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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율

(영상)네이버는 되고, 로톡은 안된다?…"법률 플랫폼 많을수록 좋다"

변호사들, 변협 공공플랫폼 대안엔 긍정적 평가…"로톡 등도 같이 허용해야"

2021-08-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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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온라인 법률 플랫폼 로톡간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법률 플랫폼에 대한 시각을 두고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변호사단체가 로톡에 총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정작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의 젊은 변호사들은 이같은 잣대는 불공정하다며, 시장 접근성을 위해 법률 플랫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103인의 현직 변호사모임은 변협의 징계 조치에 "개업 변호사들 각자의 영업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면서 반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들은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대형 검색 플랫폼 광고는 허용하면서 로톡 등 온라인 법률플랫폼은 금지하는 조치는 차별적이라고 비판했다. 
 
로톡 앱 첫화면 이미지 캡처.
 
변협의 개정 광고규정을 따르려면 네이버 등 포털에서의 광고 의뢰 행위까지 전부 금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모순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광고매체를 다변화하는 것이 변협이 우려하는 자본 종속을 막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수 변호사들은 네이버와 같은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의 독점화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변호사 광고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네이버 키워드 광고다. 네이버는 특정 키워드에 광고 게재를 원할 경우 경매방식(비딩)으로 입찰을 하고, 최고가를 내겠다고 하는 사람을 '가장 첫번째 위치'에 고정 노출시켜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가령 검색결과로 상호명을 상단에 한달동안 노출시키려면 1개 키워드당 약 1500만~2000만원을 내야한다. '이혼 전문 변호사'와 같은 인기 키워드의 경우에는 검색결과 노출 가격이 올해 6월 기준 약 3660만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로톡의 경우 온라인 법률플랫폼에서는 한 키워드당 2만5000원만 내면, 누구든 광고영역에 무작위 랜덤 노출되는 방식이며 분야당 최대 가격을 50만원으로 설정해놓고 있다.    
 
변협의 징계조치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변호사 A씨는 "자본의 종속이나 독점의 문제는 여러 경쟁 주체들을 늘려 해결해야 하는데 오히려 회원을 징계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며 "여러 플랫폼이 존재할 수 있어야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종합 플랫폼들의 독점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큰 돈이 없어서 작은 돈으로 광고하고 있는 플랫폼 변호사들만 징계하는 것은 편파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이달 중순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변호사소개 플랫폼 관련 법령 해석, 입법 방향성 및 대안에 대한 언론설명회’에서 김기원 서울변회 법제이사와 김정욱 서울변회장(왼쪽부터)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선율 기자
 
변협과 서울변호사협회(서울변회)가 추진하는 공공플랫폼의 경우 대다수 변호사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공공플랫폼은 모든 법조인들의 전문분야 정보와 변호사 법정단체에서만 갖고 있는 검증된 정보 등 변호사들의 모든 정보를 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다만 대안적 성격을 띤 변협의 공공플랫폼이 또 다른 독점적 지위를 추구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변호사들은 로톡 등에서의 광고활동을 제한하고 별도의 공공플랫폼을 만드는 방식보다는 모든 플랫폼을 열어놓고 변호사 개개인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 방안이 낫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로톡을 이용해 양질의 데이터를 쌓아온 변호사들은 수십, 수백, 수천건의 고객 경험을 누적하고 레퍼런스를 축적해왔는데 이를 갑작스럽게 금지하는 것은 사실상 '지적재산권 박탈'과 다름 없다고도 꼬집었다.
 
변호사 B씨는 "공공플랫폼이 나와서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로톡만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로톡 등 사용도 존중해주면서 다른 플랫폼에서의 활동까지 자유롭게 허용해주는 것이 정보 비대칭성과 자본 종속 우려를 해소하는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변협이 공공플랫폼 취지가 투명성을 충분히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B씨는 "변협과 변회의 데이터베이스만으로 구성된 공공플랫폼은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기존 산업이 ICT기술과 접목되는 초기 단계인 만큼 전체 플랫폼 생태계 관점에서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시장에서 경쟁이 활성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로, 로톡뿐 아니라 법률 플랫폼이 다양한데 리걸테크 산업이 활성화되면 될수록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공적인 재원을 투입해 운영하는 공공플랫폼이 민간에서 혁신을 통해 만들어 놓은 시장을 뺏어서 경쟁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변협이 단순한 이익단체가 아니고 공적인 기능의 일부를 국가로부터 위임받아서 이행하고 있는데, 민간플랫폼에 참여하는 변호사는 징계하겠다고 하면서 똑같은 서비스를 베껴서 운영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민간의 시장경쟁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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