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막을 내렸지만 아직도 열기가 뜨겁습니다. 어록이 회자되고 프로그램에 출연한 셰프와 심사위원들이 다른 방송에 나와 후일담을 전하며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죠. 어딜 가도 흑백요리사가 언급되면서 뒤늦게 찾아보는 시청자도 적지 않습니다.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이 확정되면서, 종영에 대한 아쉬움이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기대감으로 바뀌었습니다. 흑백요리사가 시청자와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단순 재미 때문은 아닙니다. 권위에 도전해 실력으로 승리를 거머쥐는 통쾌함과 정상급 셰프들의 노력, 히스토리에 대한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은 의미를 갖습니다. 또한 흑백요리사가 세계적으로 조명되며 한식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토마토Pick에서 대한민국을 들썩인 흑백요리사를 파헤쳐 봤습니다.
예약 대란…협업도 활발
흑백요리사에 대한 인기와 관심은 가장 먼저 출연진들이 운영하는 식당 예약으로 이어졌습니다. 방영 초기부터 식당 리스트가 만들어졌고, 이미 예약이 꽉 차 방문할 엄두를 내기가 어려운 수준입니다. 흑백요리사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권성준)의 식당 예약에 11만명이 몰리며 예약 애플리케이션이 일시 마비됐고, 예약권이 70만원에 올라오는 등 '암표 거래' 시도가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출연 셰프와 기업의 협업도 활발합니다. 편의점 CU의 경우 나폴리 맛피아가 경연에서 선보인 '밤 티라미수'를 빠르게 제품으로 출시해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GS25가 만찢남(조광효)과 손잡고 선보인 중식 '라즈지'와 '해물누룽지탕'도 출시 20여분 만에 완판됐습니다. 백화점·호텔·식품업계 등 곳곳에서 흑백요리사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도 가세했는데요. 강원도 철원군은 철원오대쌀을 알리기 위해 남영탉(오준탁)과 협업해 팝업레스토랑 운영에 나섰습니다.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흑백요리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20인과 알려지지 않은 재야의 고수 셰프 80인이 펼치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각각 '백수저'와 '흑수저'로 계급을 나눠 진행하는 말 그대로 '요리 계급 전쟁'입니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전국 만 20~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흑백요리사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흥미를 끌었던 요인으로 '심사위원'이 36.4%의 응답률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백수저와 흑수저 요리사의 대결 구도'(28.6%) △'출연 셰프들이 각 미션을 통해 만든 요리'(20.3%) △'100인의 참가 셰프 라인업'(6.3%) △'대규모 세트장 스케일'(4.3%) △'서바이벌 형식의 미션 진행 방식'(4.1%)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가장 깊은 인상을 준 미션으로는 흑수저 한 명이 백수저 한 명을 상대하는 2라운드 미션이 뽑혔는데요. 42.3%의 응답률로 가장 높았습니다.
-권위에 도전한다 : 80명 중에서 살아남은 20인의 흑수저 셰프들은 백수저 셰프와 오직 실력으로 일대일 대결을 펼쳤습니다. 여기서 공정성을 더하기 위해 심사위원의 눈을 가린 대목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습니다. 백수저가 연승하며 실력 차에 대한 확신이 서는 찰나, 흑수저가 백수저를 꺾는 이변을 만들어 내며 통쾌함은 배가 됐습니다. 후반부 미션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화려한 요리 쇼와 더불어 오직 실력으로 승부를 겨룬다는 점에서 대중들이 대리만족을 느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매력적 캐릭터도 한몫 : 출연진별로 각기 다른 캐릭터도 인기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됩니다. 흑수저 셰프로 분류됐지만 실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한 셰프들이 있는가 하면, 이미 방송을 통해 잘 알려져 있지만 탁월한 리더십으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셰프도 있었습니다. 재미교포 2세 셰프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던 경험을 여과 없이 털어놓으며 진한 감동을 더했습니다. 외식업계 대가로 통하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국내 유일 미쉘린 3스타 레스토랑의 안성재 셰프의 '케미'도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요식업계에 도움될까?
흑백요리사가 보여준 긍정적 에너지가 침체된 요식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 쏠립니다. 고물가 시대 장기화로 지갑이 얇아지면서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더욱이 외식 물가의 고공행진으로 밖에서 사먹기보다 저렴한 집밥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어려운 상황을 감내해 온 요식업계는 이번 흑백요리사에 보여준 대중의 관심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활로를 모색할 힌트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흑백요리사 셰프의 식당 매출은 이전 대비 2~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흑백요리사 셰프뿐만 아니라 다른 유명 셰프의 식당까지 관심이 퍼지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식당 예약 대란은 일부에 국한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남은 과제 '한식 세계화'
해외에서도 흑백요리사가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한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외신도 흑백요리사의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이 프로그램은 팬데믹 이후 어려움을 겪던 한국 외식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해당 셰프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예약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홍콩 언론 AM730은 "단숨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 40곳이 생겼고, 사람들이 한국을 여행해야 할 이유가 됐다"는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앞으로 한식을 널리 알리고 나아가 여행객들의 발길을 한국으로 향하게 하는 과제로 남았습니다. 전해웅 한식진흥원 이사장 직무대행은 지난 22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금 한류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핵심이 한식이라고 생각한다"며 "물이 들어오는 지금 노를 한번 힘차게 저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K콘텐츠로서 흑백요리사의 역할은 충분했습니다. 이 기세를 몰아 K푸드의 위상을 더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하겠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