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인가구는 2000년대 들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혼인율이 감소하면서 미혼가구가 늘었고, 고령화에 따라 노인 단독가구도 많아졌습니다. 전체 가구 중 1인가구 비중은 2000년 15.5%에서 지난해 35.5%까지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 4인가구 비중이 31.1%에서 13.3% 감소한 것과 대비됩니다. 1인가구 인구는 늘었지만, 이들의 삶은 더 팍팍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토마토Pick에서 팍팍한 1인가구의 살림살이를 숫자로 살펴봤습니다.
월소득 315만원, 생활비 비중 40.8%
통계청 ‘인구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 1인가구는 2023년 기준 783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5.5%를 차지합니다. 이는 한국 가구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으로, 전통적인 가족 형태인 4인 이상 가구(370만 가구)의 2배 수준입니다. 1인가구 증가는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국내 1인 가구는 2030년 전체 가구의 38.6%(901만 가구)에서 2040년 42.3%(988만 가구)를 거쳐 오는 2050년에는 41.7%(972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는 2017년부터 매년 ‘한국 1인가구 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이 보고서를 보면, 1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15만원이었고, 이중 128만원(40.8%)을 주거비와 식비, 여가비 등 생활비로 지출했습니다. 월 소득 중 생활비 비율은 2022년(38.7%)에 비해 2.1%p 증가했는데, 높은 물가와 금리 등으로 생활비와 대출금 상환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생활비와 저축 등을 하고 남은 여유자금은 전체의 16.2%로 2022년(20.1%)보다 3.9%p 줄었습니다.
-1인가구 절반 이상은 '부업 중' : 이번 보고서에서는 1인가구가 부업을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눈에 띕니다. 2024년 1인가구의 54.8%가 부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42.0%)보다 12.8%포인트(p) 증가한 수치입니다.
부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여유·비상자금 마련’(38.7%)이 꼽혔습니다. 광고를 시청하거나 미션을 수행하고 보상을 얻는 애플리케이션 재테크인 ‘앱테크’가 42.1%로 가장 많았고, ‘소셜 크리에이터·블로거’(6.2%), ‘서비스직 아르바이트’(3.8%)가 뒤를 이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부업 인구는 57만5천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는데, 생계 부담이 더해지고 일의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부업 인구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외로움'보다 경제적 걱정이 우선 : 1인 생활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안정’이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1인가구의 3대 걱정거리로 ‘경제적 안정’(22.8%), ‘외로움’(18.1%), ‘건강’(17.0%)이 꼽혔는데요. 2022년 조사에서는 ‘외로움’(19.6%), ‘경제적 안정’(19.1%), ‘건강’(16.7%) 순이었습니다. '경제적 안정'이 ‘외로움’을 제치고 제 1순위 고민이 된 셈입니다.
월세 45.1%, 하루 평균 1.8끼
주거 형태의 경우, 1인가구는 ‘연립 및 다세대 주택’(38.4%) 거주가 가장 많았고, 이어 ‘아파트’(30.7%), ‘오피스텔’(22.2%) 순이었습니다. 2022년과 비교해 ‘연립 및 다세대주택’(35.3%) 거주자는 3.1%p 증가한 반면 ‘아파트’(36.2%)는 5.5%p 감소했습니다. ‘오피스텔’(19.6%)은 2.6%p 증가했습니다. 1인가구 가운데 ‘자가’ 거주자가 21.8%, ‘전세’ 거주자가 30.0%, ‘월세’ 거주자가 45.1%로 조사됐습니다. 2년 전보다 ‘월세‘ 비중은 8.9%p 증가한 반면 ‘자가’(-6.2%p)와 ‘전세’(-2.1%p) 비중은 감소했습니다.
1인가구에게 가장 중요하지만 챙기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끼니입니다. KB금융그룹 보고서에서 한국 1인가구는 주간 평균 12.9끼, 하루 평균 1.8끼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같은 조사(주간 평균 15.5끼, 하루 평균 2.2끼)에 비해 끼니를 챙기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혼밥을 할 때 ‘직접 밥을 해서’(60.4%) 먹는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음식을 배달해서’(31.6%), ‘인스턴트 음식이나 밀키트를 이용해서’(23.3%) 등의 순이었습니다.
생활 만족도는 소폭 상승
1인가구의 삶이 경제적으로는 조금 더 힘들어 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지만, 생활 만족도는 소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끕니다. KB금융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1인 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1인가구는 71.2%로 2022년(68.2%)에 비해 증가했습니다. 2022년과 비교해 ‘여가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6.1%p), 이는 코로나19 이후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서 일상생활과 여행 등이 자유로워진 데 따른 결과로 보입니다.
엔데믹의 영향으로 해외여행 인구가 다시 늘면서 1인가구도 35.1%는 ‘2023년 이후’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52.0%는 ‘올해 해외여행 계획이 있거나 고민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해외여행을 계획하거나 고민하는 1인가구의 예상 경비는 ‘100~200만원 미만’(44.2%)이 가장 많았으며, 20대의 경우 절반 이상(54.0%)을 차지했습니다. 50대에서는 ‘500만원 이상’을 지출하겠다는 응답자가 12.4%를 기록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