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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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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친문·이재명 모두 실패"…민주당 심장부 광주에 울린 '전면쇄신론'(종합)

김종민 주도 평가 토론회 개최…"친문·친명으로부터 자유로운 새 리더십 구축해야"

2022-06-2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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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발제자와 토론자가 29일 광주 남부대 협동관에서 열린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 '민주당 이대로 좋은가'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광주=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민주당의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과 친문, 이재명 정치가 모두 실패했다며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자성론이 당의 심장부 광주에서 쏟아졌다. 특히 발제자로 참여한 김종민 의원은 대표적인 친문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친문을 비롯한 586과 이재명 의원 모두를 선거 패배의 책임자로 비판하며 자성할 것을 촉구했다.
 
김종민 의원 주도로 29일 광주 남부대 협동관에서 '민주당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김 의원을 비롯해 윤석규 칼럼니스트, 손산 한국협력경제연구원장 등이 발제자로 참여했고, 최철 조선대 교수와 김영광 상임대표가 토론자로 자리했다. 이승권 조선대 교수는 토론회 좌장으로 참여했다.
 
대체로 이번 토론회에서는 선거 참패에 대해 특정 인사나 세력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 민주당 전체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발제자로 나선 김종민 의원은 "정책 1~2개를 잘못한 게 아니다. 선거 전략을 잘못 짠 것도 아니다"라며 "민주당 정치가 통째로 불신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창당 각오로 다시 시작하려면 전면적인 반성이 필요하다"며 "이재명의 민주당, 친문의 민주당, 586의 민주당 모두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친문계 핵심인 김 의원은 우선 이재명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게 된 점을 언급하며 친문과 586의 잘못을 지적하고 반성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주류가 아니었다. 민주당은 그동안 친문과 586 인사들이 주도해왔다"며 "이 분들이 잘했다면 성남시장하고 경기지사 했던 분이 대선후보가 됐겠나. 그동안 정치했던 분들이 얼마나 미덥지 못했으면 좀 불안하지만 이재명 의원에게 대선후보를 해보라고 했겠느냐"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대 대선 결과와 관련해서도 "0.73%포인트 차이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들 하는데 5년 전에 국민의힘은 탄핵을 받은 정당"이라며 "(국민의힘)그 사람들이 잘한 것이 없는데도 그 정당한테 정권을 줬다. '오죽 민주당이 보기 싫었으면'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고 진단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에게 한 달 동안 '정말 초보구나', '이러면 나라가 큰일나겠구나'라는 여론이 있었는데 이 여론이 민주당에 왜 안 왔을까 생각해봐야 한다"며 "민주당을 못 믿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잘 졌다, 이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서는 이재명 의원의 책임론을 부각했다. 김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당의)시장과 구청장 후보가 얼마나 괜찮았느냐"며 "그런데 대선후보가 인천 계양을에 (국회의원 보궐선거)나가서 자기 살 길을 도모하고 이런 데 (국민들이)찍어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저는 최근 두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민주당 정치는 실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도 나왔다. 김 의원은 "2년 정도 2030 젊은 사람들과 대화해 보니 조국 사태 때 '윤석열 검찰'의 잘못이 크다고 다 알더라"며 "그런데 '민주당은 그래도, 조국은 그래도, 김종민은 그래도 그 전에 말한 게 있지 않느냐, (민주당이 조국 사태 문제를)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저 사람이 더 잘못했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을 듣고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저 마음을, 그 민심을 제가 못봤다"고 후회했다. 그러면서 "저울로 놓고 보면 조국, 민주당의 잘못이 적을 수 있지만, 그런데 민주당은 도덕적이고, 민주주의 정당으로 시작했다"며 "그래서 독재정권과 싸운 것 아닌가. 그런 눈으로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민들 눈에 호응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29일 광주 남부대 협동관에서 열린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 '민주당 이대로 좋은가'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석규 칼럼니스트는 광주 등 호남에서 지방선거 투표율이 극히 저조했던 이유로 민주당의 고유한 정체성이 상실된 점을 지목했다. 그는 "(민주당의)뿌리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며 "이 분들이 반복적으로 한 말씀은 중산층과 서민층을 위한 정당, 또 하나는 중도개혁 정당이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은 정당 거버넌스가 붕괴됐다"고 규정했다. 이어 "(호남에서)민주당이 아닌 다른 제3의 선택 대안이 있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토론회에서는 당을 갈등으로 이끈 팬덤정치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윤 칼럼니스트는 "(민주당에는)선동가들과 연결된 강성 지지층, 팬덤이 있다. 또 이것을 이용해서 당의 권력을 차지하려는 정치인들이 있다"며 "결국 선동가들이 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산 원장은 "우리가 타인을 믿지 못하는 채로 팬덤(문화)가 진행했을 때 민주주의는 말할 것 없이 어떠한 공동체 형성도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일반 선량한 국민들에게 나만 옳다는 식으로 진행됐을 때는 정치가 아니라 반정치다.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팬덤은 존재 가치가 없다는 게 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칼럼니스트는 당원투표 만능주의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당원투표 만능주의 문제점이 있다"며 "당원투표 만능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미국에서 대통령을 뽑을 때 선거인단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한번 더 숙의하게 해주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당에서는 대의원 제도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원투표 만능주의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낙연 전 대표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과 관련해 전당원의 뜻을 물었고, (당원투표에 의해)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를 냈다. 참패 결과를 냈다"며 "대선 패배,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8월 전당대회에는 친문계와 친명계 등 양대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인사가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김종민 의원은 "적어도 민주당 정치 실패에 책임있는 분들은 내려놔야 한다“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했다. 그는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인천 계양에 나온 것 때문에 (지방선거)망쳤다,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할 수 있나. 또 친문 인사가 당대표가 되면 문재인정부에 대해 쓴소리도 하고 비판할 수 있느냐"며 "당대표된 사람에 대한 비판을 빼면 반성이 안 된다"고 했다.
 
윤석규 칼럼니스트도 "민주당의 586 정치, 친문 정치, 이재명식 정치 모두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전당대회에서 이 3가지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을 어떻게 세울 것이냐가 지금 민주당의 절대 과제"라고 말했다.
 
향후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김종민 의원은 민심과 가까이 가야 한다고 했고, 윤석규 칼럼니스트는 선거제 개혁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민들이 바라는 민주당으로 다시 (민심을)회복해야 한다"며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야당, 호남, 진보 민주당, 김종민 등 이런 사람들이 우리끼리 뭉치자고 하면 개혁을 못한다"고 밝혔다. 윤 칼럼니스트는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며 "다당제일 경우에는 지배 정당이 될 수 없다. 정치 시스템을 개혁하는 게 민주당의 과제"라고 했다.
 
광주=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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