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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손대는 동학개미)공공의 적 된 국민연금…전문가들 "부정여론 휩쓸려선 안돼"

국내 증시 안전판 역할 담당…"독자적인 투자전략 존중해야"

2021-03-0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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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아란·염재인 기자] 국내 증시의 큰 축을 담당하는 연기금이 4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면서 개인투자자의 비판이 거세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연기금을 주가하락의 주범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국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여론몰이식으로 자산배분 조정을 압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민연금은 이미 국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통상 연기금이 매수세를 유입시켜서 안전판 역할을 한다면, 반대로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판단될 경우 매도를 통해 비중을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연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면서 지수 상승을 제약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사전에 정해진 원칙에 문제가 있다면 재검토할 수 있겠지만, 연기금의 투자 의사 결정과 자산 비중과 관련한 독자적인 투자 판단은 존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주요 연기금들은 국내주식과 채권, 해외주식 등 자산 부문별로 배분계획을 세워 두고 주기별로 비중조절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분산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률을 시현하기 위한 조치로, 국민연금의 경우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한 5개년 중기 자산배분 계획에 따라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작년 말(21.2%)보다 4.4%포인트 낮은 16.8%까지 감축해야 한다. 매도세가 추가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코스피 대형주의 강한 상승 랠리는 연기금의 국내주식 비중을 더 높이는 동시에 채권 등 다른 자산 수익률이 국내주식보다 낮은 상황을 지속하면서 빠른 비중 조절을 유발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연기금의 순매도는 자산배분 비중 조절 성격으로, 국내주식 비중은 국민연금 중기 자산배분안 고려 시 2025년 말까지 15% 내외로 단계적 하락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4일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국내주식 과매도 규탄'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개인투자자들의 거세 반발로 리밸런싱(자산배분)이 재검토될 경우, 매도세가 약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리밸런싱을 결정을 하면 현재 5%인 목표 이탈 허용치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권덕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연기금 매도세와 관련해 '리밸런싱 문제를 기금운용본부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금이 고갈될 경우 책임 소지의 문제도 있어 (국민연금의 원칙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리밸런싱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장기적인 체질 개선과 경쟁력 제고가 가능한 부분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황 연구위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 배분 비중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국민연금의 경우 이미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 비중을 계속해서 높여 나가는 것은 국민연금에게는 상당히 큰 부담 요소”라고 지목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자산 변화, 패턴 등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고 여기에 따라서 리밸런싱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기금운용본부의 수익률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방향에서 의사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기금 기계적 매매와 수급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또한 주가가 높아지면 팔고, 싸면 사들이지 않냐”며 “기계적인 매매가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고, 오히려 이러한 조정을 저가매수 기회로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연기금의 매도세가 최근 증시 변동성을 키운 주요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증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외국인의 매도도 있었다”고 꼽았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또한 “(연기금의 순매도가) 투자자들의 바람과 다르다고 해서 잘못됐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연기금은 초과수익을 목표로 해야 하기 때문에 자산배분 측면의 일환으로서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볼 필요가 있고, 투자자들 또한 스스로의 투자 원칙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아란·염재인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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