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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에버랜드 상장 추진..이재용 체제 '가속화'(종합)

삼성전자 합병 유력..지주사 전환 초읽기

2014-06-0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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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삼성SDS에 이어 삼성에버랜드도 상장을 추진한다. 이로 인해 에버랜드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상장 차익과 함께 경영권 강화를 동시에 손에 쥐게 됐다.
 
삼성에버랜드는 3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내년 1분기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달 중 주관회사를 선정해 내년 1분기 상장을 목표로 예정된 일정을 밟는다는 계획이다.
 
윤주화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각 부문의 사업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기술·인력·경영 인프라를 적극 확보해 글로벌 패션·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투명성 제고와 함께 사업 경쟁력 강화가 상장 결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증권시장에서는 에버랜드의 상장이 다소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일련의 그룹 재편 작업들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재용 체제 출범을 위한 밑그림이 현실 속에서 구현되고 있다. 가히 마하 속도다.
 
◇삼성,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 박차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삼성그룹은 숨가쁘게 사업과 지분 구조를 개편해 왔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삼성SDS와 삼성SNS 합병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합병 ▲삼성생명의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 인수 ▲삼성증권(016360)의 삼성선물 지분 100% 인수 ▲삼성SDS 상장 발표로 이어졌다. 숨가쁜 속도다.
 
특히 그간 삼성이 여러 차례 부인해왔던 삼성SDS에 이어 삼성에버랜드마저 상장을 추진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 됐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지배적 분석이다.
 
이 부회장 남매는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주당 7700원에 사들였다. CB 발행가가 8만5000원임에도 헐값으로 취득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여기에다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를 낮은 가격에 인수하면서 편법 승계 논란에 처했다.
 
이 때부터 시장에서는 에버랜드와 삼성SDS가 경영권 승계의 주춧돌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삼성은 이에 대해 한결같이 부인하며 상장설을 일축했다.
 
현재 에버랜드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032830)삼성전자(005930)삼성SDI(006400)삼성물산(000830)이 큰 축을 이루는 환상형 순환출자구조로 이뤄져 있다. 에버랜드는 사실상의 지주사 격이다.
 
 
 
지난 3월31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생명이 7.21%의 지분율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이어 삼성전자는 삼성SDI의 지분 20.38%를, 삼성SDI는 삼성물산 지분 7.18%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회 회장 일가는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번 에버랜드 상장이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의 본격적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지난해부터 이뤄진 일련의 지분 정리와 사업구조 재편의 종착점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한 계열사 지배력 강화와 3세 경영 체제 확립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에버랜드 지분 3.72%를 가지고 있는 가운데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25.1%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장·차녀인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 부문 사장은 각각 8.37%의 지분을 통해 서로를 견제하며 이 부회장은 보완한다.
 
또 삼성카드(5.0%), 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각각 4.0%), 삼성물산(1.48%) 등의 계열사들이 총 18.48%의 에버랜드 지분을 가지고 있다. 모두 순환출자 고리에 속한다.
 
이들 계열사가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이재용 등 특수관계인이 45.56%의 지분을 들고 있고, 자사주 15.22%, KCC가 보유한 17.0%의 우호지분 등을 포함하면 지분이 77.78%까지 늘어난다. 경영권 방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때문에 에버랜드를 상장할 경우 삼성SDI·삼성물산·삼성카드 등 순환출자 계열사들이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고, 계열사들은 이 자금으로 자사주 지분율을 높이는데 활용할 수 있다.
 
◇깜짝 상장.."이건희 회장 건강과 무관치 않을 것"
 
재계 안팎에서는 갑작스러운 에버랜드 상장 추진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0일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아직 의식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면서 그룹 내부는 다음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종착지는 경영권 승계다.
 
이에 대해 신권식 삼성에버랜드 상무는 "회장 건강과는 연관이 없다"며 "오래 전부터 계획된 수순에 따라 발표하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들 또한 손사래를 치며 이 회장 병세와의 연관성을 하나같이 부인했다.
 
시장에서는 에버랜드 상장이 예상보다 이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1110억원 수준이기 때문에 시장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외형을 키운 다음 상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소 빠르다"며 "서두르는 것을 봐서 지분가치의 현실화를 통해서 경영권 승계 관련한 재원 또는 다른 계열사와의 합병을 위한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SDS 상장 이야기가 나왔을 때 에버랜드 상장도 예상됐지만 이렇게 빨리는 아니었다"며 "이 회장 건강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의 경영권 승계 아니냐"고 말했다.
 
◇삼성 서초사옥(사진=뉴스토마토)
 
증권가와 재계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이번 에버랜드 상장이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과의 합병설도 나오고 있으나, 삼성 내부적으로는 전자와의 합병이 유력하다는 전언이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를 합병해 지주사로 만든 뒤 삼성생명을 자회사로 편입시킨다. 그 다음 삼성전자를 인적 분할해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홀딩스(가칭)와 전자 관련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 사업회사(가칭)로 인적 분할한다.
 
이렇게 하면 삼성전자홀딩스는 삼성전자 지분을 28.4%까지 확보하게 된다. 삼성전자홀딩스는 삼성생명에 삼성카드 지분을 넘기는 대신 그만큼의 삼성전자홀딩스 지분을 받아 자사주 비중을 늘리게 된다.
 
더불어 이건희 회장과 자녀들을 포함한 특수관계인들은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전자홀딩스로 현물 출자함에 따라 삼성전자홀딩스 지분을 42%까지 끌어 올리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으로서는 삼성전자홀딩스(가제)를 통해서 사업 지배력을 높일 뿐 아니라 경영권도 강화할 수 있다"며 "여러 모로 에버랜드 가치는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장외시장에서 에버랜드 수요 급증.."물량 없다"
 
시장도 이미 요동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관련주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장외시장에서는 아예 삼성에버랜드 물량이 씨가 말랐다. 장외주식 매매를 중계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제이스톡에는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사겠다는 글만 올라오고 있다 .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사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지만 판다는 글은 전무하다.(사진=제이스톡 홈페이지)
 
이에 반해 매도 게시판에는 에버랜드 주식을 팔겠다는 글이 단 한 건도 없다. 삼성에버랜드 주식 대부분을 이건희 회장 자녀와 그룹 계열사가 갖고 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할 수 있는 물량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에버랜드의 영업가치와 지분가치가 7~9조원 수준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214조3205억원으로 격차가 커, 향후 양사의 합병 비율도 관건이다.  
 
삼성 일가의 지분 가치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KCC(002380)가  삼성카드로부터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매입할 때 주당 182만원에 사들인 것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 부회장의 에버랜드 지분 가치는 1조1418억원 수준이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회장(1693만원), 이부진·이서현 사장(각각 3806억원) 등 일가 지분 가치를 모두 합하면 2조724억원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에버랜드를 상장함에 따라 에버랜드 최대주주인 이 회장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데다 향후 삼성전자와 합병이 이뤄지면 경영권까지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이 마하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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