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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홍보와 시는 모두 '소통'의 과정"

배재형 시인/민앤지 커뮤니케이션실장

2016-08-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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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IT 서비스 퍼블리싱기업 민앤지(214180)에서 근무하는 18년차 '베테랑 홍보맨' 배재형(43)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시 쓰는 홍보인'으로 유명하다.

2007년 유심을 통해 등단한 배 실장은 2012년 첫 시집 '소통의 계보'를 출간한지 4년만이자 등단 10년만인 지난달 두번째 시집 '그녀의 쓸쓸한 하품'을 냈다.

따로 시간을 내 시를 쓰기보다는 평소 출·퇴근길이나 회식 술자리 등 일상에서의 소재로 틈틈이 작품활동을 펼쳐온 배 실장의 이번 시집은 현대인으로서, 혹은 40대 중년의, 10년째 시인으로서 생각하는 사랑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첫번째 시집이 '홍보인이 쓴 시'라는 콘셉트에 맞춘 '소통'이 키워드였다면, 이번 시집은 두번째인만큼 자유롭게 자신의 느낌대로 정리하고 싶은 내용을 모두 담았다는 게 배 실장의 설명이다. 

독자들과 좀 더 소통하고 더 다가가고 싶은 느낌을 담아 자신의 순수한 느낌을 채운 탓에 오히려 '소통'을 키워드로 냈던 첫번째 시집보다 더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요소가 담긴 기분이라고 전한다.

그는 치열한 직장생활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많은 땀을 흘리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꿈을 향해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런 결과도 없음을 강조했다.
 
배재형 민앤지 커뮤니케이션실장은 18년차 직장인이자 '시 쓰는 홍보인'으로 유명하다. (사진제공=배재형 시인)
 
-지난달 발간된 두번째 시집 '그녀의 쓸쓸한 하품'을 소개한다면.
 
이번 시집은 문단에 등단한 10년만에 나온 두번째 시집이다.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 첫번째 시집 '소통의 계보'는 직장인으로서, 혹은 도시인으로서의 일상성의 틀을 깨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주제였다면, 이번 시집은 현대인으로서, 혹은 40대 중년의, 10년차 시인으로서 생각하는 사랑에 관한 내용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 우리 시대의 사랑, 혹은 사랑의 철학적 의미를 시라는 형식으로 담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소통의 계보'가 소통에 초점을 맞춘 홍보인의 시라면 이번 '그녀의 쓸쓸한 하품'은 문인으로서의 작품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두번째 시집인 만큼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순수한 느낌으로 채웠다
 
사실 첫번재 시집에 담긴 작품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독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조금은 대중들과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요소를 더 했다. 독자들과 좀 더 소통하고 더 다가서고 싶은 느낌을 담았다.
 
-한창 홍보맨으로 근무 중인 2007년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중·고등학교와 대학 때까지 문학회 활동이 시를 쓰게 된 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는데, 자연스럽게 시를 접했고, 직장생활 7~8년차 시절 우연히 예전에 썼던 시들을 문예지에 보냈는데 덜컥 등단하게 됐다.
 
등단 이후에도 문단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홍보인 중 현역 시인으로 활동 중인 많은 선배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당시 근무하던 식품업계에서 같은 홍보일을 하던 시인인 윤성학 농심 홍보팀 부장은 '시 쓰는 홍보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도움이 됐다. 또 이번 시집에 추천사를 써 준 이희주 한국투자증권 커뮤니케이션 본부장과 한광섭 한국PR협회장도 훌륭한 시인으로 많은 조언과 도움을 줬다.
 
-홍보라는 바쁜 업무 속에 시를 쓰는 문학인의 생활을 병행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텐데.
 
솔직히 두가지 일을 병행한다고는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생업에 종사하다보면 시에 할애하는 시간은 매우 적다. 그보다 일상의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나 느낌을 그때그때 기록하거나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많은 툴 중 한 가지인 것 같다.
 
시와 홍보는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라는 면에서는 비슷하다. 홍보와 시는 모두 소통의 과정이어서 자연스러운 통섭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시가 은유와 상징 등이 많은 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미지나 상상력, 창의성, 사람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에 많이 도움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다. 스티브 잡스가 시를 즐겨 읽고, 시에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곤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시를 좋아했다는 사실이 애플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첫번째 시집에 수록된 '터널을 지나다'라는 시와 이번 시집에 담긴 '그녀의 쓸쓸한 하품'이 가장 애착이 간다.
 
'터널을 지나다'라는 시에 '잘린 어둠을 잘근잘근 씹어 소주 한 잔과 함께 우물거리며, 그렇게 간신히, 퇴근길 터널을 빠져나온다'라는 구절이 있다. 직장인들의 모습들을 곱창에 비유한 문장이다. 한창 식품업계에서 홍보 실무자로 일하던 시절에 쓴 작품이다. 퇴근 후 동료들과 곱창집에 모였는데, 불판 위에 올라온 긴 곱창의 모습이 길다란 터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퇴근길에 소주 한잔 후 집에 가는 느낌, 긴 터널에서 나오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 시절 가장 치열했던 직장인의 모습이 투영된 것 같아 애착이 간다. 기업과 홍보라는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녀의 쓸쓸한 하품'이라는 시는 이번 시집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느껴온 우리 시대의 사랑과 가장 닮아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시대의 사랑의 풍경들을 작은 일부분으로 담았다.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담겨있다. 첫번째 시집에 수록된 '복숭아꽃 아내'라는 작품은 온전한 와이프의 이야기다. 이번 시집에도 그를 향한 작품이 곳곳에 담겨있다. 특히 이번 시집 '그녀의 쓸쓸한 하품'의 표지 그림도 내가 직접 그린 와이프의 모습이다.
 
-생업과 꿈 사이에서 고민하는 많은 청춘들을 위해 선배로서 조언한다면.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 운동, 음악, 문학, 사랑… 자신의 꿈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보통 사람들의 2~3배 많은 노력이 담보되긴 하겠지만 보다 많은 땀을 흘렸으면 한다. 꿈을 향해 도전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결과도 없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홍보나 대외 업무를 보다 넓은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단순히 오프라인에서의 PR 업무가 아니라, 온라인도 문학도 CS나 IR도 넓은 의미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으로 보고자 노력했다. 올해 18년째 홍보 업무를 맡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풍성해지고 윤택해졌던 것 같다. 조금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앞으로의 포부나 목표를 소개해달라.
 
앞으로 제가 책임지고 있는 대외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더 견고화시키고 싶다. 회사가 커지고 계열사들이 늘어나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문화적 측면의 안목을 더 키우고 싶다. 요즘은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영향을 받아 이번 시집 표지의 그림도 직접 그렸다.
 
마지막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싶다. 16년 가까이 식품업계에서 홍보일을 이어가다가 IT업계로 자리를 옮긴 것도 보다 넓은 범위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대외업무로 만나는 분들은 물론이고 온라인으로, 책으로 만나는 분들과도 좋은 소통을 이어가고 싶다. 실제로 활발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을 통해 트위터에서만 20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했으며, SNS 관련 강사로도 종종 활동한다. 이 같은 많은 경험, 풍성한 소통이 있는 삶이 좋다. 이런 일상 틈틈이 시를 쓰게 될 것 같다.
 
20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파워 트위터리안이기도 한 배재형 민앤지 커뮤니케이션실장은 '18년차 홍보인'답게 홍보와 커뮤니케이션, SNS 등에 관한 다양한 외부 강의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사진제공=배재형 시인)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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