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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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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워킹맘의 여름방학 분투기

2022-08-01 17:46

조회수 :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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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유치원생(6살) 자녀의 방학이 닥치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7월 중순이었다. 방학이 당장 다음 주 아니던가. 
 
그래도 나름 준비를 했었다. 
 
방학을 대비해 5월 말쯤 첫째 수영학원에 접수 대기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방학이 시작되기 한참 전인 6월 마감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코로나19 로 억눌렸던 수영 수요가 터졌다나. 암튼 그랬다. 
 
다행히 다니던 영어학원에서 방학 집중프로그램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첫째는 유명영어학원 캠프를 보내기로 했다. 둘째는 유치원 방학기간에만 종일반 등원을 신청했다. 
 
문제는 두 아이의 여름방학 프로그램에 들어있는 '진짜 방학' 때문에 시작됐다. 첫째와 둘째의 방학은 완벽히 엇갈렸다. 각각 8월 첫주. 둘째는 7월 마지막주다. 
 
시댁, 친정, 돌봄이모님, 총 세 명의 할머니를 선택지에 올리고 시간표를 짜기 시작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세 어머님의 도움을 두루 받으면서 일과 가정을 지켜나가고 있다. 감사하게도 시댁에서는 "방학 때 언제든 봐줄테니 연락하라"고 하셨고, 거동하지 못하는 강아지 어르신을 모시고 사는 친정에서도 "최대한 봐주겠다"고 약속하셨다. 
 
먼저 둘째 방학. 일주일 가운데 이틀은 친정에서, 나머지 하루는 돌봄이모님이 하루종일, 나머지 삼일은 시댁에서 아침부터 2시반까지, 2시반부터는 다시 이모님이 오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 과정에서 사실 해프닝이 있었다. 둘째가 갑자기 "사실 강아지가 무섭다"고 고백하는 바람에 친정서 머무는 것이 무산되었다. 그래서 모든 시간표를 수정했다. 하지만 잠깐 들른 친정에서, 강아지가 아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목격하고 안심한 둘째가 다시 마음을 바꿔 친정에서 자고싶다고 울고불고 난리였다. 또 다시 시간표를 수정해야 했다.)
 
그리고 첫째 방학. 좋아하는 친할머니댁에서 이틀 정도 자고 오면 좋으련만, 머리가 큰 첫째는 집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첫째는 하루는 친정식구가, 하루는 이모님이 하루종일 보고, 나머지 삼일은 이모님과 시어머님이 봐주기로 했다. 방학 첫날을 보내고 있는 첫째는 '심심해'를 입에 달고, 게임만 하고 싶어한다는 친정식구의 연락이 왔다. 
 
7말8초 휴가 기간. 사람들이 왜 죄다 휴가를 내는지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다. 성수기인데다, 사람도 많아 복잡하고 비싸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지만 사람들이 왜 다 그 시기에 떠나는지 알았다. 자녀들 학원이 쉴 때, 함께 쉬어야 조금이라도 육아에 수월하다.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아이들의 진짜 방학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면 부모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않을까. 나처럼 진짜 방학에 당황하고, 어려움을 겪는 학부모가 한 둘은 아닐 테니, 수요는 확실한 것 같다. 그런데 어쩌나. 불행히도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킬 힘이 없다. 
 
첫째와 둘째가 나란히 걸어간다. 빨리 좀 크자. 쫌.
  •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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