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정부의 행정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대미 협상부터 국내 현안까지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미투자 발표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나라 밖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위협으로 정상 외교를 통한 정부 간 협상이 중요한 지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먼저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정 회장은 지난 2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부터 2028년까지 4년간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신규 대미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정 회장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 정부나 정치권, 기업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난 최초 인사가 됐습니다.
현대차의 대미 투자는 △자동차 생산(86억달러) △부품·물류·철강(61억달러) △미래 산업 및 에너지(63억달러) 등 주요 분야에 걸쳐 이뤄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투자 계획에 대해 “현대차는 훌륭한 기업”, “감사하다” 등 칭찬 세례를 했습니다. 또 현대차의 투자가 “우리 관세 정책이 효과적임을 증명한다”며 “미국에서 생산하면 현대차는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현대차의 대미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자동차 25%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내달 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자동차는 미국 수출 1위 품목으로 관세가 부과된다면 큰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정부의 발빠른 통상 협상 시도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대동령 부재로 외교, 통상 기능이 약해져 한국 정부의 대응이 뒤처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에 정 회장이 앞장서 대규모 대미 투자 전략으로 트럼프 관세 장벽을 정면 돌파한 셈입니다.
나라 안에서는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번진 대형 산불 피해 지원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삼성 30억원 △SK 20억원 △현대차 20억원 △LG 20억원 △롯데 10억원 △한화 10억원 △HD현대 10억원 △GS 10억원 등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팔을 걷어부쳤습니다.
지난 26일 경북 영양군 입암면 방전리 야산에서 산불 진화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오전 5시 기준 최초 발화 지역인 의성을 포함해 5개 시·군으로 번진 산불은 아직도 진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기록된 산불 영향 규모는 3만3204헥타르(㏊)에 달하며 이는 지난 2000년 발생한 ‘동해안산불’(2만3794㏊)을 뛰어넘는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것으로 보입니다. 행정부의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도 이번 산불 피해를 키운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정부없는 오늘, 기업만 안팎으로 분주합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