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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기간 결핵환자 병원 방문·치료 지연

확진자 많은 지역일수록 방문·치료 지연 심각

2022-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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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사진=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결핵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이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의 결핵 환자일수록 결핵 진단과 치료를 위한 병원 방문과 진료 지연이 심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의료계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인한 결핵 퇴치 전략 목표 달성이 난관에 봉착해 정부 차원의 정책과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주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팀은 '한국 결핵 코호트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결핵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 및 치료 지연을 비교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발표했다.
 
결핵은 전염력이 강하고 서서히 폐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꾸준한 치료가 핵심이다. 진단이 늦어져 치료가 지체될 경우 결핵균이 우리 몸속에서 천천히 증식하면서 신체 영양분을 소모하고 폐 이외의 조직과 장기를 파괴한다.
 
우리나라의 결핵 환자는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결핵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전체 결핵 환자수는 3만6044명으로 조사됐다. 인구 10만명당 70.4명이 결핵 환자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1962년 이래 국가결핵관리 사업이 시작된 이래 세계보건기구의 지침에 맞춰 결핵 예방을 위한 BCG 접종부터 각종 통계적 자료 수집을 위한 결핵감시에 이르기까지 국가적 전담기구를 두고 있다.
 
정부는 매년 3월24일을 결핵예방의 날로 지정, 2011년부터 법정기념일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결핵을 퇴치한다는 게 정부 측 구상이다.
김주상 교수팀은 2020년 1월부터 5월까지 민간·공공협력 결핵관리사업(PPM)에 등록된 결핵 환자 1557명 중 1~2월 신고된 724명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그룹으로, 3~5월 신고된 833명을 팬데믹 그룹으로 각각 나눴다.
 
연구 결과,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상관없이 기침, 가래, 열 등의 전조 증상이 나타나면 결핵 환자들은 코로나19와 무관하게 병원을 방문했다.
 
이들이 실제 진단과 치료를 받는 데서는 차이를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그룹에서는 병원 방문 후 치료가 시작될 때까지 평균 4일, 코로나19 팬데믹 그룹에서는 5일이 소요됐다. 특히 코로나19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서울, 수도권(인천, 경기) 지역과 대구, 경북 지역은 이 기간 다른 지역과 비교해 방문 및 치료 지연이 추가적으로 6~7일 더 발생했다.
 
병원 방문 지연 중간값은 대구·경북 11일, 서울·수도권 10일, 진단 및 치료 지연 중간값은 대구·경북과 서울·수도권 모두 6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이후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던 지역에서 환자의 병원 방문, 진료, 치료 지연이 더 심각하게 나타난 것이다.
 
방문 지연은 증상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14일(국내 결핵환자의 증상 발생부터 의료기관 방문까지 중간값) 이상의 방문 지연과 관련한 다변량 분석에서 기침 증상이 있는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2.4배 방문을 망설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팬데믹 기간 동안에 5일 이상의 진단 및 치료 지연 역시 그 이전과 비교해 1.26배 증가했다. 특히 폐 이외의 침범이 나타난 환자들은 이 기간 1.58배 더 높게 나타났다.
 
김주상 교수는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코로나19 확진자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결국 결핵 환자가 심각한 상황이 될 때까지 자신의 질병을 숨기도록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라며 "의료기관의 방문 및 치료 지연까지 더해지면서 결핵의 조기 진단과 치료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정부와 의료진이 그동안 꾸준히 노력한 결핵 퇴치 전략 목표 달성이 매우 위태로워진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가 계속해서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 등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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