구 법무부차관 폭행 연루 의혹이나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저 그뿐이다. 이제 개혁에 대한 갈등과 반목으로 검찰이 얼룩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발언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윤 총장도 이를 무겁게 받아들였으리라 믿는다. 
 
'새 술은 새부대에', 검찰개혁 원년의 법무부 장관인 박 후보자와 오랜만에 검찰에서도 이의를 달지 않은 신현수 민정수석이 그린 검찰간부 인사안도 이런 모습이길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기대해 본다. 물론 이런 그림이라면, 윤 총장 퇴임 후 단행되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최기철 사회부장
 
  • 최기철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