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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견과 단견

2025-03-1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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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은 젠더 관점에서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하는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언론공개회를 25일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갖고 약 90여 건의 불교미술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불교미술에 담긴 여성의 염원과 고뇌, 공헌에 주목하고, 동시대적 의미를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사진은 일본 16세기의 '아미타여래이십오보살내영도'. (사진=뉴시스)
 
"결정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항상 됨(상견)에 집착하는 것이고, 결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견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있다거나 없다는 데 집착해서는 안 된다."
 
책에서 보았던 구절이 생각 나는 요즘입니다. 불교 사상가인 나가르주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헛된 시각을 '상견'과 '단견'이라는 두 가지로 정리했는데요.
 
상견은 세상은 어차피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입니다. 인도철학에서는 상견을 인중유과라고도 부릅니다. 원인 속에 결과가 있다는 뜻으로, 지금 당신이 잘나가는 것은 당신이 잘해서이고 그 삶은 필연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단견은 세상은 어차피 변하기 때문에 내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인도철학에서는 단견을 인중무과론으로 설명합니다. 삶은 밑도 끝도 없이 다 우연이라는 것이죠.
 
결국 나가르주나는 '언제든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 있음을 인지하고 그런 순간에 상견이나 단견으로 빠지는 것을 절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쉽게 풀면, 무언가가 있거나 또는 없어도 어느 한쪽에 의지하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건데요.
 
최근 저는 상견에 집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것들은 꼭 손에 쥔 채 제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얻어내려고 했습니다. 한번은 친구가 "세상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하길래 "나는 무엇 하나 가진 게 없다"고 대답한 적 있습니다. 그랬더니 친구가 제게 "힘들 때 바로 달려와 주시는 부모님께서 계시지 않냐. 서울에서 지낼 곳도 있고 직업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네가 왜 가진 게 없냐"며 일침을 날리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있음'에 집착하고 있었습니다.
 
송수진 작가의 책 <을의 철학>을 읽고 오래 기억에 남았던 부분을 소개해 봤는데요. 쏜살같이 하루하루가 지나갈 때 잠깐 멈춰 서서 읽어보기 좋은 가벼운 철학 책, 한 권 읽어보는 거 어떨까요. 내가 상견 또는 단견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 둘에 집착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네요. 오늘도 무탈한 하루 보내셨길.
 
김유정 기자 pyun97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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