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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민 두번 울리는 신종 '깡통집'

수도권 일대 무입주금 빌라 활개..업계약서·과다 대출 '폐단'

2014-02-26 16:13

조회수 : 7,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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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전세물건 자체가 없는데다 가격도 78주 연속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같은 상황에서 서민들의 급한 마음을 악용해 거액 대출 유도, 일명 '폭탄집' 거래 등 불법·편법이 판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이나 고양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무입주금 빌라' 분양이 성행하고 있다.
 
'무입주금 빌라'는 초기 자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거나 분양가 대비 아주 적은 금액으로 다세대주택을 매입해 거주할 수 있는 물건이다.
 
즉, 분양가의 대부분을 대출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업계약서 작성이나 신용대출을 포함한 과다대출이 진행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가령 빌라를 구입할 때 금융권 대출을 받으면 집값의 70%까지밖에 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실제 매매가격보다 부풀려 계약서를 쓰면 그만큼 대출한도가 늘어나 분양가 전체를 대출로 마련할 수 있다.
 
이같은 편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있는 건 마찬가지다. 분양업체는 '신용 8등급도 가능', '세금까지 무입주' 등의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한다. 하지만 실상은 담보대출 한도 이상의 금액은 신용대출로 충당하게 하면서 수요자를 빚의 구렁텅이로 몰고 있다.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분양가가 1억3000만원이라면 1억6000만원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대출한도를 높인다"며 "은행에서 확인을 제대로 안하기 때문에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분양업체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아도 소득만 잡힌다면 상관없다"며 "구매하는 사람의 자금 사정에 맞게 대출 설계가 가능하도록 관계자와 이야기가 다 돼있다"고 말했다.
 
권형운 율정법무사 대표는 "업계약서 작성시 적발이 돼 의심을 사게 되면 소명기회를 주고 위반이라 확정되면 처벌을 받게 된다"며 "허위신고로 최종 판명되면 거래 당사자 중 매수인은 취득세의 3배 이하 금액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매도인은 양도소득세 가산세와 심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탈루세액의 3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어야 하며, 이를 중개한 중개업자도 등록 취소 처분을 받게 되는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경매에 넘어가기 직전 아파트를 헐값에 전세로 내놓는 소위 '폭탄집'이라는 거래 형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예를 들면 전세 시세가 3억3000만원에서 3억7000만원 정도인 서울 소재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를 집주인의 융자가 많다는 이유로 38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세입자와 계약하는 방식이다.
 
정상적인 시세의 전세 계약을 했을 경우 경매로 넘어가면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최우선 변제금을 배당받을 수 있는 보증금의 범위가 서울은 9500만원 이하 전세에 한해 3200만원까지만 돌려받을 수 있어 세입자는 보증금을 떼이게 된다.
 
하지만 '폭탄집'의 전세 보증금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의 범위에 들어가기 때문에 세입자는 전세금을 상당 부분 돌려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채무가 많은 집주인 또한 소액이라도 돈을 챙길 수 있다. 거기에 중개업자들은 집주인과 세입자들을 연결해 수수료를 챙기길수 있기 때문에 이처럼 법의 맹점을 이용한 거래가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다.
 
◇'폭탄집' 매물이 올라와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캡쳐
 
폭탄집을 취급하는 부동산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요즘 전셋값이 비싸기 때문에 이런 물건들은 나오자마자 거래가 되는 편"이라며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소액임차인이라서 보증금에 이사비까지 받을 수 있고 몇백만원정도 손해보는 것은 그냥 월세 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전형적인 소액임대차보호법의 악용 사례"라며 "궁극적으로 채권자들이 가장 큰 손해를 보는데, 물건 하나당 우선 변제금으로 떼이는 액수가 적을 지 몰라도 그런 사례들을 합하면 규모가 커질 수 있으며, 세입자 역시 위장임차인으로 판명되면 금융기관에서 배당 제외를 신청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소액임차인을 판별할 때 적용되는 기준은 임차인이 계약하는 시기가 아니라 해당 부동산의 최선순위 담보권 설정일"이라며 "만약 담보물건 설정일이 2000년대 초반이라면 최우선 변제금 범위도 훨씬 적기 때문에 보증금을 떼이는 액수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보호받는 보증금 범위와 최우선 변제금(자료=각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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