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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 홈페이지가 마비됐습니다. 저렴한 분양가의 '로또 청약'과 소위 '줍줍'이라고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 예비 청약자가 대거 몰렸기 때문인데요. 1일 토마토Pick에서는 일명 '로또 청약'이 생겨나게 된 이유와 그에 따른 부작용, 명암 등을 정리했습니다.
'청약홈' 홈페이지 마비
지난달 29일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 홈페이지 접속이 마비됐습니다. 이날 오전 9시 부동산원 홈페이지를 통해 아파트 청약 접수를 시작한 직후였는데요. 당시 예상 대기시간이 1시간, 대기자가 10만 명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신청자가 몰려 오후 한때 대기시간은 700시간, 대기자는 250만명 규모로 급증했죠. 이후 부동산원은 시간과 일정을 연장했지만, 그 이후에도 접속 지연 현상은 한동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관련기사
왜 사람들이 몰렸을까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당시 진행한 래미안 원펜타스 특별공급에서 114가구 모집에 4만183명이 신청하여 평균 35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생애 최초 공급에 가장 많은 2만1204명이 신청했으며 신혼부부(1만1999명), 다자녀가구(6069명), 노부모 부양(818가구), 기관 추천(93명) 순으로 이어졌는데요. 래미안 원펜타스의 분양가는 국민평형이라고 불리는 전용 84㎡ 기준으로 23억원 중반대로 약 20억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입주한 인근의 래미안 원베일리는 전용 84㎡가 지난 5월 42억3000만원에 매매 거래가 체결된 바 있습니다. 또한 원펜타스 특별공급과 함께 진행한 '동탄역 롯데캐슬' 계약 취소분 4가구 중 신혼부부 특별공급 2가구에도 청약자들이 몰렸는데요. 2가구 중 전용면적 65㎡ 1가구 모집에 2444명, 전용 84㎡ 1가구 모집에 7413명이 청약했습니다. 동탄역 롯데캐슬의 분양가는 지난 2017년 12월 당시 공급 가격으로 나와 역시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관련기사
가격 차이가 왜 이렇게 날까
아파트 분양가와 시세 차이가 큰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와 ‘집값 급등’이 꼽힙니다. 지난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시행 이후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2005년 투기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했는데요.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 분양 가격을 ‘택지비+건축비’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후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청약에 나온 아파트 가격과 일반 매물의 가격차는 더욱 벌어졌죠.☞관련기사
이어지는 ‘로또청약’
이런 상황에서 서울 강남권 알짜 일반분양 물량이 대거 풀릴 예정이어서 수도권 청약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달 초에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 레벤투스 청약이 진행될 예정인데요. 분양가는 84㎡ 기준 22억2000만원 수준으로 인근 대치아이파크 84㎡ 시세가 34억원 내외, 래미안대치팰리스1차 동일타입이 38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1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노리는 청약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공사비 협상으로 빚어졌던 갈등이 봉합된 강남구 청담르엘(청담삼익 재건축),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방배5구역 재건축)까지 9월 일반분양이 예고된 상황입니다. 일단 업계에서는 중복청약이 가능한 만큼 이번에도 경쟁률이 높게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당장 실수요가 아니더라도 임대차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루며 일단 소유하고자 하는 수요도 적지 않다”며 “상반기에 보기 힘들었던 수백대 1의 치열한 청약 전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관련기사
'수도권 청약시장' 활황세
그 배경은…
-수도권 인기 지역 분양 개시 : 지난달 2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7월(26일) 수도권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95.75대 1로, 직전달(8.02대 1) 대비 12배가량 상승했습니다. 시장에선 분양가가 갈수록 치솟고 있어 조금이라도 분양가가 낮을 때 청약에 나서려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수도권 청약시장 열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업계에선 최근 수도권 청약 열기가 달아오른 데 대해 경기 성남, 과천, 화성 등 수요자들의 관심이 큰 지역에서 인기 단지가 분양에 나선 점을 배경으로 꼽습니다.☞관련기사
-높은 전셋값·고분양가 추세 : 시장에선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한국부동산원 주간 조사 기준으로 1년 넘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고분양가 추세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수도권 청약시장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원의 ‘7월 넷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8% 오르며 62주째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장 분위기가 크게 좋아졌고, 전세가가 오르고 분양가도 계속 상승하고 있어 당분간 수도권 청약 경쟁률은 치열할 전망”이라고 설명했습니다.☞관련기사
-청약 제도 규제 강화 여파 : 지난 정부는 청약시장이 과열됐다면서, 수도권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민간 주택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했습니다. 청약 자격은 철저히 무주택자 위주로 가점을 적용해 당첨 우선순위를 부여했는데요. 그러나 이런 규제가 오히려 청약 시장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은 주택이 시세보다 현저하게 저렴해지면서 청약 시장이 로또판처럼 변질된 것이죠.☞관련기사 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즉시 주택 시장이 침체했을 때를 활용해 보다 적극적으로 청약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했더라면, 이 같은 로또 열풍이 덜했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습니다.☞관련기사
수도권 부동산 활황세의 이면
지방은 미분양 적체 심화
수도권 청약 경쟁이 과열되고 있지만 정작 지방에서는 미분양 적체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건축비 상승으로 분양가도 오르면서 지방의 청약시장은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7월 미분양 물량 전망지수'는 110.3으로 나타났습니다. 미분양 물량 전망지수가 100을 넘으면 미분양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는 사업자가 많다는 뜻입니다. 이 지수는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웃돌고 있는 상황이죠. 업계에서는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한 할인행사를 이어가고 있으나 지방 미분양 현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관련기사
청약 쏠림에 이어 세대 갈등까지
청약시장은 청년과 신혼부부, 출산 가구 등 2030세대에 당첨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개편 방향이 세대 간 갈등을 키울 우려가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공공분양에서 청년 특별공급을 신설하고, 가점제였던 일반공급에 추첨제를 도입했습니다. 민간분양에서도 일반공급 추첨제를 확대하는 한편, 신생아 특별·우선공급도 만들었죠. 민간분양에서 신생아 우선공급을 20%에서 35%로 늘렸고 공공분양에서 일반공급 50%를 출산한 가구에 우선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청약제도가 이렇게 개편되면서 중장년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당첨될 수 있는 일반공급 물량이 줄었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이에 한 부동산 전문가는 “원래 청약은 납입을 오래 할수록 유리한데 바뀐 제도를 보면 납입 기간이 큰 의미가 없게 됐다”며 “정부에서 만든 다수 제도가 신혼부부와 신생아 가구라는 특정 수요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 특정 대상에 기회를 여러 번 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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