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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정

(탐욕의 금융자본)⑤미끼상품 현혹하고 高수수료 챙기고

2011-10-14 00:00

조회수 : 2,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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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미정기자] 세계 금융의 중심지 미국 뉴욕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가 유럽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가 외치는 금융자본의 탐욕과 이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는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은행들의 무책임한 가계대출과 이자놀음에 서민들의 고통이 커져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들의 세금으로 되살아난 은행들은 나라경제를 위태롭게 할만큼 엄청난 가계대출로 수십조원의 큰 수익을 내고도 임직원들을 위한 돈잔치에만 관심을 보일 뿐, 이익을 서민들에게 돌려줄 의지는 없어보인다. 또 외국계 은행들을 중심으로 주주배당 극대화만을 최고의 사명으로 생각할 뿐, 은행의 '공적 역할'은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은행들의 '탐욕적' 행태가 어느 정도에 이르렀고 어떤 문제를 낳고 있는지 연재를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
 
시중은행들이 신용카드 결제를 조장하는 적금 상품을 내놓고 높은 거래 수수료를 챙기는 등 고객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부문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
 
고금리 적금은 한 달 최대 입금액이 30만원 또는 50만원으로 정해져 있고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많이 써야 최대 금리를 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받는 이자 금액은 적은 수준이다.
 
또, 얼마 전 시중 은행들이 수수료 인하나 감면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앞다퉈 발표했지만 일반 서민들이 수수료 감면을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 고금리 적금..실상은 '머나먼 혜택'
 
지난달 19일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은 "국내은행들이 고금리 적금을 미끼로 불공정 카드 영업을 하고 있다"며 "7% 이상의 이자를 제시하는 적금 상품의 경우 이자 산정 방식에 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각 은행별 신용카드 실적 연계 우대금리 상품(2011년 9월14일 기준)>
(자료: 권택기 의원)
 
권택기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 '생활의 지혜 적금'은 최고 12%의 놀라운 금융혜택이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이러한 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매월 150만원, 연간 1800만원의 카드 사용실적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매월 적금 한도가 30만원이기 때문에 실제로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우대 이자는 연간 13만1900원에 불과하다.
 
우리은행 '매직 7' 상품도 마찬가지 구조인데, 소비자가 최고 금리 7%를 받기 위해서는 연평균 신용카드 추가 이용액이 10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매월 적금 한도가 50만원이기 때문에 8만2485원의 이자를 받기위해 직전해보다 1000만원 이상을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한다.
 
특히 우리은행의 매직 7의 경우 가입하는 시점 직전 1년 동안의 카드 금액보다 가입 후1년 동안 쓴 카드 금액이 더 많아야 7%에 달하는 금리를 준다. 따라서 우리은행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로 지출을 해왔던 기존 고객들은 이러한 고금리 혜택을 받기 어려워진 셈이다. 
 
한 고객은 "우리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하고 있어 당연히 7%의 금리를 쉽게 받을 줄 알았는데 행원이 '이 상품은 오히려 우리은행 실적이 없었던 고객이 가입해야 7%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며 "결혼과 이사 등 목돈을 소비할 일을 앞두지 않는 한 우리은행을 이용하던 기존고객이 지난해 결제한 금액 보다 몇 백만원 이상 많은 돈을 갑자기 어떻게 더 쓰겠냐"고 말했다.
 
결국 고금리 적금 상품은 은행과 연계된 체크카드나 신용카드의 신규가입, 과소비 등을 촉진하고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미끼인 셈이다.
 
◇ 수수료 인하 발표는 이벤트?
 
지난달 21일 은행들은 수수료 면제를 확대한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하지만 서민 금융을 위한다는 조치 치고는 너무 적은 혜택이라 더 큰 혜택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시중 은행들은 모든 고객에게 일괄적으로 현금 인출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저소득층, 대학생, 오전시간 방문 고객을 위한 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혜택을 보기는 힘들다.
 
한 소비자는 얼마전 새로 가입한 은행 통장과 카드로 타행 계좌이체를 했다가 높은 수수료에 놀랐다.
 
그는 "카드와 통장을 만들 때 주요 혜택으로 '타행 이체 수수료 면제'라는 내용을 본 기억이 나 일부러 국민은행 자동화기기를 찾아 20만원을 타행 이체했다"며 "이체 후 수수료 1200원이 찍히는 것을 보고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고객이 쓴 KB 노리 체크카드에 금융수수료 면제 기능이 있긴 하지만, 타행 이체 직전 한달 간 체크카드 이용금액이 70만원 이상이 돼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 등급 낮은 고객에게 '수수료 더 받아먹기'
 
이에 따라 거래 수수료가 과도해 "은행들은 고객의 요청 하나 하나를 수수료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정도"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의 금액별 수수료 종류는 우리은행 195건, 국민은행 132건, 하나은행 116건, 신한은행 109건 등 평균 138건에 이른다. 더불어 올해 예상되는 4개 시중은행의 수수료순이익은 총 3조원에 육박한다.
 
더군다나 은행은 수수료 부과시 모든 수수료는 고객의 등급을 기준으로 적용된다고 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거래 등급이 낮은 고객들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받겠다는 의미다.
 
또 '모든 수수료 서비스는 당행의 사정에 따라 사전 예고없이 변경할 수 있다'고 공시해 부당한 수수료를 강요해도 금융당국이나 공정위의 제재가 없는 한 고객들은 수수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가계부채문제가 제기되며 은행들은 대출 억제라는 명목으로 대출금리를 올려 기존 대출자를 어렵게 만들고, 신규대출자에게는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예금 이자는 낮추는 등 금융복지를 급속히 축소시키고 있다"며 "모든 고통과 책임은 서민들에게 돌리면서 서민부담을 경감시키는 실질적 대책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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