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우리나라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들어섰습니다. 국민이 직접 뽑은 리더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정치뿐 아니라 경제, 외교, 안보 등도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는데요. 우리 만큼은 아닐 수 있지만, 이러한 리더십 부재를 겪고 있는 나라들이 꽤 많습니다. 특히 민주주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의 위기가 눈에 띄는데요. 토마토Pick은 연말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는 세계의 지도자들을 살펴봤습니다.
'정부 붕괴' 위기의 마크롱
최근 프랑스는 내각 불신임으로 인해 정부가 62년만에 붕괴하는 등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정치권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원인은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의회 승인 없이 2025년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극좌 연합과 극우 연합이 뭉치는 이례적인 풍경도 연출되고 있습니다. 물론 의회의 반발과 민중들의 하야 요구가 예산안 때문만은 아닙니다.
-의회와 불화 : 이번 예산안이 통과될 때 마크롱 정부는 헌법 제 49조3항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정부가 의회 표결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인데요. 마크롱 정부는 2022년부터 10차례 이상 이 조항을 이용하며 국회를 깡그리 무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거부권 행사를 보는 느낌입니다.
-정책 실패, 경제위기 :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는 연금개혁 등의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연금개혁은 특히 많은 분노를 샀고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면서 물가는 치솟고 성장이 둔화하는 등 경제위기도 마크롱을 더 코너로 몰았습니다.
독, '연정 붕괴' '조기 총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연정이 붕괴하면서 사실상 탄핵됐습니다. 지난 16일 독일 연방의회는 숄츠 총리에 대한 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07표, 반대 394표, 기권 116표로 부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2월 조기총선이 확정됐는데요. 프랑스에 이어 독일까지 총리가 불신임되면서 양국을 넘어 유럽연합(EU)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호등 연정 붕괴 :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를 이끄는 숄츠 총리는 2021년 9월 총선 이후 녹색당, 자유민주당(FDP)과 연계하는 ‘신호등 연립정부’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숄츠 총리가 FDP 대표인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장관을 해임했고, FDP가 연정을 탈퇴하면서 신호등 연정도 붕괴됐습니다.
-경제위기 : 독일의 경제위기는 연정 해체를 초래할 만큼 심각한 실정입니다. 최근 안정세를 찾았다고는 하지만 물가상승률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보다 높아졌으며,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유로존 국가 중 최저 수준입니다. 정부 대응이 미진했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국민 신뢰까지 추락했습니다.
위기의 트뤼도, 사퇴 임박?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최근 사임설이 나돌 정도로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면서 결국 사퇴를 종용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위기와 내각분열 : 캐나다는 계속해서 오르는 물가와 이로 인한 생활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주택공급 부족 문제까지 떠오르면서 집권 9년차인 트뤼도 총리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수년간 트뤼도 총리의 자유당과 함께한 신민주당(NDP)도 경제위기 장기화와 해법에서의 이견으로 지난 9월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최근 재정문제로 트뤼도 총리와 갈등을 벌이던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도 기습 사임했습니다. 프리랜드 부총리는 트뤼도 총리와 각종 정책에서 의견이 맞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내각까지 갈라지자 총리 사퇴 요구에도 점점 힘이 실리는 추세입니다.
'무리한 정책', '경제 실패'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 7월 14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루며 영국 총리로 취임했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이민자 △공공의료 조세 △복지 부문 정책에서 국민적 반발을 샀고, 취임 반년만에 호감도 26%, 비호감도 52%의 급격한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습니다. 저조한 지지율로 위기를 맞은 정부수반들은 경제정책에서 실패했다는 것 외에도 대중들의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한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가 정치적 신뢰를 깎아먹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 이런 문제가 두드러졌는데요. 유럽은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우클릭 기류가 감지되면서 좌익, 중도로 분류되는 세력이 고배를 마시고 있습니다.
독불장군들, 불안한 질주
반대로 극단적 공약 등으로 훨훨 날고 있는 지도자들도 있습니다. ‘관세맨’을 자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표적이죠.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독불장군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앙은행 폐쇄와 달러로 법정화폐 전환 등 무리한 공약을 내세웠지만, 현재는 극단적 재정지출 축소로 살인적 물가를 잡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대가로 실업률이 치솟고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국가예산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한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2월 대선 지지율 80%에 육박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최근엔 비트코인 정책 후퇴를 선언하고 IMF와 구제금융 협약을 맺었습니다.
'탄핵 대통령' 더는 없어야
극단적 포플리즘 정책은 대중들의 '반짝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언젠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청난 환호를 받는 듯 보이는 리더가 한순간에 '폭망'하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우리나라의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처럼 극단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사례는 전세계적으로도 찾기 쉽지 않지만요. 우리 정치권에서는 벌써 '벚꽃대선’, ‘장미대선’ 등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는 백척간두 위기에 몰리는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아야 합니다. 정국이 수습되면, 이런 대통령이 나오게 된 이유와 구조적 원인 등에 대한 전사회적 성찰이 필요해 보입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