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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경

(新글로벌통화정책)①수장 바뀌는 FRB, 테이퍼링 속도낼까

"테이퍼링 서두를 가능성 크지 않아"

2014-01-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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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지난 한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전략과 일본은행(BOJ)의 완화정책,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정책 등이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세계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미 연준의 테이퍼링이 시작돼 각국 중앙은행들의 대응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뉴스토마토>는 새해를 맞아 2014년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네차례로 나눠 전망해 본다. [편집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양적완화는 올해부터 출구전략에 돌입한다. 지난 8년간 연준을 이끈 벤 버냉키 의장이 물러나고 자넷 옐런 현 부의장이 차기 의장으로 취임하며 리더십에도 변화를 겪게 된다.
 
이와 동시에 미국 경제도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불황의 끝이 보이며 각종 기관에서는 올해 미국 경제가 3% 이상 성장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기회복세가 확고하다고 판단할 근거가 충분치 않은 만큼 올해도 연준의 사소한 움직임이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테이퍼링 속도, 3월 FOMC가 변수
 
올해 미 연준이 맞닥뜨린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양적완화로 늘어난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이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이번달부터 월간 채권매입규모를 85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100억달러 줄이기로 했다.
 
당시 버냉키 의장은 올해 계획된 8차례의 FOMC 회의마다 채권매입 규모를 100억달러씩 줄일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는 "정해진 코스는 아니다"며 채권매입 규모를 유지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우선 지난해 12월 미국의 실업률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칼 리카도나 도이체방크 미국지역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지표는 의심의 여지 없이 매우 중요한 지표"라며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 규모를 늘릴지 유지할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12월 의사록이 공개되면 월가에서는 향후 테이퍼링에 대한 암시를 찾으려 할 것"이라며 "연준의 지난 테이퍼링 결정이 간보기 위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가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실업률 추이(자료=인베스팅닷컴)
 
옐런 차기 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하게 되는 3월 FOMC 회의도 주요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그 때가 되면 실업률 등 여러 경제지표의 추이를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만큼 경기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날 경우 양적완화 축소 과정에 속도가 붙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다만 연준이 테이퍼링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예상이다.
 
이민구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 축소시 모기지금리가 상승하며 주택시장이 둔화될 수 있는 만큼 테이퍼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채권매입 규모 감축을 건너뛰는 달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율을 산정할 때 주택관련 지수가 다수 포함되는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타임(TIME)지는 "옐런의 첫번째 과제는 낮은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율이 2% 미만을 유지한다면 옐런은 테이퍼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최근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일부 연준 인사들이 빠른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내년까지는 연준이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희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테이퍼링보다는 이제 시장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라며 "다만 시장에서는 시기가 2015년 중후반까지 넘겨진 것으로 보는 만큼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한다는 이야기는 실질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변화..'매파VS비둘기파' 갈등 심화될까
 
월가에서는 연준 지도부의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지난 6일(현지시간) 미 상원의 승인을 통과한 옐런 현 부의장은 다음달 1일부터 차기 의장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한다.
 
◇자넷 옐런(왼쪽) 미 연준 차기 의장과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사진=로이터통신, 이스라엘중앙은행)
옐런 차기 의장은  버냉키 의장과 함께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비둘기파(dovish) 인사다.
 
의장 지명자 시절 의회 청문회에서도 "강력한 경기회복을 추진하기 위해 연준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옐런의 후임으로는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가 유력하다. 피셔는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 교수를 지냈으며 버냉키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스승이다.
 
피셔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포럼에서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을 옹호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으나 물가상승에는 민감한 매파 성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끌었던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세계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1년 뒤 다시 금리를 올리는 실용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옐런 의장은 물가안정보다는 완전고용을 중시하는 만큼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현실화될 경우 연준 지도부의 의견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아울러 옐런 차기 의장은 취임 후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4인의 FOMC 멤버를 새로 선출해야 할 전망이다.
 
엘리자베스 듀크 이사는 지난 8월 사임했고 새라 블룸 래스킨 이사는 지난 7월 재무부 부장관으로 지명됐다. 제롬 파월 이사는 이달 말 임기가 끝나고 샌드라 피아날토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올 초 연준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리차드 피셔 댈러스 연은 총재와 플로서 총재 등 매파성향 연준 인사들이 올해 투표권을 갖게 되면서 매파와 비둘기파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렉 잎 이코노미스트 미국경제 편집장은 "자넷 옐런의 첫번째 과제는 매파와 새로운 연준 위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 시장에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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