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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토마토북리뷰)'채권에 의한, 채권을 위한' 지배..탈출법은?

홍석만·송명관 공저 <부채전쟁>

2013-10-06 15:58

조회수 : 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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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손실'을 사회화 할 건가, '소유'를 사회화 할 건가?
 
다소 어려운 이야기로 들린다면 하우스푸어, 전세푸어, 자영업푸어, 에듀푸어 같은 각종 '푸어족'을 떠올려보자. '2000~2009년 노동생산성 증가율 27%'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한국처럼 열심히 일하는 나라도 드물다고 하는데 왜 빚더미에 올라앉은 가계가 이렇게 많을까. 심지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가처분소득은 계속해서 상승세인데 대체 내가 번 소득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개인이나 가계 단위만 문제가 아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부채를 감당못해 '구제' 받는 나라가 속출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제3세계 나라만 빚에 허덕이는 것도 아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가 위기의 진앙지로 꼽혔다. 그런데 정말 그리스나 스페인 같은 나라는 '복지병' 때문에 이렇게 망가진 걸까.
 
좀 더 근원적인 부분을 생각해보자. 오늘날 수많은 개인과 기관, 국가는 '채무자인 동시에 투자자'라는 독특한 위치에 서 있다. 이게 단순히 이익을 탐하는 '본능'에서 기인한 것일까, 아니면 '시스템'의 문제일까.
 
<부채전쟁>은 '채권을 통한 지배', 즉 시스템의 문제로 이를 설명한다. 이 시스템을 움직이는 전위대로 '투자은행, 신용평가사, 채권관리회사'를, 그리고 이른바 '그림자 정부'로 IMF, 세계은행, 국제결제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지목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시스템이 위기를 유발하는 양상 역시 이전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
 
자본주의는 '생산 확대'를 통한 '이윤의 양적 증대'가 어려워지자 지난 40여년간 이자와 부채를 통해 세계 곳곳에 '금융거품'을 만들어왔는데 이젠 이런 식의 '축적시스템' 역시 최정점에 도달한 상태라는 게 책이 지적하는 내용이다.
 
제 아무리 미국 같은 발권국이 돈을 헬리콥터로 뿌려대봤자 더는 소비나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자본의 손실'을 세금으로 메워주는 '손실의 사회화'로 세계를 지탱할 수 있을까?
 
물론 아직까진 그렇게 하고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부채의 지속 가능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고, 이게 현실차원에선 사회적 약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대목에선 문제의 시스템이 얼마나 잔인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실업수당으로 버티던 스페인의 한 여성이 꼭 1년 전인 2012년 11월 딸아이의 교육비를 대기 위해 "자신의 장기 중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 않은" 폐와 간을 온라인 경매에 내놓아 국제적 논쟁을 야기한 사실 역시 살상을 연상케 하는 '전쟁'이란 말이 왜 책 제목에 붙었는지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빚 없는 세상은 가능할까?
 
이 책은 은행의 '사회화'를 대안으로 내세운다.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모든 이자 수입을 곧장 사회로 환수하고, 서비스 수수료로 운영되는 공공은행을 보편화시켜며, 중앙은행은 채권지배세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방안이다.
 
빚 없는 세상의 핵심은 결국 '이자' 문제로 모아지는데 이자를 당장 없앨 수는 없는 만큼 투기목적의 금융과 부동산 거래를 없애자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조건이라면 은행은 무리하게 대출을 확장하지 않고 사회가 확보한 이자 수입은 주택, 교육, 의료 등 기간시설에 투자해 빚 없는 사회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과 이자를 사회화 하자는 주장이 파격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은행 민영화가 본격화된 게 IMF 이후라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 이전엔 국가 소유 은행이 흔했다.
 
이자를 없앤 가상화폐 실험 역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걸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조그만 지역단위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달러 중심 체제를 벗어나기 위한 국가연대 형태를 띠기도 한다.
 
아직은 실현성이 낮다고 치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대응 속에 국제 통화 질서도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대안언론 '참세상'의 편집국장과 기획위원을 맡고 있는 홍석만, 송명관 씨로 이들은 주류경제와 결을 달리한 참신한 시각으로 국제정세와 국내사회 이슈를 분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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