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 플랫폼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배달 수수료를 둘러싼 자영업자들의 반발과 이중가격제를 놓고 쿠팡이츠와 공방을 벌이는 등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상황인데요. 최근엔 입점업체와의 상생을 위한 ‘상생협의체’에서 점주들에게 가격 할인 동참을 요구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배민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질타의 대상이 됐습니다. 배달의민족이 왜 이런 비판을 받고 있는지 토마토Pick이 짚어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10년 전인 2014년 광고계 최대 화제작으로 꼽힌 배달의민족의 광고 카피입니다. 우리라는 동질감을 심어준 절묘한 광고에 더해 늘어나는 배달 수요를 일찌감치 포착한 탓에 배민을 곧바로 업계 1위에 올라섭니다. 이후로 상생 중심의 기업 혁신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배민은 장기집권 왕좌를 공고히 했습니다.
-40억달러 매각이 변곡점 : 하지만 그로부터 6년 뒤인 2020년, 배민이 독일의 음식 배달 서비스 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40억달러(4조8000억원~5조원)라는 높은 가격에 인수되면서 상황이 다소 달라졌습니다. DH가 큰돈을 들여 인수한 만큼 이익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시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는데요. ‘중개 수수료’ 인상에 대한 업주들의 불안감도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배민은 “수수료 인상은 없다”고 일축했지만, 업계 최저 수준의 6.8% 수수료율은 올해 7월로 끝이 납니다.
배민, 수수료 전격 인상
배민은 지난 7월 6.8%였던 수수료를 9.8%로 3%포인트 인상하는 안을 전격 발표합니다. DH에 인수된 지 4년 만입니다. 이로써 배민은 쿠팡이츠와 동일한 9.8%의 수수료를 받게 됐는데요. 3위 업체인 요기요가 12.8%였던 수수료를 9.7%로 낮추기로 하면서 배달앱 3사의 중개 수수료는 비슷한 수준이 됐습니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에 업주들은 당연히 폭발했는데요. 그동안 배달앱에 내는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던 상황에서 배민의 조처가 도화선에 불을 붙인 셈이 됐습니다. 급기야 외식업계는 지난달 27일 배민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합니다. 배민이 가격 남용, 자사 우대, 최혜 대우 등을 요구하며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업주들 "팔수록 손해" : 업주들의 반발은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습니다.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주문 수가 급격히 늘어났지만 식자재값·인건비·임대료 상승 부담에 더해 정률제 수수료까지 오르니 ‘팔수록 손해’인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고객이 2만원 어치의 음식을 주문하면 수수료(9.8%) 1960원, 업주 부담 배달비 1900~2900원, 결제정산 이용료(3%) 600원, 부가세 546원 등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 비용이 5006원~6006원에 이릅니다. 많게는 주문 금액의 30%가량이 배달료인 셈입니다.
배민 수수료 인상 배경은?
배민의 중개 수수료 인상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국 '재원 확보'를 위한 수익성 끌어올리기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일각에서는 모기업인 DH의 영향도 거론하고 있는데요.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으로 4억유로(6000억원)의 과징금을 받을 위기에 처한 DH가 경영난을 겪고 있어 배민에 수익성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DH는 지난해 배민의 호실적에 4127억원의 배당금을 챙겨간 바 있습니다. 올해 역시 실적에 따라 DH가 대규모 배당금을 챙겨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거센 후폭풍…1위 아성 ‘흔들’
배민의 수수료 인상에 따른 후폭풍은 컸습니다. 입점 업주와 사용자 이탈이 늘기 시작하면서 위기도 표면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민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263만명을 기록했는데요. 전월과 비교해 0.8% 감소했습니다. 반면 2위 업체 쿠팡이츠의 MAU는 같은 기간 3.2% 늘어난 837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쿠팡이츠는 무료배달 경쟁이 시작된 지난 3월과 비교했을 때 211만명이 늘어나며 약진했는데요. 배민을 맹추격하는 모습입니다.
-이중가격제 '네탓' 공방 : 양사의 이 같은 경쟁 상황은 설전으로도 이어집니다. 배달앱의 높은 수수료율로 불거진 매장과 배달앱 가격이 다른 ‘이중가격제’ 논란을 두고 양 사가 ‘네 탓’ 공방을 벌였기 때문인데요. 쿠팡이츠는 이중가격제 원인이 배민이라고 저격했고, 배민은 왜곡된 자료로 쿠팡이츠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음식값 할인이 상생안? : 배민은 또 입점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마련된 자율협의체에서 업주가 음식값을 할인하면 수수료를 인하하는 상생안을 제시해 논란이 커졌는데요. 배달앱 매출액 기준 상위 60% 점주에게는 기존과 같은 9.8%의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이보다 매출이 낮은 점주에게는 수수료를 차등 적용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낮은 중개 수수료율을 적용 받더라도 음식값을 내릴 경우 얻는 혜택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어 업주들의 반발만 거세진 상태입니다.
-여야, 한목소리로 질타 : 결국 배민은 수수료 인상 등의 이슈로 올해 국감에 소환됐는데요.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회사 이름을 우아한형제들이 아니라 추악한형제들로 바꿔야 된다”라며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 역시 “DH는 배민을 최대한 쥐어짜고 배민은 입접업체를 쥐어짜서 그 돈을 독일로 가져가려 한다”고 질타했습니다.
새 대표 선임, 다시 상생할까?
배민은 최근 새 대표로 튀르키예 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 ‘트렌디욜 고’ 창업자인 김범석 CEO를 내정하며 분위기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기업인 DH의 기조 변화가 없는 한 대표의 교체가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내년으로 예정된 김 대표 취임 후 배민이 다시금 상생의 사업 방향을 밟아갈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