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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마지막 관문만 남았다…국민의힘, '비대위 출범' 초읽기(종합2)

상임전국위 "비상상황 맞다", 당헌 개정에도 동의…9일 전국위서 최종 찬반투표

2022-08-0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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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유근윤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고위 의결과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상임전국위원회 문턱까지 넘었다. 최종 관문은 9일 소집되는 전국위원회로, 이 역시 통과가 유력해 보인다. 지도체제가 비대위로 전환하게 되면 이준석 대표는 자동 해임된다. 당대표 복귀가 좌절되는 이 대표 측은 이를 '당권 쿠데타'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당이 처한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했다. 이날 상임전국위는 총원 54명 가운데 40명이 참석했으며, '비상상황'이라는 유권해석에 29명이 동의했다. 이에 따라 비대위 출범의 요건을 갖추게 됐다. 국민의힘 당헌 96조(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은 '당대표 궐위' 또는 '비상상황'에서만 가능하다. 앞서 당 중앙윤리위는 지난달 8일 성접대 의혹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는 이 대표에게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들어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국민의힘은 이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하고, 권성동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내부총질' 문자 유출 사태로 파문이 커지자, 초선들이 중심이 돼 비대위 전환을 촉구하는 연판장 시위에 나섰다. 또 배현진 최고위원을 시작으로 윤영석·조수진 최고위원마저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하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대표 직무대행 사의를 밝히는 동시에 비대위 전환에도 동의했다. 지도부가 사실상 와해되자 국민의힘은 지난 1일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 현 사태를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비대위 전환에 뜻을 모았다. 다음날 오전에는 최고위에서 5일 상임전국위, 9일 전국위 소집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한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절차적 하자의 잡음도 일었다. 
 
이날 상임전국위에서는 당헌·당규 개정 절차도 진행됐다. 상임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 직무대행도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는 당헌 개정안에 상임전국위원 40명 중 26명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당헌 개정의 핵심은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에 국한한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직무대행으로까지 넓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권성동 원내대표도 '당대표 직무대행 권한'으로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맞불로 제기된 "조해진·하태경 의원의 당헌 개정안은 10명만 찬성했다"고 말했다. 앞서 두 사람은 비대위가 이 대표의 당대표 직무 복귀하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대표의 당대표 복귀 길을 터주겠다는 의도였다.  
 
오는 9일 전국위에서 당헌 개정안과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찬반 투표를 거쳐 최종 가결되면 비대위는 공식 출범하게 된다. 비대위는 비대위원 구성 등을 거쳐 늦어도 17일 이전에 출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이기도 하다. 비대위가 출범하면 이준석 대표는 자동 해임된다. 현행 당헌 96조 5항은 "비대위가 설치되면 최고위원회의는 즉시 해산되며, 비대위는 최고위 기능을 수행하고 비대위원장은 당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대위는 이준석 체제의 종식과 함께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의 징검자리 역할을 하게 된다. 
 
7월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접대와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관한 소명을 마친 후 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표의 반발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오는 9일 온라인으로 전국위를 개최,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전국위원들에게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방침과 관련해 "사람들 일정 맞춰서 과반 소집해서 과반 의결하는 것도 귀찮은지 ARS 전국위로 비대위를 출범시키려고 한다"며 "코로나19로 집합금지가 있는 상황도 아닌데 ARS 전국위까지 하느냐"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공부모임한다고 국회에 수십, 수백명씩 모이다가 전국위는 ARS로 해야하는 이유는 또 뭐냐"고 따져 물었다. 상임전국위 소집을 직전에 두고서는 "오늘 당이 '비상상황'인지 표결한다는데, 현재 당의 최고위 구성원은 누구냐"며 "직무대행인 원내대표는 사퇴했나. 최고위원은 몇 명이 사퇴한 상태인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정작 사퇴하지 않았는데 '어쨌든' 비상이라는 코미디를 오늘 목격하게 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5일 서병수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원회 의장이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상임전국위원회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태경 의원은 상임전국위 뒤 기자들과 만나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기자마자 권력싸움으로 날을 지새는 한심한 당이 됐다"며 "이준석 대표를 쫓아내는 편법으로 비대위를 하게 되면 (가처분신청 등으로)법원으로 갈 수밖에 없고, 이 대표도 자기방어 차원에서 대응을 안 할 수 없으니 당내 싸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하태경, 조해진 두 사람은 "젊은 당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명분 없는 징계에 이어 '억지 당헌 개정'까지 하려 한다"며 "'이준석 대표 몰아내기'는 당헌·당규와 법리적으로 아무런 명분과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당의 단합과 결속을 바탕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덧셈정치가 아니라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빈대 벼룩 잡다가 초가삼간을 태우는 제 살 깍아먹기식 뺄셈정치가 문제"라며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윤핵관'을 겨냥했다. 
 
