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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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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장의 시선)노무현과 윤석열 그리고 한미정상회담

2022-05-23 15:52

조회수 : 2,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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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5월14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한·미정상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회담 성과 등을 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19년 5월23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았다. 그의 손에는 재임 중 8차례 만났던 동갑내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들렸다. 그는 초상화를 그리며 "심지어 미국 대통령을 향해서도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했던 강한 지도자를 떠올렸다"고 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세계 패권 국가인 미국을 향해서도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관철시키려 했던 노 전 대통령은 그에게 진정한 지도자의 표상이 됐고, 이는 10주기 추도식 참석으로 이어졌다.
 
그랬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9월 한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향해 "한반도 평화체제 내지 종전선언에 관해서 말씀을 빠뜨리신 것 같은데"라며 공개석상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을 촉구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그건 김정일에게 달려있다"며 검증 가능한 선 핵폐기 입장을 재차 밝히자,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이나 또 우리 한국 국민들은 그 다음 이야기를 오히려 듣고 싶어한다"고 재차 압박했다. 
 
당시 이를 두고 보수진영과 보수언론은 '한미동맹의 균열'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무례함(?)을 꾸짖었다. 그런데 한미동맹은 흔들리지 않았고 6자회담과 한미FTA, 전시작전권 반환 협의 등에 대한 성과를 도출했다.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며 진보진영이 결사 반대했던 한미FTA는 미국이 이후 재협상을 요구할 정도로 한국에 미국시장을 열어주는 대활로가 됐다. 우리에게 한미동맹이 중요한 만큼이나 미국에게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컸고, 노 전 대통령은 이를 절묘하게 파고들며 평화와 국익을 추구했다. 과거 '애치슨 라인'을 통해 한국을 미국의 극동 방위선에서 제외할 정도의 국력은 더 이상 아니었다. 
 
2022년 5월23일. 다시 노 전 대통령 묘역 앞에 모두가 섰다. 공교롭게도 이틀 전 한미정상회담이 한국에서 열렸다. 대통령 취임 후 최단 시일 내에 그것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찾은 것에 대한 의미 부여에 모두들 열심이었지만, 한국은 이를 통해 신냉전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 재편을 모색했고, 한국은 순순히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의 길로 들어서는 참여를 택했다.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길 봉쇄나 중국의 무역 보복 등에 대한 우려보다 한국 대통령의 체면과 굳건한 한미동맹이 더 중요했다. '핵에는 핵으로 맞선다'는 한미 정상의 강경 메시지가 불러올 한반도 긴장에 대한 염려도 없었다. 그렇게 한반도는 또 다시 긴장을 안고 살아야 하는 시간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면… 23일 그의 열 세번째 추도식을 맞아 자연스레 드는 물음이다. 참고로, 상대 국가 연주시 가슴에 손을 올려가면서까지 상대 정상에 대한 존중을 표하지는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 원수다. 그의 언행 하나하나에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이 달렸다. "대통령 하나 바꿨는데, 대한민국의 국격이 바뀌었다는 느낌이다." 한미정상회담에 한껏 고무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촌평에 대한 답이다. 
 
정치부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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