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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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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시론)조선족 호칭 논란의 불편함

2021-0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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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은 중국 정부가 분류하고 있는 중국 내 소수민족의 하나로, 구한말 이전부터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인을 가리킨다. 조선족은 한·중·일 삼국의 역사의 희생양이다. 조선족과 북한사람(조선인) 그리고 우리(한국인)는 같은 민족이지만 각각 다른 나라 사람으로 살고 있다. 한국으로 이주한 이주노동자인 조선족은 대부분 중국 국적을 유지하는 중국인이다. 한족 출신 중국인과 다름없는 중국인이지만 우리말을 구사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민족이다.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조선족과 중국인을 포함한 이주노동자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2018년 법무부 통계를 보면 124만명에 이르는 등록 외국인 이주노동자 중 조선족과 중국인은 54만명으로, 전체 이주노동자의 45%를 차지한다. 건설일용직과 이삿짐센터, 식당과 도우미 시장에서 이들의 존재는 더욱 두드러진다.

문제는 이들을 '조선족''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중국 동포'라고 불러야 하느냐다. 이것은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고려인'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다른, 미묘하면서도 상당히 불편한 문제다. 조선족과 중국 동포라는 두 호칭은 민족과 국가의 구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 경계인으로 존재하고 있는 한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우리는 조선족이라는 호칭에 대해 뭐라고 딱 부러지게 규정할 수 없으면서도 다소의 불편함과 혐오의 냄새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조선족이라는 호칭을 중국 동포라는 말로 대체했으나 그것이 그들의 인권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근 서울시장 예비후보들간에 조선족 호칭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베' 차원의 말다툼도 화제가 됐다.

2010년 개봉한 영화 '황해'를 시작으로, 2017년 영화 '범죄도시'와 '청년경찰'에 이르기까지 조선족 사회를 주요 무대로 한 한국의 영화에서 표현된 조선족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나쁜 쪽으로 각인됐다.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해본다면 '이 동네는 조선족들만 사는데 밤에 칼부림도 많이 나요. 여권 없는 범죄자들도 많아서 경찰도 잘 안 들어와요. 웬만해선 길거리 다니지 마세요' 하는 식이다. 조선족 사회는 강도와 납치부터 장기 밀매에 난자 적출에 이르기까지 온갖 강력범죄의 소굴로 묘사됐다. 심지어 청부납치와 청부살인도 쉽게 이뤄지는 것으로 그려졌다.

'청년경찰'은 대림동에 활동하는 조선족 범죄조직을 다룬 코미디 영화고, '범죄도시'는 조선족 흑사회 조직을 다뤄 흥행에 성공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범죄도시' 속의 흑사회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잔인했다. 영화적인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준다고 하더라도 영화 속 조선족은 이미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린 조선족 사회에 대한 노골적 혐오를 부추기고 불편함을 던지는 게 사실이다.

'청년경찰'이 개봉된 직후 중국 동보 60명은 영화제작사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식당 매출이 급감했으며 취업도 막혔다는 피해호소였다. 법원은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며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영화제작사가 "부정적 묘사로 불편함과 소외감을 느끼게 했다"며 며 사과하면서 조선족 혐오 조장논란은 일단락됐다.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을 중국인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로 이주한 그들을 소수민족 용어인 조선족이라고 호칭하기보다는 국적은 다르지만 같은 민족이라는 점에서 중국 동포라고 불러주는 게 아무래도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그것이 구한말로부터 이어지는 한·중·일 삼국의 근현대사를 겪으며 살아온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설명이다.

가리봉동과 대림동에 이어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일대에도 최근 10년 동안 조선족 출신 한국인과 중국인이 대거 모여들면서 양꼬치거리와 중국음식 문화거리가 생겼다. 이곳을 찾는 손님의 70~80%가 한국이라는 점은 조선족의 음식문화도 우리의 문화로 편입됐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거주하는 조선인은 조선족도 중국 동포도 아닌 한국인이다. 물론 최근에 자양동이 잠깐 정치적 논란거리로 부각된 된 건 여야의 대결이 극단으로 치달은 탓이다. 요즘 세대가 더이상 경상도나 전라도라는 고향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것처럼, 조선족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조선족 호칭을 둘러싼 혐오 논란에서 성숙하게 벗어나는 길이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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