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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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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해고 태풍, 업종 가리지 않는다…중후장대는 '피바람'

건설·중장비·조선·해운·석유화학 대규모 감원…포스코플랜텍, 정권 개입으로 '지진'

2016-01-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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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재계의 해고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이 기업의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취재팀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통해 2014년 12월31일부터 2015년 9월30일까지 자산 상위 30대그룹 252개 계열사의 고용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절반인 119개 계열사(47.2%)에서 고용인원이 줄었다. 평균 일자리 감소율을 6.27%였으며, 일자리가 5% 이상 줄어든 기업도 54곳(21.4%)에 달했다. 
 
가장 많은 인원이 줄어든 기업은 동부다. 동부의 임직원 수는 9개월 만에 832명에서 405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동부는 IT서비스와 합금철·인광석·유화상품 등을 취급하는 회사로, 2015년 3월 동부CNI에서 동부로 사명을 바꿨다. 동부는 그룹 계열사인 동부하이텍 지분을 12.43%, 동부메탈 지분을 10.07%를 보유한 사실상의 지주사다. 이에 대해 사측은 "정리해고는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사명을 바꾸며 전자재료 사업을 물적 분할했다"고 이유를 댔다.
  
포스코플랜텍도 인원이 크게 줄었다. 포스코플랜텍은 2014년12월31일 기준 1112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으나, 9개월 뒤에는 782명으로 29.68% 감소했다. 동부와 달리 포스코플랜텍의 감원은 경영위기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플랜텍은 2008년 환율상승 여파로 급격한 부채를 떠안으면서 위기에 처했다. 엎친 데 덮친 겪으로 2010년 당시 정권 최고실세였던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전 청와대 비서관이 개입한 성진지오텍 인수합병으로 포스코플랜텍은 재무사정은 수렁으로 빠졌다. 2012년 1891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낼 정도로 경영상황이 악화됐다. 급기야 지난해 9월에는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2번 실시했다"며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려면 재무 안정화, 사업 구조조정, 업무 혁신 등을 추진해야 해 감원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일자리가 줄어든 119개 기업들 중에는 건설, 발전·중장비, 선박·플랜트,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을 영위하는 곳이 많았다. 이들은 국내외 수주 부진과 설비 지연 등으로 최근 1~2년 사이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정부는 아예 건설, 석유화학, 해운 등을 주요 취약업종으로 지정,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를 태세다.  
 
구체적으로 건설업종에서는 동부건설이 고용인원의 18.49%를 감원한 데 이어 두산건설(9.09%), SK건설(6.27%), 한화건설(4.86%), KCC건설(3.91%) 등이 직원을 떠나보냈다. 중장비업종에서는 두산엔진(16.86%), GS엔텍(9.08%), 두산인프라코어(8.16%), 삼성엔지니어링(7.34%), 두산중공업(5.80%), 포스코(2.78%) 등의 감원이 두드러졌다. 선박·플랜트에서는 한진해운(10.01%), 현대미포조선(7.14%), 현대삼호중공업(4.68%), 현대중공업(4.14%)이, 석유화학에서는 SK이노베이션(23.80%), 삼성정밀화학(9.53%), SK케미칼(8.71%), GS칼텍스(5.80%), SK종합화학(4.52%)이 감원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SK건설 관계자는 "분사 때문에 인력 조정이 있었다"고 말했고, SK케미칼 관계자도 "지난해 7월 혈액제제 회사 SK플라즈마를 자회사로 설립하면서 130명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중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두산엔진, 포스코플랜텍, 포스코건설, GS칼텍스 등은 지난해 국내 신용평가들이 업황 부진과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내리기까지 해 시장에서의 입지는 크게 약화됐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기업으로서는 금융권에서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비용절감을 위해 인건비 등 고정비를 아낄 수밖에 없어 추가적인 감원이 뒤따를 명분과 여지만 더 많아졌다.
 
다만 지난해 2조원대 대규모 부실을 초래, '3000명 구조조정설'이 나왔던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9월30일까지 132명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3000명 구조조정은 2019년까지 예정된 퇴직자를 추려내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보도, 사실과 다르다"고 전제한 뒤 "4분기에만 600명 정도가 퇴직했고, 이는 2015년도 사업보고서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실적 부진을 겪거나 대규모 감원을 단행, 다른 계열사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반감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그룹 전체에서 2963명을 감원한 삼성은 삼성디스플레이(1121명), 삼성전자(846명), 삼성전기(638명), 삼성엔지니어링(512명) 등 4곳의 일자리 감소가 3117명에 달했다. 이들을 빼면 삼성은 오히려 고용이 소폭 늘어났다. 롯데는 그룹 전체에서 줄어든 고용인원이 1489명이지만, 롯데쇼핑에서만 그룹 전체 퇴직자를 훌쩍 넘는 1677명의 고용인원이 줄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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