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파리 올림픽이 한창입니다. 선수들의 선전 및 감동 스토리와는 별개로, 이번 올림픽도 시작부터 각종 논란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는데요. 사실 올림픽에선 늘 논란이 잇따랐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에 치러진 2020년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입고 나와 동북공정 논란을 초래한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등이 대표적입니다. 토마토Pick이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생긴 논란들을 짚어봤습니다.
찜통더위 걱정인데…
친환경 올림픽 계속
파리 올림픽 시작 전부터 고온의 날씨는 각국 선수단에게 두려움과 장애물 그 자체였습니다. 사실 유럽은 2020년대 들어 매년 폭염으로 시름했는데요. 실제로 올림픽 개최 전부터 파리는 약 40도 수준의 뙤약볕이 내리쬐기도 했습니다. 주변국에서도 폭염으로 신음 중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회 조직위 측은 친환경 올림픽을 이유로 선수촌 및 버스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천명했습니다. 다행히도 올림픽 개최 시점에는 우려보다 쾌적한 날씨가 이어져 찜통더위는 면할 수 있었는데요. 문제는 이동 과정이었습니다. 셔틀버스는 에어컨이 없고, 보안을 이유로 창문까지 열 수 없어 그야말로 찜통이 됐습니다. 선수들은 컨디션 난조를 호소했는데요. 결국 우리나라 수영과 탁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경기장과 가까운 숙소를 새로 구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례처럼 각국이 별도로 숙소를 구하는 사례가 늘었는데, 이로 인한 빈부격차도 지적이 됐습니다. 일례로 미국 농구대표팀은 파리 시내 특급호텔을 통째로 임대했는데, 포브스에 따르면 그 비용은 1500만달러(약 208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잠 못 자는 건 못 참아’
저탄소 정책에 선수들 시름
프랑스 올림픽에서 시도된 친환경 올림픽은 비단 에어컨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또 다른 도전이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바로 식단입니다. 탄소를 줄인다는 이유로 채식 위주의 식단이 꾸려졌습니다. 운동선수는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고단백질 음식이 필수인데요. 상대적으로 적게 마련된 육식을 하기 위해 선수들이 몰리다 보니 식당에서는 닭고기 한 조각 먹기도 힘들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올림픽협회의 앤디 앤슨 최고경영자는 “계란, 닭고기, 특정 탄수화물 등이 충분하지 않고 선수에게 생고기가 제공되는 등 음식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우리나라 선수들도 밖에서 조리한 도시락을 매일 제공받았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조리사 15명을 프랑스 파리로 파견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2020 도쿄 올림픽에 등장해 논란이 됐던 ‘골판지 침대’가 또 등장했습니다. 스웨덴 여자 핸드볼 대표팀 선수들은 새로운 매트리스를 구입해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일부 선수들은 “잠을 못 자는 건 참을 수 없다”며 고충을 호소했습니다.
대한민국에 “북한!”
개회식 때 외교적 실수
올림픽 시작과 함께 가장 많이 입길에 오르내린 논란은 개회식 때 주최측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을 북한이라고 소개한 것입니다. 지난 27일(현지시각) 개회식 때 대한민국 선수단은 206개 출전국 중 48번째로 입장했는데요. 이때 장내 아나운서는 우리나라를 북한이라고 소개했습니다. 153번째로 북한이 입장할 때는 제대로 소개했습니다. 참가국 중 우리나라만 사라진 셈이 됐습니다. 이에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외교부도 항의 의견을 전달했는데요. 바흐 위원장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직접 사과했습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하계, 동계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로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번 일에 많이 놀라고 당혹스러웠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당부했습니다. 이밖에 올림픽 주최측은 우리나라 외에도 남수단의 국가를 잘못 틀거나, 튀르키예와 튀니지를 혼동하는 등의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기괴함으로 가득 찼다’
개회식 영상 내리기까지
이번 올림픽 개회식은 전 세계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유구한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경기장이 아닌 야외에서 개회식을 열었기 때문인데요. 센강을 중심으로 파리 전체를 배경으로 해 프랑스의 역사와 이념을 잘 담아낸 개회식을 했다고 호평받았습니다. 그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몇몇 장면들이 논란이 됐는데요. 다양한 성 정체성을 존중하는 프랑스의 포용성을 드러내기 위한 연출들이 특히 그랬습니다. 여장을 한 남성 무용수들, 거의 알몸 차림의 가수, 목이 잘린 마리 앙투아네트 퍼포먼스 등이 이목을 끌었는데요. 이 가운데 논란의 절정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패러디 장면이었습니다. 무대 중앙에 술과 욕망의 신 디오니소스를 패러디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프랑스 가수 필리프 카트린느인데요. 사실상 나체에 가까운 파란 망사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남성 댄서의 안무 중 성기 일부가 반바지 아래로 드러난 것인데요. 논란이 커지자 IOC 측은 결국 해당 영상을 미디어 플랫폼에서 삭제했습니다. IOC 측은 해당 영상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요. 2012년 런던, 2018년 평창은 물론 2024 강원 청소년 동계올림픽 개회식 영상도 아직 남아있는데 왜 최근 개회식 영상을 지운 것일까요? 시사한 바가 많은 삭제입니다.
'메시지' 치중 올림픽
시청자 반감 키웠다
이번 개회식의 감독을 맡은 프랑스의 배우 겸 예술 디렉터 토마 졸리는 이번 개회식에 대해 “프랑스의 문화와 언어, 종교, 성적인 다양성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실제로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행사가 상당수 준비됐는데요. 그러나 각종 퍼포먼스들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에 너무 치중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PC라는 주제는 아직도 여러 나라에서 찬반 대립이 뜨거운 사안입니다.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뉘앙스의 묘사는 등 종교계의 반발을 불러왔고, ‘최후의 만찬’을 따라한 퍼포먼스는 기독교계의 불만을 샀습니다. ‘최후의 만찬’에 등장한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 디오니소스 패러디는 ‘올림픽과 무슨 상관이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올림픽은 ‘화합의 장’
본질 잊지 말아야
지금껏 소개한 문제 외에도 논란은 더 있는데요. 몇몇 선수들은 파리 올림픽에서 히잡 착용 금지 조치에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인도와 스페인전의 유도 시합에서 판정 논란이 제기되는 등 경기 진행 부분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모든 올림픽은 늘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이기 마련인데요. 인권 문제에 부닥친 베이징 올림픽이 그랬고 도핑 논란에 휩싸인 소치 올림픽이 그랬습니다. 세계대전으로 인해 중단되기도 했고, 근래에는 국가 간 국력 과시의 장으로 변질한 경향도 있습니다. 물론 문제가 있었다고는 해도 전 세계의 공통 현안인 환경 문제, 성 소수자 등 인권 문제를 거론한 프랑스의 시도는 평가받을 만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축제의 주인공인 선수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관람객들이 공감하지 못한다면 과유불급일 수밖에 없습니다. 올림픽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스포츠를 통한 화합입니다. 잊어선 안 될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