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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용

(늙고 퇴화한 건설현장)①다단계 하청·위험 외주화…"건설업계, 고용 여건 개선 시급"

일용직 근로자 투입해 인건비 줄이기…대형사고·부실시공 발생 당연

2016-06-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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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최근 연이어 발생한 중대 재해 사고로 산업 안전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현장에서도 사고율을 낮추기 위해 체질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는 낙인이 찍힌 건설업은 갈수록 일 하려는 젊은이들이 줄면서 현장 평균 연령이 50대로 높아질 만큼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또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다단계 하도급이 일상화되다보니 위험한 일은 하청업체 직원이 도맡아 하면서도 그에 맞는 임금을 받지 못하는 부당한 고용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현장 안전에 대한 강조와 함께 법·제도의 개선을 통한 고용환경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심화되는 인력난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편집자주]
 
지난 1일 경기 남양주시 지하철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사고와 지난달 수도권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안타까운 인재로 또 다시 건설업계의 안전불감증, 다단계 하청과 위험의 외주화 등을 퇴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들끓고 있다. 업계에서는 적정임금제나 직접시공제를 도입·확대해 고용환경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사고로 사망한 4명의 인부와 부상한 10명은 모두 하청업체 일용직 근로자들이었다. 때문에 어느정도 전문성이 요구되는 현장에 최소한의 숙련공 조차 없이 일용직 위주의 근로자가 투입되면서 안전관리가 소홀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는 원청업체가 100억원 이하의 공사에 대해 시행령에서 정한 비율로 직접 공사하도록 정해져 있다. 그러나 정작 시행령에서는 50억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만 10~50% 비율로 진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선 현장에서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상당한 양의 공사 비율을 떠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현장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목숨을 잃는 것은 늘 일용직 근로자들이거나 외주업체 직원이다.
 
지하철 공사현장은 포스코건설이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시공사로 선정된 뒤 협력업체에게 맡겨졌고, 협럭업체도 현장 작업자를 일용직 형태로 투입한 식이었다. 구의역 사고가 난 서울메트로의 경우도 30종이 넘는 기술 분야 업무를 외주업체에게 맡기고 있다. 먹이사슬처럼 계약이 겹겹이 얽혀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데다 사업비를 쪼개다 보니 현장 근로자들은 저임금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업계의 오랜 관행이다보니 당장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하위 하청업체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어쩔수 없이 일용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일손이 부족할 때는 경험이 부족한 근로자가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기도 한다.
 
하도급 건설계약을 할 때 원청업체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표준하도급계약서 상에는 하청업체에게만 안전 및 재해관리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하도급 체계에서는 작업 현장에 안전관리 담당 직원을 두는 것이 쉽지 않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곳에 사고 요인이 흩어져 있지만 원청업체는 하청을 주는 행위 하나로 공사 차익을 남기는 것은 물론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직접적인 책임을 면하게 된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근로자 대부분이 하청업체 직원이거나 일용직이기 때문에 원청업체에서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며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물론, 이들 근로자들은 원청 직원 수준의 보상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의 잇단 안전사고로 적정임금제와 직접시공제 등의 도입·확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성재용 기자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적정임금제, 직접시공제 등을 도입,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시중노임단가가 실제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지급돼야 할 돈이 아닌, 발주자가 설계하는 과정에서 예산을 따지는 기준 정도로 취급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수주경쟁에서 후려치기 가장 쉬운 게 노무비인 것"이라며 "원청에서는 하청이 낮게 들어올 것을 알고 값을 깎는데, 그 과정에서 하청은 대개 임금을 후려쳐서 맞추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제 값 받기에 실패하면 부실공사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제 값을 받지 않고 작업을 하다 보니 편법이 동원되고 속도가 강조되니 안전이 뒷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금체불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노동부 발표만 3000억원이 넘었고, 신고 되지 않은 것까지 5000억~6000억원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체불로 잡히지 않는 건설장비 등까지 포함하면 연간 8000억원에서 1조원 정도가 추정된다.
 
또 다른 축으로는 직접시공제가 제시되고 있다. 하청업체를 통하다보니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제도적·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원청과 발주처가 명확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시공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직접 건설을 하는 회사라면 현장 인력의 직접 고용이 필수인 만큼 체불이나 산재 위험이 낮아진다"며 "직접시공을 하게 되면 적정임금은 어느 정도 따라오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불공정하도급, 체불, 부실시공 문제 등 건설현장 부조리의 80%는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노동건강연대 및 민주노총이 발표한 '최악의 살인기업'에 건설사들이 다수 포진해 대표적인 살인업계라는 오명을 썼다. 이 자료는 2005년부터 10년간 노동부 산재보험 통계 및 중대재해 보고 자료 등을 취합한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현대건설(000720) 110명 ▲대우건설(047040) 102명 ▲GS건설(006360) 101명 ▲현대중공업(009540) 74명 ▲삼성물산(000830) 건설부문 69명 ▲대림산업(000210) 62명 ▲롯데건설 61명 ▲포스코건설 59명 등으로 10위 기업 가운데 8곳이 건설사다.
 
다단계 하청과 위험의 외주화가 이어지면서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랑구의 한 소규모 공사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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