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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택배집착

2022-11-24 17:16

조회수 :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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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몰로 물건을 주문했다. 그리고는 언제 배송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판매자가 상품준비를 시작했습니다☞배송이 시작됐습니다☞터미널 입고☞상품상차·하차 …
 
최근 택배에 집착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기다리던 물건이라 그런걸까. 그건 아닌 것 같다. 로켓배송을 자주 애용하는 지라 쿠팡이 아니라 일반 온라인몰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도 '쿠팡 로켓배송' 수준의 배송을 바라곤 한다. 익일이 아니라면 이틀 뒤에라도 반드시 배송될 것이라는 이상한 믿음(?)이 생겼다. 
 
이같은 로켓 수준의 택배를 바라는 기대감과 조바심은 쓱배송에도 적용됐다. 쓱배송은 배달되는 시간을 정할 수 있는데, 사전에 지정한 배달 시간이 되면, 몇 군데를 들러 대략 몇시에 도착하는지까지 앱에 표시된다. 나를 위한 장을 봐서 배달해주는 느낌이랄까. 
 
로켓배송이 없었을 때만 해도 온라인몰 주문 후 물건을 받는데까지 평균 3-4일은 걸렸던 것 같다. 빨리 오지 않는다고 조바심 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만 늦어져도 괜한 짜증이 나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것 같은 마음에 불편하기만 하다. 내 인내심이 이정도의 바닥 수준은 아니었는데, 내가 변한 걸까 세상이 나를 바뀌게 한 것일까. 
 
혁신 서비스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인간의 상당한 정도의 인내심과 평정심을 앗아간 것 같다. 편리한 배송 서비스 속 야간 물류 노동자의 피와 땀과 삶의 질도 말이다. 아직도 로켓배송을 애용하곤 하지만 웬만하면 새벽배송 개념의 '로켓와우'는 이용하지 않는다. 
 
로켓와우는 하지 않고 로켓배송은 이용하는 것이 뭐 그리 다르냐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내가 지키고 싶은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칭하고 싶다. 마켓컬리는 이용하지 않게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새벽에 달려오는 신박한 물건 속에 숨겨진 비밀을 외면하지 못하는 나만의 양심이다.
 
  •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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