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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단독)이상한 우전지앤에프 지분구조…사익편취 의혹

ASC-더클래스효성-우전지앤에프…조현상 일가까지 지분 추가확보

2023-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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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효성이 2022년 인수한 배터리 소재 기업 우전지앤에프 지분 구조를 따져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인수 주체는 효성 계열사 더클래스효성이고, 더클래스효성은 우전지앤에프 지분을 60.76%나 갖고 있음에도 조현상 부회장의 배우자와 세 자녀, 장인까지 20%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 겁니다. 사업성이 유망한 배터리 소재 기업의 수익성을 조 부회장 일가가 따로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우전지앤에프는 효성의 수입차 딜러사인 더클래스효성 자회사입니다. 더클래스효성은 2022년 3월 327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를 인수했고, 7월 그룹 계열사로 정식 편입됐습니다. 우전지앤에프 지분 현황을 보면 더클래스효성은 137만4929주(60.76%)를 가진 최대주주입니다. 더클래스효성은 조 부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ASC의 자회사로, 조 부회장의 개인회사로 봐도 무방합니다. 조 부회장의 장남도 우전지앤에프 주식 25만2356주(11.15%)를 확보했습니다. 두 딸은 각각 8만4118주(3.72%)를 들고 있습니다. 조 부회장 배우자도 1만2618주(0.56%)를 보유 중이며, 장인 김여송씨(광주일보 대표이사)는 2만1030주(0.93%)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모두 더하면 20.07%입니다. 
 
우전지앤에프 공장 내부 전경. (사진=우전지앤에프)
 
2차전지로 불리는 배터리 사업은 최근 재계가 가장 눈독을 들이는 미래 먹거리입니다. 삼성과 SK, LG가 가장 열심입니다. 한국이 글로벌 시장 최강자로, 머지 않아 반도체를 뛰어넘을 수출 효자품목으로 지목됩니다. 전기차에 대한 폭발적 수요는 필히 2차전지 성장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시장 상황에 힘입어 우전지앤에프 매출액은 2020년 88억6000만원에서 2022년 164억60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4억1000만원에서 9억9000만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우전지앤에프는 경북 포항의 1만4500㎡ 부지에서 연간 2500톤 규모의 황산니켈을 생산 중이며,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과 에코프로 등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우전지앤에프의 사업성을 눈여겨 본 효성은 지난해 더클래스효성을 통해 설비 투자에 750억원을 투입했고, 포항에 4만5000㎡ 규모의 황산니켈·황산코발트 생산 시설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조 부회장 일가가 우전지앤에프의 수익성을 따로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우전지앤에프 사례와 비슷한 경우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 유용으로 판단된 몇몇 기업을 제재한 바 있다"며 "대표적 사례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실트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2017년 SK가 LG로부터 반도체칩 소재 기업인 LG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의 지분을 따로 챙겼다가 공정위 제재를 받은 일을 말합니다. 당시 SK는 LG실트론 지분 51%를 주당 1만8319원에 인수하고 경영권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SK는 51% 중 19.6%만 확보했고, 나머지 29.4%는 최 회장이 가졌습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2021년 SK가 그룹 총수인 최 회장에게 LG실트론 지분 일부를 준 건 회사가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에게 제공한 행위라고 판단,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혐의로 SK와 최 회장에게 각각 시정 조치와 과징금 8억원을 부과했습니다. 
 
지난 1월11일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왼쪽)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조선시대 나전함 기증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효성그룹)
 
더클래스효성 역시 우전지앤에프 지분 일부를 조 부회장 일가에게 의도적으로 넘겼고, 그것이 총수 일가에게 상당한 이익을 제공할 목적이었다면 효성과 조 부회장은 사익편취 제재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재벌 전문가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근 대기업들 중심으로 사업성이 유망하거나 일감몰아주기를 하기 좋은 자회사를 두고 총수 일가에 지분을 따로 배정하는 일이 잦다"며 "수입차 딜러사를 통해 배터리 소재 기업을 인수한 데다, 총수 일가가 따로 지분을 확보한 건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을 챙기고 승계 구도에 활용하기 위한 걸로 보인다"고 의심했습니다.
 
이에 대해 효성은 "조 부회장은 배터리 분야가 미래 먹거리 사업이라고 판단해 개인적으로 신사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한 것"이라며 "수입차 사업을 하는 더클래스효성은 배터리 사업과의 밀접한 관계가 있고, 향후 시너지 확대 기회도 있어 투자 주체가 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개인 주주가 투자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었고, 투자 검토 과정에서 변호사 및 투자 전문가들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투자한 것"이라며 "사익편취와는 관련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2018년 8월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지역신문발전 토론회 ‘디지털 시대의 지역신문의 역할’에서 김여송(오른쪽 맨 앞) 광주일보 대표이사가 앉아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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