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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전국은 야구장 공사 중)②울산야구장, '제1구장' 꿈꾸는 제2구장

2014-03-14 10:43

조회수 : 1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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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울산야구장. (사진=이준혁 기자)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울산야구장. (사진=이준혁 기자)
 
[울산=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처음 개막한 이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적이 없는 울산에 오는 22일 첫 경기가 열린다.
 
울산시 남구 옥동의 울산체육공원 내에 문수야구장이 건설됨에 따라 부산 지역을 연고로 삼는 롯데 자이언츠 구단이 올시즌 10경기(시범경기 2경기, 정규경기 8경기)를 치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비록 경기가 많지 않지만 울산시는 프로야구 경기를 치르게 됐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모습이다. 더불어 '제2구장'이 아닌 '제1구장'이 되고자 야구단의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해 12월 현장을 직접 방문해 구장 곳곳을 상세하게 살펴보고 현장 관계자를 인터뷰해 공사의 진행 상황을 전한 바 있다.
 
 
최근 뉴스토마토는 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문수야구장을 다시 방문했다. 인조잔디 시공일에 맞춰 방문한 문수야구장은 마무리 공사 때문에 상당히 바빴다.
 
◇울산야구장 내야 스탠드 내부.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현관, 복도와 선수 대기실, 기자실, 경기진행실. (사진=이준혁 기자)
 
◇미국의 숙련된 기술자가 직접 하는 인조잔디 시공
 
기자가 방문한 날의 문수야구장은 마치 전쟁을 하는 전쟁터처럼 실내도 그라운드도 막바지작업 때문에 정신없었다. 공정률이 '96.3%'라고 들었는데, 전국의 여느 공사현장처럼 철수 직전의 마무리하는 상황 그대로였다.
 
내야석과 외야석을 잇는 연결통로를 빼곤 스탠드의 좌석부분 공사는 사실상 끝났다. 스탠드는 이제 관객의 진입이 어려운 내부의 공사만 마치면 된다.
 
이날은 미국에서 기술자가 찾아와 인조잔디 시공을 진행했다. 인조잔디 현장 시공은 조각조각 만들어진 잔디를 기술자가 손으로 직접 재봉하는 작업이다. 평생 접하기 쉽지 않은 작업을 직접 본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랬다.
 
'특수 장비로 바느질(?)하면서 붙이면 금방 끝나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은 오산이었다. 가로폭 4~5m 정도 되는 1열의 잔디를 여러 사람들이 든 상태에서 전문 기술자가 빠른 손놀림을 통해 연결하고 있었다. 손놀림은 빨랐지만 시공은 최소 1주일이 필요한 공사였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인조잔디 시공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며 아무나 시공하지 못할 작업이었다. 눈으로 봐서 재봉티가 전혀 드러나지 않아야 하며 동시에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재봉 구간이 찢어지지 않아야하기 때문이다.
 
안전과 미관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기에 시공사는 이번 공사처럼 해외에서 숙련된 기술자를 불러온다. '제프'라는 이름의 미국 필드터프의 시공 기술자 또한 수년간 여러 세계 현장 시공을 맡은 재봉의 오랜 달인이었다.
 
◇인조잔디 시공을 진행하는 미국 필드터프의 기술자와 시공을 위해 잔디를 들어주는 공사현장의 관계자. (사진=이준혁 기자)
 
◇내야석보다 외야석이 화제인 문수구장
 
문수야구장의 강점이자 약점은 외야 뒷쪽에 산이 있다는 사실이다. 동남쪽에서 부는 바닷바람을 막는 역할을 하겠지만 외야 방향의 시설 확장에는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산은 야구장이 있는 곳치곤 무척 가파르다. 농담으로 '타자가 대형 홈런 타구를 치면 산의 사면에 맞고 그라운드에 다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울산시와 공사 관계자들은 이런 자연환경에 대해 역발상을 도입해 울산만의 장점으로 만들었다. 7.2m의 높이 차가 있는 외야를 자연과 함께하는 2층 좌석으로 설계한 것이다.
 
