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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토마토칼럼)그때는 맞고 지금은 부적절하다

2021-09-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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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019년 3월 인천국제공항에서 긴급출국금지된 것과 관련해 기소된 관련자들의 재판이 준비 과정을 마치고 다음 달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한 재판에서는 당시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가 위법했느냐, 이에 대한 수사에 방해가 있었느냐를 가리게 될 것이다. 이들 재판의 피고인은 현직 고검장과 부부장검사, 현 정부 청와대와 법무부 관계자 등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이 공익신고서를 받아 올해 1월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본격적인 수사로 이어졌다. 수사가 착수된 이후 검찰 내부에서는 특정인이 거론되는 등 법조계에서는 공익신고자가 누구인지는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당시 공익신고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현직 검사란 추정이 나오면서 출국금지 2년여 만에 제기된 공익신고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익신고를 제기한 대상이 야당이었고, 그로 인해 불거진 논란에도 수사가 한창 진행될 동안에는 사건을 뒤흔들 정도의 시빗거리 없이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잘 준수되면서 언론도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로 두 차례의 기소가 이뤄지고 난 후 2개월에서 3개월이 지난 7월에서야 해당 공익신고자는 실명으로 언론에 등장했고, 재판의 증인으로도 출석할 계획이다.
 
이달 초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됐다. 이 사건 역시 공익신고자의 제보로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해당 의혹에 대한 고소와 고발로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이 동시에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직 검찰총장이자 현시점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야당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입건되면서 이 사건의 파장은 의혹이 제기된 지 1개월째를 앞두고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공연히 알려졌던 공익신고자의 신분은 앞선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과는 다르게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 언론을 포함한 이 사건의 직·간접 집단은 공익신고자를 집요하게 추적했고, 당사자의 이름은 마치 범죄인인 듯이 언론 기사로 노출됐다. 급기야 이 공익신고자는 제보 약 일주일 만에 언론에서 스스로 자신을 드러냈다. 공익신고로 시민단체의 고발장이 제출되고, 수사가 시작된 직후다.  
 
공익신고자가 현직 국가정보원 원장과 사적으로 만난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다시 공익신고의 정당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 논란은 또 다른 의혹의 갈래로 뻗어 나가면서 공익신고자에 대한 고발로도 이어졌다. 이 고발의 주체는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가 잘못됐다면서 수사를 의뢰했던 그 당이다. 어떤 공익신고자는 자신이 제기한 의혹의 증인으로 당당히 재판에 출석하고, 어떤 공익신고자는 자신이 제기한 의혹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관련자가 소환되기도 전에 수사받을 처지에 놓였다.
 
이제는 웬만한 국민이 알 정도인 공익신고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제보에 이르게 된 경위를 호소하고, 제보의 진의를 의심하는 의견에 반박한다. 메이저든, 마이너든 언론은 그 내용을 받아 기사의 소재로 잘 활용하지만, 공익신고의 목적이 어느새 희석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제보에 의혹이 있다면 현재 수사 대상자의 혐의가 있는지와는 별개로 확인하면 된다. 이번 수사를 이끄는 공수처장의 발언으로 이 글을 맺는다. "이 사건의 본령은 직권남용이다."
 
정해훈 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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