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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의료 위기' 맞은 한국…국민 피해만 키우는 '의정 대치'

"의료 차질, 각 병원장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2024-0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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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민우·백승은·임지윤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이탈이 심화하면서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하지만 정부·의사 간의 '강대강 대치'만 보이고 있어 정작 환자를 위한, 국민을 위한 건강권 강화를 위한 실효적 의료 체계 보강은 뒷전이 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전문가들은 지역 의사제, 보험·비급여 통제 강화 등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심도 있는 논의와 보강, 공공의료 시스템 구축의 선행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25일 <뉴스토마토>가 보건행정 및 지역의료 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지역·필수의료 위기 해법'을 문의한 결과, '지역간 의료격차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현재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 반발이 거세지는 등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전체의 70%가량의 전공이들은 환자를 뒤로한 채 병원을 떠난 상황입니다.
 
25일 <뉴스토마토>가 보건행정 및 지역의료 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지역·필수의료 위기 해법'을 문의한 결과, '지역간 의료격차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사진은 '지역·필수의료 해법' 전문가 5인 진단. (그래픽=뉴스토마토)
 
"병원장 책임지고 복귀시켜야"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전공의들의 복귀는 병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전문의들의 고용 내지는 교육하고 있는 병원장이 책임지고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형선 교수는 전공의 파업에 따른 의료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각 병원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병원은 의료법대로 적정 수의 의사를 투입해야 하는데, 수련생인 전공의가 없다고 업무가 마비되면 병원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전공의 파업으로 입원한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지장이 생기면 병원장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정부에게는 병원이 책임과 의무를 다 하는지,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돈에 합당한 의료를 제공하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는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의대 증원이 되지 않는 한 다른 정책들은 의미가 크게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신뢰 잃어…의대 증원 설득력 필요"
 
정부가 의사들에게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의대 증원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려면, '지역 의사제'의 적극 추진이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은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생각하려고 한다면, 우선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협을 비롯해 현재 정책입안자 중에는 지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인 마상혁 위원장은 "젊은 의사들은 바보가 아니다"며 "지역에서 난 의사들일지라도, 2~3억 정도의 패널티는 감수하며 인프라가 좋은 서울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사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것도 문제 중 하나"라며 "지역·필수의료를 위해 10조원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언제 정책이 다시 뒤집어질 줄 모르는데 누가 지역에 남아 필수의료 진료를 보겠느냐"고 비판했습니다.
 
김동은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진료사업국장은 "2000명을 더 투입해도 돈 되는 곳에만 갈 것이다. 지금도 11만명의 의사 중 3만명 이상이 피부·미용에서 일하고 있다"며 "의대 증원 정책을 내는 순서가 잘 못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동은 진료사업국장은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런 식의 정책 추진은 안타깝다"며 "각 지역에 얼마나 의사가 부족한지 먼저 파악하는 단계를 거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어떤 직업이든 이미 시장화된 상황에서 사람을 60~70%를 늘리겠다고 하면 반발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설명하고 설득할 방법이 필요한데 지역 의사제가 답이 될 것"이라며 "일본도 2000년대로 넘어오며 노인 인구가 늘고 의사 수 부족이 사회 문제가 되니까 '지역 정원제'를 도입한 바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조언했습니다.
 
지난 2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의료 구축 '절실'…비급여 진료 통제"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공공의료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랐습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현재 한국은 95% 정도가 민간 병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난 정부에서는 70개까지 늘린다고 했는데 결국 실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단순히 의대 졸업생을 2000명 더 늘려주는 게 문제가 아니다"며 "공공의료 기반이 없으면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지역의사제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는 "돈이 들더라도 정부 관료로도 갈 수 있고 공공 부문에서 일할 의사를 키워내는 공공의대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지방의료원과 국립대병원을 강화하고 국립대를 공공의대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검토할 수 있겠다"고 전했습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공공병원과 같은 수익과 무관하게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이 많아야 한다"며 "울산과 광주에 시민들은 대도시인데도 공공병원이 없어서 코로나 환자가 타지역을 이송되기도 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손보험 등 민간 보험에 대한 각종 규제를 풀고 있는데, 이는 병원 밖 시장이 넓어지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며 "의사들을 병원 밖 시장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보험 규제를 강화하고 비급여 진료에 대한 통제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3일 오전 광주 남구 한 2차병원 병동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백승은·임지윤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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