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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희

현대차, 유독 유럽서만 '고전'..해법은?

2014-06-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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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현대차(005380)가 유럽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재정위기를 딛고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면서 경쟁사들이 시장 공략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현대차만 부진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5월 자동차 판매동향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유럽에서 3만4166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2.7% 하락한 수치다. 지난달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이 전년 동월 대비 4.5% 성장하며 빠르게 회복세를 타는 것과 달리 현대차의 부진은 깊다.
 
올 들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을 놓고 봐도 현대차의 부진은 두드러진다.
 
이 기간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9% 성장했다. 점유율 10위권에 포진한 폭스바겐(8.5%↑), PSA(6.5%↑), 르노(18.7%↑), 포드(8.8%↑), BMW(1.8%↑), 다임러(2.7%↑), 토요타(7.9%↑), 닛산(10.0%↑), 기아차(5.4%↑) 등 모든 브랜드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증가했다.
 
더욱 눈에 띄는 건 유럽에서 쉐보레 철수를 준비 중인 GM마저 미약하게나마 1000여대 정도 판매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연산 30만대 수준의 현대차 체코공장 모습. 이곳에서는 유럽 현지에 공급되는 i시리즈가 생산된다. ⓒNews1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유독 유럽에서만 고전하는 이유로 소형 신차 모델의 부재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소형 해치백이 강세를 보이는 유럽에서 지난 2007년 i30를 처음으로 내놓은 뒤 i10과 i20, i40를 연달아 출시하며 히트를 쳤다.
 
현대차는 신차 출시 효과에 힘입어 금융위기가 휘몰아친 2009년 이후에도 꾸준한 판매량 증가세를 보였다. 시장 점유율은 월간 기준 최대 3.8%까지 끌어올렸다. 철저히 현지전략차종으로 개발된 i시리즈가 현대차의 지난 5년을 이끌었다.
 
이에 더해 유럽 자동차 시장이 회복되는 기점이었던 지난해말 신형 i10을 출시하며 분위기를 이어나가려 했으나, 주력모델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지는 못했다. 지난해에만 현지에서 9만5000여대가 넘게 팔린 주력모델 i30는 2012년 새롭게 출시된 뒤 아직까지 신형 모델 출시 계획이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유럽 현지 업체들이 구조조정 등 체질 개선을 마치고 본격적인 신차 몰이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피아트와 PSA는 지난 수년간 재무 건전성을 확보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올해부터는 뚜렷하게 개선된 판매량을 기록하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폭스바겐은 올해 유럽에서 신차만 20여종 이상 출시하며 증가하는 판매량 대부분을 독실할 태세다.
 
◇i30는 유럽시장서 지난해 9만5000여대가 넘게 팔린 대표적인 볼륨모델이다.(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유럽시장 부진을 씻기 위해 현지 마케팅 수장을 해임하는 등 돌파구 모색에 안감힘을 쓰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이달 초 마크 홀(Mark Hall) 현대차 유럽법인 마케팅 담당 부사장을 경질하고, 새 수장 찾기에 나섰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지난해 기아차가 유럽총괄 법인장과 마케팅 담당 임원을 교체한 뒤 유럽시장 판매가 올라서고 있다는 점도 한몫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i30와 함께 주력 라인업 중 하나인 i20의 하반기 신차 출시도 계획 중이다. i20는 지난 2008년 출시 이후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에만 현지에서 8만여대가 넘게 팔린 볼륨 모델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유럽시장에서 고전을 타개할 해법으로 다양한 소형 신차들을 출시하면서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 차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원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현지 경쟁사에 비해 신차가 많지 않은 것도 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라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열기를 더하고 있는 브라질 월드컵 공식 스폰서로서의 마케팅 효과도 최대한 끌어모아야 할 것으로 진단됐다. 최 연구원은 "유럽에서는 축구가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월드컵 공식 스폰서로의 활약은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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