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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규

(토마토칼럼)재계에 부는 사무직 노조 바람

2021-04-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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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사무직 노조 결성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이 불씨가 돼 지난달 LG전자에서 사무직 노조가 출범했고 다른 기업으로도 이런 움직임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달 초에는 금호타이어에 사무직 노조가 공식 설립됐고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직원들도 노조 만들기에 나섰다.
 
노조 설립은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직원이 주도하고 있다. LG전자 사무직 노조의 초대 위원장은 30대 초반이고 3000여명 정도인 조합원 대부분이 같은 세대로 알려졌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 설립을 위해 개설된 네이버 밴드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에 근무하는 직원 4000여명이 가입해 있는데 상당수의 재직기간이 8년 미만으로 전해진다. 임시집행부가 사무직 노조 의사를 밝힌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로는 20~30대가 90%, 40~50대가 10% 정도라고 한다.
 
사무직 노조 설립을 촉발한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다. 불만은 기본적으로는 흡족한 보상을 받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다. 자신의 노력과 성과를 충분히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는 구성원이 더 많았다면 노조 설립 움직임은 시작될 수 없다. 오히려 노조를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괜한 분란을 만들지 말라는 핀잔만 쏟아졌을 것이다.
 
성과급 규모와 함께 불투명하고 일관성 없는 지급 기준도 문제로 지적된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 적다고 느끼는 데 '깜깜이 기준' 탓에 이유도 알 수 없으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 예상 하한을 벗어나기 일쑤인 성과급 때문에 상한 기분을 이성적으로 달래 볼 여지마저 없어서다. 불이익에 대한 억울함은 심정적으로 조금이나마 납득하거나 머리로 이해하면 어느 정도 해소된다. 하지만 둘 다 없다면 분노로 치닫기 마련이다. 답답함은 사람의 화를 돋우는데 가장 효과적인 촉매다.
 
불만이 쌓이고 터져 나온 근원은 소통 부재다. 그동안 성과급과 임금 체계 등과 관련해 사무직의 목소리는 사실상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게 최근 힘을 모으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다. 생산직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체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사측의 일방적 요구를 따라야 했다는 것이다.
 
공식 창구가 아니라도 직원들의 요구와 바람이 경영진까지 원활하게 전달되는 환경이었다면 굳이 노조를 만들 이유가 없다. 성과급 논란의 시작점이 된 SK하이닉스 사례도 직원이 회사에 의사를 전달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입사 4년 차로 알려진 SK하이닉스 직원은 성과급 산정 방식을 공개하라는 메일을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에게 공개적으로 보냈다.
 
성과급 불만은 단순히 돈 문제로 바라보면 해소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성과급 기준을 지금보다 명확·투명하게 하고 금액을 인상하면 당장의 불만을 잠재우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자원은 유한하고 성과 보상에 쓸 한도에 관해서는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회사와 직원이 충분히 소통하고 서로의 입장을 공감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동상이몽의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소통과 공감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거나 공식 창구를 만들어야 할 필요도 없다. "요즘 애들은…"이나 "옛날 사람들은…"이라며 외면했던 태도를 바꿔 서로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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