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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

(여의도 직론직설)안철수와 안철수 현상

2015-12-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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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가 호랑이는 잡지 못하고 뛰쳐 나왔다. 들판은 더 춥고 배고프다. 본인의 고백대로 허허벌판에서 지도와 나침반도 없다. 동반 탈당하는 인사들의 숫자도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호남의 사위답게 광주를 찾았고, 고향인 부산도 방문했다. 조만간 창당 선언과 더불어 인재 영입기준도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불었던 안철수 신드롬, 일명 안풍(安風)이 다시 점화될 것인가? 그리고 현재의 기득권 양당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은 어떻게 될 것인가? 국민들과 정치권의 관심이 크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차기 대선 후보로서의 지지율,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은 일시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야권의 주요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도 지지율이 올랐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친노 중심의 야당을 싫어하는 중도 개혁층, 기득권 여당에 반대하는 중도 보수층의 지지를 모으고 있다. 그 결과 무당파 숫자가 줄어들고,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은 10% 정도 떨어졌다. 20-40대 연령층, 호남과 수도권 중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탈당 초기 명분도 명확하지 않았다, 지지 기반도 확고하지 않다,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없다, 감정적 이탈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상승하는 지지도 덕분에 탈당과 야권 분열에 대한 책임론은 사라졌다. 내년 총선은 3당 구도로 갈 것이다. 정당간 정치 혁신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인물 영입 경쟁도 시작될 것이다. 다만 구호만 난무하는 포퓰리즘 대결이 아닌 구체적인 정책대결이 되길 바란다.
 
안철수 의원에 대한 지지도 상승은 분명하다. 탈당 이벤트에 의한 일시적인 관심도 증가에 그칠지, 지속적인 팬덤 효과로 나타날 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이런 제3의 지지는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라기 보다는 안철수 현상에 대한 갈망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안철수 현상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는 국민들의 여망이다. 무능하고 부패한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와 불만의 표출이다. 국익과 공익을 무시하고 사리사욕에 앞장서는 정치에 대한 개혁 욕구이다. 안철수 현상의 핵심에는 정치 혁신이 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정치개혁, 정치쇄신이 화두가 되었다. 정치 시스템을 바꾸겠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겠다, 부정부패를 청산하겠다 등 공약은 많았다. 문제는 실천하지 않은데 있다.
 
안철수 개인의 정치는 그동안 실패했다. 안철수의 생각을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풀어내지 못했다. 국회의원이 되고 제1야당의 공동 대표가 되었지만 국민을 위한 정책화에 실패했다. 당명에 새정치란 이름을 넣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리고 당내 정치기반 확장에도 실패했다. 그리고 당에서 밀려났다. 그에게 남은 과제는 정치인 안철수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안철수 현상을 실현하는 일이다. 과거의 높은 지지율은 잊어야 한다. 서울시장과 대통령 후보를 양보한 과거에 대한 미련도 버려야 한다.
 
정치 개혁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손에 흙을 묻히고 피를 흘려야 한다. 좌파든 우파든 기득권과의 싸움은 처절해야 한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화살을 쏘면 긴 화살을 쏘고 칼은 긴 칼을 휘둘러야 한다. 그래서 안철수는 죽고 안철수 현상은 살아야 한다. 안철수 현상은 거품이나 신기루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 정치판의 단순한 에피소드에 그치면 안된다. 안철수 현상이 한국 정치 혁신의 기폭제,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 본인의 말 대로 정치권에 강한 충격을 주고 사라져야 한다. 청춘 콘서트에서 그가 강조했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실천해야할 운명이다. 정치가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와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창출을 기대한다.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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