더불어 공사 관계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경기 진행이 없는 날에는 외야의 2층을 피크닉 장소로 쓸 수 있도록 개방키로 결정했다. 대다수 시민들에게는 문수야구장의 개장이 피크닉장의 신설이기도 한 것이다.
 
전기쿡탑이 놓일 테이블석은 전광판을 기준 삼아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5개(20석) 설치될 예정이다. 가스 사용은 안 되지만 각종 취사가 가능해 꽤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테이블석이 아닐 지라도 외야 2층부 좌석의 인기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높은 곳에 앉아 경기장을 바라보는 경험은 내야에선 흔하지만 외야에선 국내 최초이기 때문이다.
 
올해 울산서 열릴 경기는 10경기 뿐이다. 경기 수가 적은만큼 자리 경쟁은 매우 치열할 것이 예정된다. 높은 곳에 돗자리 깔고 누워 경기를 보고 싶다면 외야석 티켓을 사서 빠르게 뛰어가야 할 듯 하다. 뛰느라 고생한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울산야구장 외야석은 2개층으로 구성된다. 사진은 2층으로 1층과의 단차는 7.2m에 달한다. 1·2층 연결은 좌우 쪽과 중앙(사진 왼쪽 아래)에 설치된 계단을 통해 이뤄진다. (사진=이준혁 기자)
  
◇'아름다운 공원과 함께하는' 문수구장, 작지만 강한 야구장의 표본이 되길
 
지난 방문 때 좌석없이 콘크리트 골조만 드러났던 스탠드 상단부는 이제 좌석으로 뒤덮였다.
 
'제2구장'이라는 한계(?)는 없는 듯 했다. 지금까지 충북 청주·경북 포항·전북 군산 등지에서 접하지 못했던 좌석이 설계 도면을 넘어 눈앞에 비쳐졌다.
 
우선 내야-외야 연결 지점 부근에 마련된 '커플석'은 울산의 독특한 아이디어 좌석이다. 내야 중심과 떨어져 시선이 적어 야구 관람보다는 서로 '함께 있는 것'을 즐길 커플에게도 좋고, 측면에 있어 좌석을 만들기 어려운 부분의 공간 활용을 꾀했다.
 
외국 야구장서 보던 '스탠딩 테이블'은 묘안이 적용된 것도 독특한 시설도 아니지만, 이채롭게 느껴졌다. 경기 진행 중의 모습이 기대가 되는 좌석이다.
 
스카이박스는 경기장을 보는 앞면도 좋지만 뒷면이 매우 독특했다. 울산체육공원의 '공원' 역할을 돋보이게하는 호수가 아름담고 시원스레 펼쳐지기 때문이다. 경기가 없을 때에는 시민에게 회의실이나 연회장으로 임대해도 인기가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문수야구장은 당초 좌석 2만5000석 규모 대형 야구장으로 설계됐지만 결국 1만2059석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좌석 규모만 줄었을 뿐 경기를 치르는 데에 필요한 시설은 그대로였다.
 
문수야구장은 최근 울산시와 시 야구회가 경남 창원이 연고인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유치를 꾀하며 주목받았다. 프로야구 관람 욕구를 채우고 싶은 시민들의 희망이 간접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당장 많은 경기가 열리긴 어려울 지라도 좋은 야구장이 되길 기원한다. 그리고 어느 구단이 경기를 하게 되더라도 사랑받는 야구장이 되길 바란다. '작지만 강한 야구장'으로 좋은 선례를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야구장을 나섰다.
 
◇울산 문수구장에는 스카이박스는 물론 테이블석(왼쪽 위), 스탠딩 테이블(오른족 위), 커플석(왼쪽 아래) 등 다양한 형태의 좌석이 꾸며진다. (사진=이준혁 기자)
 
◇울산 문수구장 뒷편은 울산체육공원의 호수가 시원스레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사진=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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