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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희재

(초점)유럽 경제 덮친 테러…회복기조에 찬물 끼얹나

브렉시트 등 '겹악재'에 경기 위축 불가피

2016-03-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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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어희재기자] 이달 초 대대적인 추가 부양책을 단행하며 회복 기대감이 불었던 유럽 경제에 벨기에 테러가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해 11월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에 이어 유럽이 다시 테러 위협 가시권에 놓이면서 테러가 유럽 경제의 단발성 악재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파리 테러 위협으로 반난민 정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난민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영향도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유럽의 수도'인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공항과 유럽연합(EU) 본부 인근 지하철역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최소 34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지며 유로존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
 
마켓워치는 테러리스트들이 유럽 경제를 무너지게 할 수는 없지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행 및 관광 산업 타격 불가피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로 항공과 여행·관광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테러 발생 직후 브뤼셀 항공은 190항공편을 취소했으며 그 밖에 KLM, 영국항공, 아메리칸항공은 23~24일 브뤼셀로 향하는 항공편을 취소하기로 했다. 벨기에 당국은 오는 24일까지 브뤼셀 공항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잇는 범유럽 고속철도 역시 중단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발생한 프랑스 파리 테러와 마찬가지로 여행 상품 취소가 잇따르는 등 유럽 관광 산업도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 관광산업은 유럽 경제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관광 수요 감소는 단기적으로 유럽 경제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다만, 피해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 여행관광협회(WTTC)는 테러 공격을 받은 도시의 관광업이 복구하는 데까지 13개월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환경 재해(24개월 소요)와 정치 불안(27개월) 등 타 요인 대비 비교적 적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관광업 보다 테러로 인해 유럽 내 이주의 자유가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 마켓워치는 EU의 가장 인정받는 업적 가운데 하나인 ‘자유 이동 원칙’이 테러로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이는 유럽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싱크탱크인 스트래티지는 유럽 국경통제가 실시되면 유럽 경제는 1100억유로의 손실을 입는다고 분석했다.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공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현장. 사진/로이터
 
반복되는 테러에 EU 공동체에 대한 의구심 커져
 
특히 이번 테러는 지난해 파리 테러 사건 이후 4개월 만에 발생한 것으로 점차 테러 발생 주기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것이 테러의 표적이 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추가 테러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테러로 EU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기관이 시민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우려가 EU 조직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유럽 난민 정책을 포함한 정치적인 영향력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다수의 EU 시민이 이미 EU가 테러 위협에 적절한 대응을 하는 데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하나로 난민 정책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 정책에 대한 반감이 테러로 야기된 것은 과거 사례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 사건의 용의자는 유럽에 이주한 시리아 난민 출신이었으며 새해 전야 독일에서 난민들의 집단 성범죄가 발생했다. 반난민 정서가 심화되면서 올해 들어 유럽 난민 수용 정책은 통제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고 난민 수용 정책을 지휘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급격하게 하락했다.
 
아울러 이번 테러가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앞둔 영국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텔레그라프는 브뤼셀 테러가 영국 유권자들에게 브렉시트 캠페인을 부추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이들은 영국이 EU를 탈퇴함으로써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유럽 경제가 저성장에 이어 국경 통제의 근간인 '솅겐조약'의 존폐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테러리스트들에게 타겟이 되고 있는 유럽 공동체의 허점에 대한 EU 지도자들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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