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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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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분장 제도화

2025-01-1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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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해에 태어나신 할머니께서는 정확히 한국 나이로 100세를 채우고 돌아가셨습니다. 오래 사신 만큼 할머니는 노인이 된 자식과 생의 마지막을 함께 보내셨는데요. 여든에 가까운 큰아버지 부부께서 할머니를 모셔야했지요.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이른바 '노노부양'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는 '장수'를 참 미안해하셨습니다. 후손들의 노고를 생각해 당신이 떠난 뒤에는 묘지를 조성하지 말고 화장 후 "허공에 뿌려달라"는 말씀을 하곤 하셨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 후손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했던 할머니. 평소 유언대로 장례는 수목장으로 진행됐는데요.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기는 마찬가지지만 할머니의 흔적이 지워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할머니께서는 마음 편하게 훨훨 날아다니실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상당수 국가에서 화장한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바다장이 보편적인 장례 문화로 자리 잡은 가운데, 우리 정부도 이달 분말 형태의 유골을 자연에 뿌리는 '산분장(散粉葬)'을 합법화했습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한 해 사망자가 30만명을 넘어서자 납골당·수목장 등 시설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서입니다. 가뜩이나 좁은 국토에 묘지가 난립하더니 이를 봉안시설이 대체하면서 죽어서도 '주택난'에 시달렸던 셈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데나 유골을 뿌리는 게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는 24일부터 시행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육지의 해안선에서 5km 이상 떨어진 해양'과 '산분을 할 수 있는 장소나 시설을 마련한 장사시설'로 제한됩니다.  
 
해양의 경우 개인이 배를 이용해 나갈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이 클 수 있습니다. 대안으로 해양장을 이용한다면 이마저도 인천, 부산 등 두 곳에만 국한돼 있어 아직은 접근성이 떨어져 갈 길은 먼데요. 영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처럼 생활 반경 내에 산분장을 할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하거나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사진=언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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