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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온라인 주문 이젠 안 두려워, 청년들 고마워요"

코로나 침체 소상공인, 청년들이 온라인 판매·활용법 지원 상생

2021-02-10 03:00

조회수 : 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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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장사 경력이 20년이 넘는데 온라인 주문은 다르더라고요. 고객은 제가 온라인에 서툰 지 알 수 없잖아요.”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만난 홍봉자치즈굴림만두의 홍필순 대표(60)는 재료 준비에 바쁜 와중에도 수시로 노트북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관리에 여념이 없었다.
 
지금이야 하루 23건의 온라인 판매를 기록하고, 못해도 평균 6~7건은 나갈 정도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지만, 홍 대표는 직접 수기로 작성하는 주문장부 맨 앞에 첫 고객의 주문날짜와 성함을 따로 적어두고 챙겨본다.
 
생생히 기억난다는 12월15일, 간단한 주문확인 버튼도, 배송출발 버튼도 누를 줄 몰라 허둥지둥댔다. 물건 보내는 것도 막막하던 끝에 직접 담근 파김치와 겉절이까지 넣어 직접 배달했다. 다행히 고객은 애정어린 후기를 남겼지만, 홍 대표는 정해진 프로세스를 소화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홍 대표는 “주문 확인했다고 버튼만 누르면 되는데 그걸 모르고 문자를 따로 보내고, 배송지도 옮겨 적다 실수로 잘못 보내고 초기엔 실수가 많았다. 한 고객이 오배송으로 항의전화를 했는데 제가 처음이라 죄송하다고 사과하니 도리어 그럴 수 있다고 장사 잘되길 바란다고 덕담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온라인 주문이야 갓 초보티를 벗었지만, 홍 대표는 양천구 일대에서 횟집만 20여년을 운영한 유명한 맛집 대표였다. 한 때 줄 설 정도로 장사가 잘 되던 가게도 코로나19를 이기진 못했고 홍 대표는 고민 끝에 작년 11월 회 대신에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만두를 팔기로 결정했다.
 
알아주는 요리솜씨를 가진 남편이 메뉴개발에 힘쓴 덕분에 치즈굴림만두라는 메뉴를 내놓았지만, 컴퓨터 전원도 켜기 힘들던 홍 대표에게 온라인은 머나먼 세상이었다. 고객들에게 어떻게든 치즈굴림만두를 맛보게 하려고 정말 SNS 학원을 알아보기도 했다.
 
평소 동네 부녀회에 자원봉사를 자주 다니던 홍 대표의 인성에 감복했는지 때마침 주민센터에서 양천구청에서 한다는 청년 디지털 서포터즈를 추천해줬다. 그렇게 가게로 찾아온 청년 두 명은 한 달동안 스마트 스토어 신청부터 온라인용 메뉴 구성, SNS 활용방법 등을 친절히 알려줬다. 홍 대표가 장사가 끝난 늦은 시간 질문을 쏟아내도 내 일 같이 답장해주니 배우고 익히는 재미가 커졌다.
 
홍 대표는 “갑자기 주문이 수십건이 쏟아져 물어보니 유명한 유투버가 먹고 갔더라. 요즘도 코로나 때문에 하루 열 테이블 정도밖에 안 오지만 온라인 주문 덕분에 버티고 있다. 올해도 SNS 활용법을 더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홍필순 홍봉자치즈굴림만두 대표가 9일 양천구 신정동 가게에서 온라인 주문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신월동에서 미가람스터디카페 양천점을 운영하는 이수미 대표(49)는 작년 8월 창업 직후 코로나 2차 유행으로 2주 집합금지 처분을 받았다. 연이어 집합금지가 계속되면서 유지비 지출에 시름을 앓던 이 대표는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에 청년 디지털 서포터즈를 신청했다.
 
인스타그램의 장벽 앞에서 헤매던 이 대표에게 청년 서포터즈는 주 고객층인 10~20대 입장에서 열성을 다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덕분에 막막하기만 했던 스터디카페는 수능응원세트 이벤트, 방역시스템 카드뉴스 등으로 맞춤형 이벤트를 실시하며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대표는 “저는 방역을 매일 열심히 했을 뿐인데 방역하는 모습을 CCTV 캡처해서 포인트로 잡아줬다. 사장인 제 입장이 아닌 이용자 측면에서 젊은 감각으로 얘기해주니 얘기만 해도 도움이 될 정도였다. 창업한 후 힘들었는데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 든든히 버틸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양천구가 전국 최초로 지난해 시범사업을 진행한 청년 디지털 서포터즈는 청년들의 디지털 기술 역량을 활용해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한다. 원하는 가게에 온라인 판매를 돕는 것은 물론 맞춤형으로 재고 판매를 돕거나 밀키트 제작을 비교분석해주고, 홍보영상도 제작해준다.
 
양천구 관계자는 “작년 19명의 서포터즈로 28개 업소를 지원했으며,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중간관리자를 둬 전문성을 높이고 청년창업센터를 활용해 영상 콘텐츠를 강화할 방침”이라며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에겐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코로나로 어려운 상인들에겐 활로를 열어주는 상생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수미 미가람 스터디카페 양천점 대표가 9일 신월동 양천점 입구에서 이용방법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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