이 대표도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에 대한 비난 수위를 한껏 높였다. 그는 여권 위기의 책임에 윤 대통령이 있다는 본지 여론조사 결과를 페이스북에 공유한 뒤 "지지율 위기의 핵심이 뭔지 국민들은 모두 다 안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47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권이 총체적 위기로 내몰린 원인에 대해 국민의 절반 이상인 52.9%는 책임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물었다. 권성동 원내대표 및 윤핵관을 꼽은 응답은 19.4%, 이 대표를 지목한 답은 18.6%였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국민의힘은 33.9%에 그쳐 48.6%의 민주당에 크게 뒤졌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앞서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당대표"에 '양두구육'으로 응수했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이 대표는 "이준석을 아무리 공격하고 내부 총질한다고 지적해도 부질없는 이유는 수많은 자기모순 속에서 이 판을 끌고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준석이 당을 지휘할 때는 단 한 번도 당 지지율이 민주당에게 지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특히 장제원 의원을 겨냥해 "윤핵관의 핵심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3명의 후보를 밀었던 삼성가노(三姓家奴) 아니냐"며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도망갈 사람이 영달을 누리고자 하니 모든 무리수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여기서 삼성가노는 삼국지에서 여포가 생부, 정원, 동탁 등 세 아버지를 섬긴 걸 장비가 조롱했던 말로, '성이 세 개인 종놈'이라는 뜻이다. 친이명박계였던 장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한 뒤 바른정당에 합류해 유승민 전 의원을 도왔다. 이 과정에서 대선주자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영입도 추진했다. 이후 2017년 19대 대선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단일화가 무산되자, 홍 전 대표를 지지하며 자유한국당에 복당했다. 이 대표 비유대로라면 장 의원은 유승민, 반기문, 홍준표 세 명의 아버지를 둔 근본 없는 종놈이 된다. 
 
이 대표가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윤 대통령 및 윤핵관과 전면전에 나섰지만 전국위 찬반 투표만 남은 상황에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계속해서 강경 메시지로 여론전을 펼칠 예정이지만 비대위 출범과 조기 전대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을 막을 방도는 딱히 없는 실정이다.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라는 최후의 카드는 있지만, 이는 실익이 적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24%를 기록, 최저치로 추락한 가운데(한국갤럽) 당 지지도마저 민주당에 큰 격차로 벌어지는 등 여권이 총체적 난국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이런 위기를 뒤로 한 채 법적 투쟁에 나설 경우 집권여당 대표였던 사람이 갈등만 더 부추긴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설사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 당대표를 사수한다 해도 윤 대통령 규정처럼 '내부 총질한 당대표'로 낙인이 찍히고 식물대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혹여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 정치적 복귀는 완전히 불가능해진다.
 
이 대표 측인 정미경 최고위원도 5일 YTN 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가처분신청을 하려 할 것이고, 지금 법률가들이 볼 때 가처분신청은 거의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이기면 더 혼란해지는데 그건 수습이 안 되고, 더 이상 옳고 그름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차라리 지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김용태 최고위원도 지난 4일 CBS 라디오에서 현 사태를 "당권 쿠테타"로 규정한 뒤 "이 대표는 적극적으로 가처분신청을 준비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과 대통령과 당정을 위해 어떤 게 옳은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 대표의 고충을 전했다.
 
최병호·유근윤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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