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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폭염·집중호우·오염수·물가에 '민생고' 커진다

3분기 전기요금 동결에도 냉방비 상승 우려

2023-06-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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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조용훈 기자] 올해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온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냉방비 부담과 농산물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수산물 등 먹거리 불안은 더욱 고조될 전망입니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년 대비 전기료 상승률은 1월부터 3월까지 29.5%, 4월 22.5%, 5월 25.7%로 20%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 부담을 고려해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h(킬로와트시)당 5.0원으로 결정하는 등 전기요금을 동결했지만, 올해 냉방비 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년 대비 전기료 상승률은 1월부터 3월까지 29.5%, 4월 22.5%, 5월 25.7%로 20%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료는 전기료 등락률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엘니뇨 영향 7~8월 중순 강수량 증가 전망
 
기상청은 오는 7월과 8월의 기온과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로 전망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기상청 현업 기후 예측 모델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등 전 세계 11개 기상청의 471개 기후 예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6~63%에 달하고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을 확률이 39~47%로 나타났습니다. 
 
기상청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열대 태평양·북대서양·인도양 해수면 온도, 북극 해빙 등 기후 감시 요소를 분석한 결과, 열대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강한 대류 활동이 우리나라 쪽으로 대기 파동을 형성해 고기압성 순환을 강화시키는 등 기온을 높일 가능성이 예상됐습니다.
 
또 기상청은 엘니뇨가 여름철 동안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부근에 저기압성 순환이 강화돼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에 강수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근 한국전력이 발표한 전기요금 시뮬레이션 자료를 보면, 전기 사용량이 평균 수준(283k㎾h)인 4인 가구가 올해 여름 에어컨 사용량이 10% 늘면 전기요금이 5만2130원 증가합니다. 에어컨 사용량이 20% 늘면 5만7980원, 30% 늘면 6만3820원까지 늘어납니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년 대비 전기료 상승률은 1월부터 3월까지 29.5%, 4월 22.5%, 5월 25.7%로 20%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롯데하이마트 서울역점. (사진=뉴시스)
 
굵은소금 가격, 일주일 전 대비 11.1% 상승
 
여름철 기온과 강수량은 채소, 과일, 축산물 등의 수급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채소는 잦은 강우와 고온 시 생산량이 급감하는 품목입니다. 과일의 경우는 잦은 태풍 발생 시 추가적인 피해도 발생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배추는 올해 여름철 재배 면적이 5056헥타르(㏊)로 전년 대비 5.7% 줄었습니다. 시설채소 중에서 상추와 깻잎은 고온으로 인한 생산 감소로 가격이 급상승한 후 4~6주 후 회복되는 경향이 반복됩니다. 
 
올해 양파는 평년 대비 12.2%, 건고추는 전년 대비 4.9%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농식품부는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등의 공급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여름철 고온 시에는 생산성이 저하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천일염 수급에도 비상이 걸린 가운데 소금 가격도 뛰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를 보면 지난 26일 기준 굵은소금 5㎏의 평균 소매 가격은 1만4542원으로 일주일 전인 19일 1만3094원보다 무려 11.1% 상승했습니다. 26일 기준 최고 소매 가격은 2만1650원에 달했습니다.
 
천일염 품귀 현상과 관련해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25일 전남 목포시와 무안군 등 천일염 산지에 있는 유통 업체 3곳을시작으로 합동 점검반을 가동했습니다. 
 
일부 대형마트의 경우는 오염수 방류 설비 시운전이 시작된 지난 12일부터 25일까지 소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3% 급증했습니다. 다시마 92.9%, 미역 69.9%, 멸치 20.1% 등 다른 해조류 매출도 증가세입니다.
 
농산물 관련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는 관련 업계와 만나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지난 2월 주요 식품 업체를 시작으로 4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5월 제당 업계와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지난 26일에는 제분 업계 7개사와 간담회를 열고 최근 밀 수입 가격이 하락한 것을 밀가루 가격에 반영하도록 요청한 상태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소주에 이어 라면에 대해 가격 인상을 자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두더지 잡기식' 물가책술만 구사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년 대비 전기료 상승률은 1월부터 3월까지 29.5%, 4월 22.5%, 5월 25.7%로 20%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내 소금 판매대. (사진=뉴시스)
 
정부, 가격 인상 자제 요청…"착시 현상만 유발"
 
석병훈 이화여자대 경제학과 부교수는 "일종의 착시 현상만 유발할 뿐이고 고물가·고금리가 지속하는 기간만 늘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이다 보니까 인건비도 오르고 재료비도 올라서 제품 가격을 인상할 요인이 있다"며 "라면 같은 경우는 밀가루 가격이 떨어졌다고 바로 인하하라고 압박을 행사하면 사실 업체 입장에서는 이윤이 줄어들거나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정부가 언제까지나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고 어느 시점에는 물가가 잡혔다고 판단해서 가격 통제에 이제 손을 놓을 수가 있다"며 "그러면 기업은 손실이라든지 이윤 감소분까지 만회하기 위해서 더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유 시장 경제에서 정부가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가격을 인하하려면 업계가 자발적으로 내려야 선순환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라면 업계는 일부 대기업의 과점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가격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정부의 개입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인하를 언급한 이유를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름철 물가와 관련해서는 "에어컨 사용을 아주 합리적으로 효과적으로 하지 않으면 지난번처럼 관리비 고지서를 받고 놀라는 일이 또 있을 것으로 본다"며 "여름철 폭염이나 장마가 오면 농산물 작황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타 고피너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26일(현지 시각)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회의에 참석해 "각국 중앙은행이 팬데믹 이전보다 더 큰 인플레이션 위험을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이 '구조적 변화'로 안착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더 크고 지속적인 충격을 전 세계에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세종=정해훈·조용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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