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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소송 참여 변시생, 왜 적을까

2021-02-09 03:00

조회수 :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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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법무부가 10회 변호사시험 부실 운영으로 연일 질타 받고 있습니다. 8일에는 '제10회 변호사시험 국가배상청구소송 대리인단'이 인당 300만원을 내라며 국가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그런데 원고들 숫자가 너무 적어보입니다. 소송 참여자는 13명입니다. 오탈(5회 응시 후 기회 없음) 위기에 처한 4명과 이화여대 고사장 시험 조기 종료 피해자, 뒤늦은 법전 밑줄 허용 공지에 항의해 시험용 법전을 밀봉한 서울대 로스쿨생 등입니다.
 
지난달 법무부에 내용증명을 보내 국가배상소송을 예고한 응시자 규모도 8일 기준 15명에 불과합니다. 이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조 문턱 낮추기 실천연대(법실련)은 우선 공법문항 전원 만점처리와 법전 밑줄긋기 무효 확인을 구하는 행정심판과 집행정지, 만점처리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추이를 보며 국가배상 소송을 결정할 방침입니다.
 
두 대리인단의 원고를 합쳐도 3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9회 시험 응시자가 3316명인 점을 보면 피해자 숫자는 턱없이 부족해보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이번 시험에서 피해 입은 사람이 30명도 안 되어서 원고 수가 적은 걸까요.
 
아닙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방효경 변호사는 "10회 변시의 부당성을 억울해 하고 문의해 오는 사람은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문제는 소송 비용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방 변호사는 "아직 채점과 합격자 발표가 남은 상황에서 '법무부가 불이익을 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하더라"며 "익명 소송이 불가능해 포기한 사람이 많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는 "소수만 이 문제를 부당하다고 보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소송 참가자의 적은 숫자는 시험 결과가 나오는 그 순간까지 '을'일 수밖에 없는 응시생들의 처지를 반영합니다.
 
이들을 대신해 싸우고 있는 대리인단과 일부 응시생은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합니다. 9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53.32%로 2012년 1회(87.14%)에서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반면 합격 점수는 1회 720.46점에서 9회 900.29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선배 법조인들도 새내기 변호사들을 반기지 않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8일 결원보충제 시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서울변회는 지난 5일 로스쿨 결원보충제 연장 시행 반대 성명을 냈습니다. 교육부가 로스쿨 등록금 수입을 위해 학생들에게 변시 낭인이 될 위험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법조인이 주축인 시민단체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로스쿨 핍박이라고 비판합니다. 법조 문턱 낮추기 실천연대(법실련)은 8일 성명서를 내고 "변호사의 업역 확대와 연관제도 개혁은 변호사단체가 해야 할 일"이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합격률만 통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법실련은 "반대로 그들이 합격률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변호사의 업역 확대와 제도 개혁의 필요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변호사의 업역확대나 제도개선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변호사시험합격률을 통제해야한다는 주장은 변호사가 된 자들의 적정소득을 위해, 변호사가 되려고 하는 자를 수험지옥에 밀어 넣어야 한다는 말"이라며 "이는 선배들의 꽃길을 위해 후배들은 지옥불 위를 걸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쏘아붙였습니다.
 
매년 수험생 절반이 변시 낭인으로 전락하는 이유는 업역 확대나 제도개혁 대신 합격자 수 통제만 하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이어갔습니다.
 
지난 1, 2회 시험 커트라인이 700점대, 합격률은 75%가 넘었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변시 낭인이 되었어야 할 사람들이 변호사 활동을 잘 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법실련은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시 법무부는 자격시험으로 운영하기 위한 충분한 자료가 없어 한시적으로 정원대비 75% 이상의 기준을 사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변호사시험이 10회에 이른 지금, 아직도 충분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선배 변호사들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를 통해 신규 변호사 숫자에 관여할 힘이 있습니다. 이곳은 매해 변시 출제 방식과 합격자 등을 정합니다. 위원 15명 중에는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추천하는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변호사 3명'이 포함됩니다.
 
이렇게 변시 합격 문이 좁아지는 동안 예비 법조인들은 법무부 눈밖에 날까 두려워 앞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학교별로 변시 합격률이 공개되다보니, 교수들이 문제 유출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부실 시험과 구조적인 원인이 합쳐진 이번 사태는 근본적인 로스쿨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제10회 변호사시험 국가배상청구소송 대리인단 방효경(왼쪽 두번째)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제10회 변호사시험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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