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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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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습에 대형마트 배송까지"…이커머스 '커지는 한숨'

연이은 암초에 고심 커지는 이커머스 업계

2024-01-24 16:01

조회수 : 6,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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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고공 성장세를 이어온 이커머스 업계가 최근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나며 한숨을 내쉬는 모양새입니다.
 
지금까지 이커머스 업계는 '빠른 배송'을 키워드로 속도 경쟁에 주력해왔는데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플랫폼의 국내 공습이 가속화하는데다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활성화 길까지 열리면서 이커머스 시장은 다시금 무한 경쟁 궤도에 진입했다는 분석입니다.
 
비대면 소비를 두고 온·오프라인 업계 간 각축전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커머스 업계가 신성장 엔진 구축에 골몰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는 조언도 제기됩니다.
 
초저가 마케팅 내세운 알리·테무 공습 가속화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2개 주요 온라인 유통 업체의 전년 대비 연간 매출 증감률은 △2020년 18.4% △2021년 15.7% △2022년 9.5% △2023년(상반기 기준) 7.2%로 집계됐습니다.
 
매출 상승폭은 지난해 상반기 다소 확대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후 하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만큼 이커머스 업계 시장의 고공 성장 흐름이 조금씩 꺾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 둔화에는 알리, 테무와 같은 중국 플랫폼들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기존 이커머스 업계의 경우 빠른 배송이 장점이긴 했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인데요.
 
중국 업계는 사실상 '초저가 마케팅'을 기치로 내세우며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나가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중국 플랫폼들의 경우 유통 과정이 대폭 간소화하면서 국내 업체들 못지않게 빠른 배송을 실시하는 점도, 소비자들의 호응이 지속되는 요인이죠.
 
실제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작년 모바일 앱 월간 순사용자(MAU)가 가장 많이 늘어난 쇼핑 앱 1위는 테무, 2위는 알리로 파악됐습니다.
 
지난해 4월 5788명에 불과했던 테무 MAU는 같은 해 12월 328만명까지 급증했고, 알리는 지난해 1월 227만명에서 12월 496만명으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리, 테무의 국내 진출로 초저가 이커머스 시장이 형성되면서, 수요층 입장에서는 기존 업체들의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비싸 보이기 시작했다"며 "게다가 이들 중국 플랫폼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정보통신(IT) 제품들이나 중독성 있는 콘텐츠로 무장하며 소비자들을 빠르게 공략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자체가 이커머스 업계에는 위협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활성화 길까지 열려
 
중국의 공습도 문제지만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활로가 열린 점도 이커머스 업계에는 큰 걸림돌입니다.
 
지난 22일 정부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 원칙과 새벽배송 불가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새벽배송 가능 지역을 넓힐 예정인데요.
 
현재 도서·산간 지역이나 인근에 물류 센터가 없는 지역의 경우 대형마트 새벽배송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는 오히려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 지역 간 정주 여건 격차 확대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만큼,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유통법 개정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입니다.
 
이커머스 업계 입장에서는 시장에 예상치 못한 거센 도전자들이 대거 진입하는 형국인데요.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이미 점포가 지역 거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빠른 시일 내 경쟁 대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온·오프라인 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새벽배송이 불가능해 이를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유통법 개정을 통해 이커머스 업계와 온전히 경쟁에 나설 수 있게 된 점에 의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유통법 개정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아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입니다. 게다가 오프라인 업계 입장에서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온·오프라인 업체 간 새벽배송에 대한 노하우 격차는 크게 벌어진 상태"라며 "규제 완화와 별도로 비용적 측면만 고려하면 대형마트 업계가 배송 물류비 부담, 지방 공략에 대한 합리적 판단을 내리기까지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용구 교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플레이어가 많아지는 만큼, 각축전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이커머스 업계가 전반적으로 지속 성장을 추구하고 앱 경험을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습니다.
 
한 택배 기사가 서울 송파구 동남권물류센터에서 택배 상자들을 정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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