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미국 민주당에서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시작됐습니다. 민주당에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후보 사퇴 선언 이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독주 체제였습니다. 이번 전당대회 역시 사실상 해리스 부통령을 위한 대관식으로 진행되는 양상입니다. 그렇다면 대관식을 치르는 해리스 부통령은 어떤 사람일까요? 그리고 왜 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항마로 떠올랐을까요? 토마토Pick이 민주당의 새 주자, 해리스 부통령을 조명했습니다.
바이든의 오른팔
대권주자로 떠오르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020년 미 대선에 출마를 선언했으나 이내 기권,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활약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그의 파트너로서 미국의 국정 전반을 진두지휘했는데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대응 및 포스트 코로나 대비, 그 외 각종 경제정책을 도맡았습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상황에 어긋나는 말을 하는 등 토론회에서 잇단 실수를 하고 이후 지지율 폭락으로 인해 사퇴한 직후 출마를 선언, 일약 민주당의 실질적 대선주자로 발돋움했습니다.
해리스로 대동단결
전현직 대통령도 가세
사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설이 돌 때부터 잠재적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됐지만, 그의 출마 후 당선을 유력하게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외부적으로는 ‘트럼프 대세론’이 커졌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미셸 오바마 여사의 출마가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셸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민주당 출신의 조 바이든,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등 전현직 대통령들이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까지 지지를 표하자 민주당 의원들도 해리스 부통령 아래 일치단결했습니다. 민주당의 당론이 해리스 부통령으로 통일된 것입니다.
-조 바이든 :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서 내 의무를 다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 2020년 민주당 후보로서 제가 내린 첫 번째 결정은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선택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제가 내린 최고의 결정이다. 해리스가 후보가 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버락 오바마 : "당신을 지지하게 돼서 자랑스럽다. 미셸과 내가 당신이 선거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하려고 전화했다."
-빌 클린턴 : "해리스를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낸시 펠로시 : "그녀가 11월 대선에서 우리를 승리로 이끌 것을 전적으로 확신한다."
검사 출신 부통령
트럼프 대항마로
“저는 트럼프 같은 유형을 잘 압니다(I know Trump's type)”. 해리스 부통령이 곧잘 하는 말인데요. 이는 과거 검사 출신 이력을 강조함과 동시에 공화당 대선주자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각종 추문들을 저격한 말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해리스 부통령은 여러 방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상극인 인물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와 민주당의 내홍 수습,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실언 및 재판으로 3~4주 사이에 양측의 지지율은 엇비슷해졌습니다. 상당수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앞선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다수가 오차범위 이내의 차이이기는 하나,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이던 시절 오차범위 이상의 차이로 민주당 후보가 열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추격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책도, 이념도…
트럼프와 정반대
해리스 부총리는 여러 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상극이었습니다. 흑인 여성과 백인 남성이라는 점에서 그랬고 진보와 보수라는 점에서 그랬습니다. 이러한 큰 차이는 정책 등 여러 방면에서 드러났습니다.
△대북정책
-트럼프 :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과거 정상회담을 가진 점을 들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자신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방위비 인상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해리스 : 해리스 부통령은 대북정책 전반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우리나라, 일본과의 협력을 통한 확장억제가 대표적입니다.
△연방준비제도(Fed)
-트럼프 :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앙은행의 독립을 보장하는 기존의 관행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대통령의 개입을 시사한 것입니다.
-해리스 : 해리스 부통령은 오히려 독립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연준 결정에 절대로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낙태권
-트럼프 :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권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과거에는 낙태 문제에 날 선 비판을 했으나 여성 유권자로부터 지지세가 하락하면서 최근에는 말을 아끼는 양상입니다.
-해리스 : 해리스 부통령은 낙태권 복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세금
-트럼프 :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 계층에 감세를 공약했습니다. 감세 정책은 과거 대통령 시절에서부터 추진해온 일 중 하나입니다.
-해리스 : 해리스 부통령은 부자 증세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일이기도 합니다.
△난민 문제
-트럼프 :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장벽을 건설할 정도로 난민 문제에 부정적입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도 바이든 정부의 국경 개방이 죄수와 테러리스트의 유입을 초래했다고 비난했습니다.
-해리스 : 해리스 부통령 측은 이민 문제와 범죄를 분리해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민 문제에 대해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트럼프 :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비용 지원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아울러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전쟁을 끝낼 것이라 장담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포기하도록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해리스 : 해리스 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지원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이전부터 미국이 힘을 보태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했습니다.
해리스, 상승세 이어 갈까
트럼프, 다시 뒤집을까
트럼프 대세론은 해리스 부통령의 등장과 함께 쏙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러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돌출행동이 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광폭 행보에 대한 반작용으로 상승세를 얻고 있지만,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에 놓인 현안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요. 대표적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전쟁이 있습니다. 미국, 정확히는 바이든 정부가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200여곳 이상의 팔레스타인 단체가 전당대회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습니다. 대관식이 피로 물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죠.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을 낙마시킨 TV토론회도 아직 2회나 남았습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남은 3회(대통령 후보 2회, 부통령 후보 1회) 외에 추가 토론을 제안했지만 해리스 부통령 측이 거부한 바 있습니다. 과연 해리스 부통령이 위기를 뛰어넘고 상승세를 이어갈까요? 아니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 번째 반전드라마를 써낼까요? 11월 선거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고, 예상치 못한 변수는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