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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물고기 이야기)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가짜 고등어 '전갱이'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과 김종빈 박사

2016-08-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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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등푸른 생선하면 대부분 '고등어'를 떠올리거나, 구이와 찌개용 통조림으로 친숙했던 '꽁치'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두 종에 비견해 뒤질게 없는 맛과 영양을 지닌 '전갱이'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전갱이는 오래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즐겨 먹었던 생선이지만 현재는 고등어의 아성에 밀린 듯하다. 지금부터 맛나고 몸에 좋은 등 푸른 생선 전갱이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아보자.
국립수산과학원 김종빈 박사
 
전갱이는 고등어와 비슷하게 생겼다. 등 쪽은 암녹색을 띠고, 배 쪽은 은백색이 돈다. 옆줄 뒷부분에는 방패비늘(모비늘)이라고 하는 황색의 특별한 비늘이 줄지어 있다. 난류성 어류로 우리나라에서는 봄, 여름에 떼를 지어 북쪽으로 이동하다가 가을철 이후 남쪽 바다로 내려오는 회유를 한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에서의 산란기는 4∼7월이며, 2만개에서 많게는 12만개의 알을 산란한다.
 
전갱이는 여러 지역에 따라 많은 방언을 가지고 있다. 남해안 지방에서는 '전광어'라고도 불리며, 전북, 여수, 통영 지역에서는 '매가리', 완도에선 '가라지', 전남 함평에선 '매생이', 제주에서는 '각쟁이'로 다양하게 불린다.
 
전갱이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어온 생선이다. 조선시대 후기 김려가 경남 진해에 유배됐을 때 집필한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 경남 고성의 아낙이 매가리젓 파는 광경이 잘 묘사돼 있다. 정약전 선생이 지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전갱이가 '가벽어', '가고도어'라 하여 가짜 고등어라고 했으며, 맛이 짙어 고등어보다 좋다고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등어를 좋아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고등어보다 전갱이를 더 선호한다. 전갱이의 일본 이름은 '아지'인데, 이것은 '맛'이라는 뜻이다. 즉 맛있는 생선이라는 얘기다. 초밥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에게 최고의 초밥 재료로 등 푸른 생선이자 붉은 살 생선인 다랑어, 방어, 전갱이가 많이 이용된다. 지역에 따라 다랑어보다 전갱이를 초밥과 생선회의 가장 맛있는 재료로 꼽는 곳이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등 푸른 생선'하면 우선 생각나는 영양소가 DHA와 EPA다. DHA는 기억, 학습능력을 높이며, 치매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전갱이의 가식부에는 100g당 748mg의 DHA와 중성지방 및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 효과는 있는 EPA, 비타민 B1이 0.14mg 함유돼 있다. 비타민 B1과 칼슘은 뇌신경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식품이다. 또한 구강염과 악성빈혈에 효과가 있는 비타민 B2와 B12도 풍부한데 이러한 성분들은 흰 살 쪽보다 껍질에 붙어있는 검 붉은색 살코기에 많으므로 전갱이도 여느 등 푸른 생선처럼 껍질 채 먹는 것이 좋다.
 
전갱이는 붉은 살 생선을 대표하기도 한다. 우리 국민의 연간 1인당 생선 소비량은 약 67kg으로 일본인들과 비슷하지만 건강수명은 일본인이 약 7세 정도 높다. 이런 결과는 우리 국민들은 넙치, 우럭, 농어 등의 흰 살 생선을 좋아하지만 일본인들은 전갱이, 다랑어, 방어 등 붉은 살 생선을 많이 먹어 건강하게 장수하는 까닭이다.
 
전갱이는 연중 먹을 수 있는 생선이지만 제철은 여름이다. 대부분의 생선은 산란 직전의 것이 맛있지만 전갱이는 4∼7월의 산란이 끝난 시기부터 맛있다. 전갱이는 7월부터 속살에 기름이 오르기 시작해 9월이 되면 그 맛이 절정에 이른다. 제철(9월)의 전갱이는 알라닌, 글리신, 글루탐산 등의 성분과 지방이 적절히 혼합되면서 특유의 단맛과 감칠맛을 내며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거의 없다. 일본 사람들은 이 무렵의 전갱이를 생선회와 초밥거리로 첫손에 꼽으며 즐겨 먹는다.
 
전갱이 회는 일반적인 회 뜨기보다는 껍질째 회를 떠서 먹는 것이 백미다. 먼저 전갱이 몸의 옆줄에 붙어 있는 딱딱한 방패비늘을 떼어 낸다. 포를 뜬 후 레몬 즙을 살짝 뿌려 비린내를 없애고, 쇠꼬챙이를 끼워 강한 불에 껍질 부분만 익힌 후 어슷하게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제주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각재기국'이라는 전갱이를 재료로 끓인 국은 의외의 담백함과 시원한 맛으로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이렇게 맛과 건강에 탁월한 생선이지만 전갱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입맛을 크게 사로잡지 못해 아직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등어를 주로 잡는 선망어업에서 고등어 어군과 함께 이동하는 전갱이를 부수적으로 어획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바다에는 전갱이를 적극적으로 어획해도 될 만큼의 충분한 자원이 있다. 모든 수산자원이 감소되고 있는 현실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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