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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

(산으로 가는 가상화폐 정책②)당국의 무분별한 거래소 구조조정에 "규제 편의주의적 발상"

2021-03-2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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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금융당국이 모든 가상자산업자에 시중은행의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발급받도록 규제한 가운데, 업권에서는 규제 편의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화폐 입출금 거래도 현금으로 진행돼 당국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데도,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으로 문제의 소지를 원천 차단해 손쉽게 관리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화폐 사업자들은 특정금융거래법에 따라 실명 확인 가상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대형 사업자 외에는 가상계좌를 개설해주지 않고 있다. 중소형 사업자들만 줄폐업 위기다. 
 
금융사고가 터지면 은행이 책임을 떠안는 구조이기도 하지만, 개설해주고 싶어도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에서 입지가 좁은 은행은 중소형 거래소에도 가상계좌를 발급해주고 싶어한다"면서 "하지만 중소형 거래소를 구조조정 하려는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섣불리 발급을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당국이 문제의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국은 거래소의 현금 입출금 거래를 보고받아 자금세탁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은행을 압박해 아예 가상계좌 발급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형 거래소를 구조조정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문제 소지를 원천 차단해 규제가 편리해질 수는 있어도 관련 산업이 쇠퇴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밝혔다.
 
현재 당국은 특정금융거래법을 개정해 금융사의 고액현금거래보고(CTR)를 기존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보고 대상은 금융회사와 고객 간 거래 중 고객이 현금을 직접 금융회사에 지급하거나 금융사로부터 받는 거래다. 이같은 법 시행으로 수상한 거래를 충분히 감시할 수 있게 됐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가상계좌 발급을 조건으로 내걸어 시장 진입 자체를 막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가상화폐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당국 관계자는 "은행·거래소가 서로의 리스크를 얼마나 수렴할 수 있는지를 논의할 사항이므로 당국이 관여할 수도 없다"며 "은행이 가상계좌 발급에 보수적인 이유는 그만큼 자금세탁이 국제적으로 위험하고 은행의 면허정지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 거래소에서 직원이 가상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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