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00일을 맞은 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건설현장에서 한 건설노동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부고 연락을 거의 매일 받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를 출입하는 기자에게는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문자가 오는데요. 문자에는 사고 발생 일자, 사고 개요, 조치 내용, 망자의 출생 연도 등이 간략하게 담겨있습니다.
사망 사고 알림 문자를 받을 때마다 '오늘도 누군가 일하다 죽었다'는 생각에 잠시 멍해집니다. 이러한 생각을 '자주'하게 되는 빈도 자체에 섬뜩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문자는 건조합니다. "00회사, 00년생, 2025년 3월 13일 00시경, 작업 중 떨어짐" 처럼 말입니다. 망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어떤 미래를 꿈꾸며 살았고, 평소처럼 출근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에게 자식은 있었을까요? 그 자식은 장례를 어떻게 치를까요? 그런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죽음의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
생각을 멈추면 '사고'에 관한 정보만 휴대폰 화면에 덩그러니 남습니다. 사고 개요는 매번 다르면서도 비슷합니다. 추락, 끼임, 깔림 등으로 인한 사고가 주를 이룹니다. 반복되는 사고는 단순 실수가 아닌 산업 현장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최근 대형 사고가 유독 건설현장에서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6명이 숨지고 27명이 부상을 입은 부산 반얀트리 복합리조트 신축 공사장 화재 당시 현장에는 안전보건책임자와 관리자 모두 없었다고 합니다. 화기작업도 불티 비산 방지 덮개와 방화포 등도 구비되지 않은 채 진행됐습니다.
같은 달 25일 경기 안성 서울세종고속도로 교각 붕괴로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치는 등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반성 없는 산업 시스템 속에서 또 한 번의 참사가 초래된 겁니다.
정부는 부랴부랴 건설현장 사망사고 감축을 위한 예방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목표는 매년 10% 이상 추락사 감축. 2023년 4분기부터 중단한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의 명단도 다시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이 밖에도 정부가 올해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산업안전 보건정책의 현장 작동성을 높이겠다며 내놓은 계획은 많습니다. 특히 건설업·조선업 등 취약 업종과 고위험사업장 중심으로 중점 지도를 강화한다고요.
정부의 대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더 이상 목숨으로 교훈을 얻지 않길 바라며, 정부의 정책 이행 과정을 똑바로 지켜보겠습니다. 산업 현장에서 보내는 부고 문자가 오지 않을 때까지요.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