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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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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실업난' 주범은 10대그룹?…작년 1~9월에만 6300명 줄여

재계 "일자리 창출" 약속 허언…중후장대, 인력감축 칼바람

2016-01-20 07:00

조회수 : 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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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대그룹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팀이 지난 한 달 간 2014년 12월31일부터 2015년 9월30일까지 30대그룹 252개 계열사(자본시장법상 정기공시 대상)의 고용 추이를 전수 조사한 결과, 10대그룹에서만 6271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기간 10대그룹 중 일자리가 늘어난 곳은 현대차(2398명), LG(1195명), 한진(142명) 등 3곳에 불과했다. 삼성(2963명)을 비롯해 SK(1545명), 롯데(1489명) 등 7개 그룹은 1만6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고용의 질이 악화된 곳들도 속출했다. 삼성카드는 정규직 고용 하나 없이 계약직만 23명 신규 채용했고, 현대증권도 정규직보다 계약직 채용 비중을 늘렸다.  
 
반면 자산 11위부터 30위 그룹(정기공시를 하지 않는 부영 제외)에서는 1771명 고용이 순증, 10대그룹(-6271)과 대조를 보였다. 10대그룹 중 절반이 넘는 곳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것과는 다르게, 이들 그룹에서는 두산과 동부, 미래에셋, 동국제강 등 4곳만 고용인원이 감소했다. 다만 두산과 동부는 그룹 전체 임직원의 5%가 넘는 대규모 인원을 감축, 재정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한파를 증명했다.
 
계열사 별로 보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 발전·중장비, 선박·플랜트,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업종에서 퇴직자가 줄을 이었다. SK이노베이션이 임직원의 23.80%를 줄였으며, 동부건설(18.49%), 두산엔진(16.86%), 한진해운(10.01%), 삼성정밀화학(9.53%), 두산건설(9.09%), 두산인프라코어(8.16%), 삼성엔지니어링(7.34%), 현대미포조선(7.14%), SK건설(6.27%), 두산중공업(5.80%) 등의 감원도 두드러졌다.
 
10대그룹이 고용 한파의 주범으로 드러나면서 정부 정책의 변화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10대그룹 자산은 1510조4850억원으로, 올해 정부 예산(386조원)의 4배에 맞먹는다. 10대그룹에 대한 국가경제의 의존도가 커지면서, 규제완화로 집약되는 재계 요구는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됐다. 경제민주화의 포기였다. 명분은 투자 활성화와 고용 창출이었으나, 실상은 정반대였다.  
 
10대그룹조차 기존 약속을 뒤집고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고용시장은 더 얼어붙었다. 이는 여론 동향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1월4일치 본지 신년 특별여론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200명 대상)에 따르면, 현 직장에서의 '고용안정성' 인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5%가 "불안하다"('매우 불안' 22.1%, '대체로 불안' 33.4%)고 답했다. 반면 "안전하다"('매우 안전' 4.4%, '대체로 안전' 22.0%)는 의견은 26.4%에 그쳤다. '직장이 없거나 자영업자'(14.5%)의 비중을 제외하면 고용불안은 더 커졌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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