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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smile@etomato.com

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조선사, 작년에 적자였는데 왜 파업할까

2022-05-06 15:43

조회수 : 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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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파업으로 노사 간 강대강 대치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로 예정됐던 전면파업은 이달 13일까지로 연장됐습니다. 지난 2일 노사가 임금 교섭을 시작했지만 2021년도 임금 협상에 별 진전이 없습니다.
 
회사는 힘들다고 합니다. 지난해 조선 3사는 모두 적자를 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1조3848억원,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영업적자 1조7546억원, 삼성중공업은 1조3119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암울합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연결기준 1분기 매출 3조9077억원에 영업적자 396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별도 기준으로는 현대중공업 적자 규모가 가장 큽니다. 한국조선해양의 별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61억원과 56억원입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매출 2조17억원에 영업손실 217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조선부문 매출 감소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인플레이션 확대, 작업장 사고에 따른 작업 중지 등이 영향을 줬습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4일까지로 예정했던 전면파업 일정을 이달 13일까지로 연장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전면파업 첫 날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울산 본사에 모여 임금협상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이렇게 회사가 적자를 내는데도 노조는 임금을 올려달라고 합니다. 3월 잠정합의안도 부결돼 파업으로 이어졌습니다. 회사가 어렵다는데 왜 이러는걸까요.
 
조선 산업은 지금 적자가 났어도 수주가 많으면 2년 뒤 흑자를 낼 수도 있습니다. 분기별 상품 판매 실적이 바로 나타나는 전자 산업 등과 확연히 구조가 다릅니다.
 
조선업계는 주로 수주 계약금 대부분을 선박 인도 시점에 받는 헤비 테일(heavy tail)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주 실적과 매출 실적을 별도로 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조선사 A가 B 선사로부터 LNG 추진선 한 대를 수주받았다면 그에 따른 매출이 이번 분기에 곧바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요즘 조선업체들이 발표한 수주 선박 인도 시점은 2025년 상반기입니다. 따라서 B 선사 선박 수주에 따른 매출 대부분은 이때 발생합니다.
 
지금은 적자라 해도 수주량이 많다면 2~3년 내 흑자를 기대할 근거가 있다는 겁니다. 반면 사측은 당장 적자가 이어지므로 임금 인상 폭을 높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합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조 측은) 수주를 많이 하지 않았느냐며 계속 밀고 당기는 과정을 수십년 간 해왔다고 보면 된다”며 “(입장에 따른) 해석의 관점차”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업이 호황일 때는 임금협상이 금방 진행됐습니다. 임금 협상을 끝내고 휴가 가는 일이 관행이었지만 2014년 조선업 불황 이후 노사 갈등이 심해지고 임금 협상이 해를 넘기는 일이 반복됐다고 합니다.
 
지난 2008년 전세계 금융위기는 전세계 수출 경기에 영향을 줬습니다. 연간 선박 발주량이 폭락하면서 국내 업체 수주량도 덩달아 줄었습니다. 국가 간 물동량이 줄어드니 선박 수요도 적어진 탓입니다.
 
조선사들이 해양 플랜트 사업으로 대응했지만 2014년 유가도 떨어지면서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근 친환경 LNG 선박 수주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이 발목 잡고 있습니다. 지난해 조선 3사의 1조원대 적자 배경으로 후판값 상승이 거론됩니다.
 
선박 제조원가에서 철강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15%~30% 내외로 파악됩니다. 철강재에서 후판의 비중은 약 90%로 전해집니다. 후판 가격은 지난 2020년 1톤(t)당 68만5000원에서 2021년 120만9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선박 수주 계약은 계약 당시 후판값을 반영합니다. 보통 6개월 뒤 설계가 끝나고 건조에 들어가는데 이미 후판값이 뛰었다면 건조에 드는 비용도 올라 남는 돈이 줄게 됩니다.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내 도시 봉쇄 등으로 각종 원자잿값이 치솟고 있는데 후판 원재료인 철광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철강사와 조선사는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포스코와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4월 마지막주 협상 타결을 예상했지만 결국 달을 넘겼습니다.
 
현재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평균 톤당 10만원선 안팎으로 인상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확정된 후판값은 올해 상반기 이미 공급됐거나 공급 예정된 후판에 적용됩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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