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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성장률보다 올라선 물가전망

2022-03-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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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옆 강변북로와 흡사하듯 나일강을 따라 이어지는 ‘10월 6일 다리’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위치한 고가 고속도로다. 지금으로부터 49년 전 발발한 제 4차 중동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명명한 이 다리는 어찌 보면 이질적 종교와 민족 다툼의 산물이기도 하다.
 
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캐릭터인 미스터 판타스틱의 주인공 ‘요안 그리피드’가 영국 웨일즈에서 태어난 1973년 10월 6일, 3000마일 떨어진 중동에서는 ‘욤 키푸르 전쟁’이 시작됐다.
 
‘속죄의 날’인 이스라엘 최대 명절 욤 키푸르 때 전쟁이 발발하면서 배럴당 2달러60센트인 석유값은 1년 만에 12달러 시대를 맞았다.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1차 오일쇼크의 서막이다.
 
1차 오일쇼크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12.3%였던 경제성장률은 7.4%로 추락했고 3.2%였던 물가상승률은 24.3%로 뛰었다.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역전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으로 전 세계는 허덕였다.
 
유신정권이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곤두박질치는 경제성장률은 ‘아껴야 잘산다’는 말을 나았고 너도나도 절약운동에 동참했다. 욤 키푸르 전쟁이 발발한 지 49년 후인 오늘날 지구촌은 또 다시 일촉즉발이다. 세계 2위 러시아산 원유 퇴출로 ‘3차 오일쇼크’의 공포가 목전에 와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3%로 전망했다. 문제는 물가가 성장률을 역전하는 3.1% 상승 전망을 내놓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 대비를 권고하고 있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세계 경제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다고 진단한 상태다.
 
더 큰 고민은 성장률을 역전한 물가가 더욱 가파르게 치솟을 경우다. 우린 이미 1, 2차 오일쇼크를 통해 터득하지 않았던가.
 
우크라발 사태로 인한 영향은 이번 IMF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았다. 즉, 물가는 더 치솟고 성장률은 더 추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당 예측은 우크라 사태를 반영한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Fitch)의 3월 글로벌 경제전망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종전 3.0% 성장률에서 2.7%로 낮춰 잡은 배경이다.
 
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파장은 소비 여력을 잃게 만든다. 전기 이어 가스, 철도·상하수도, LNG, 곡물 가격이 전방위로 들썩이고 있다. 50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까지 거론되면서 4%대 물가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다.
 
예컨대 완성차를 보자. 고수익 모델 중심의 전략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달리 잇따라 오르는 전기차 가격을 보고 있으면 보조금은 누굴 위한 건지.
 
집값 상승 심리도 다시 꿈틀거린다. 1년 뒤 집값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지수를 보면 전월보다 7포인트 오른 104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대규모 공급 물량을 앞두고 민간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때는 이때다 이구동성 건설자재 조달을 탓하고 있으니 기가 찰뿐이다.
 
벌써부터 시멘트와 철근 자재의 공급망 우려를 들어 집값에 반영할 묘수를 찾는 듯하다. 발주 성수기에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을 ‘건설현장 멈춘다는 표현’으로 선동하고 있으니 가격 인상 꼼수로 밖에 안 보인다. 
 
통상 성수기에는 시멘트 공급량 자체가 수요량 맞추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2~3일 수준을 유지한다. 철 스크랩도 꾸준히 오르는 등 철근 자재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사실 재고량은 넉넉하다는 게 매주 점검회의 결과다.
 
차값도 올랐는데 집값도 올려야한다는 짬짜미에서 비롯됐는지 ‘내 월급 빼고 또 다오른다’는 신세한탄이 점점 차기 정부를 향하고 있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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