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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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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미래연구원)청년수당 정책, 중앙정부와 서울시 협력해야

일자리정책 선진국에선 노동시장 정책 실행시 지자체 역할 커

2016-08-1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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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 8월 3일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년활동 지원 사업’(청년수당)을 시행했다. 이날 서울시가 선정한 대상자 3000명 중 2831명에게 첫 달 활동비 50만원을 일괄 계좌 이체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서울시에 이 사업의 시정명령을 통보했고, 4일에는 직권취소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는 오는 19일까지 최대한 중앙정부와 대화를 통한 해법을 모색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대법원에 제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원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의 의견을 들어본다[편집자]
 
중앙정부와의 갈등을 불사하며 서울시가 강행하는 청년수당은 어떤 내용인가? 서울시는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하여 2013년부터 수 십 차례의 토론회 등을 거쳐서 이 사업을 준비해왔다. 최종 결정된 사업 내용은 서울시에 1년 이상 거주한 19~29세 청년 중 가구소득, 미취업기간, 부양가족 등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며, 매월 지급되는 50만원의 수당은 취업 및 창업 관련 활동에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매월 활동결과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해 지원금이 구직활동에 쓰이는지 점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복지부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시행에 시정명령과 직권취소를 통해 제동을 걸고 있는가? 먼저 복지부는 청년수당을 무책임한 포퓰리즘적 행위라고 규정한다. 특히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최초 구상할 때에는 클린카드로 지급하겠다고 하다가, 지난 총선 직전 체크카드 지급으로 변경했고, 최종 시행에서는 현금을 직접 입금했는데, 이는 청년의 어려운 현실을 이용하여 그들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무분별한 현금살포라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절차적으로 위법이라는 것이다. 서울시가 사회보장기본법에 규정된 보건복지부와의 협의·조정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했기 때문에 이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도 청년수당 지급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8~34세 미취업 청년에게 취업 상담과 직무능력 향상 등을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서비스인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서울시 청년수당과 같은 사업이 확산되면 막대한 예산 부담 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청년고용대책이 무력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지금까지 청년실업 대책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정권에 관계없이 수많은 대책이 양산됐다. 그러나 문제는 대책은 많고 효과는 적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년실업 문제는 개선되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왜 그렇게 되었나? 구조적으로는 70%가 넘는 대학진학률에 따른 노동시장의 미스매치가 근본 원인이다. 이는 교육개혁을 통해 개선해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보다 효과적인 청년취업 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청년 일자리 사업 예산의 분야별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직접 일자리 창출에 50% 가까이 투입되고, 직업훈련과 공공고용서비스 분야 비중은 30% 수준이다. 그러나 일자리 선진국은 직접 일자리 창출 예산보다 직업훈련과 공공고용서비스에 훨씬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부 예산에 의한 직접 일자리 창출은 대부분 저임금의 단기 일자리고,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자리 선진국에서는 직업훈련을 통해 직업능력을 키워주고, 능력에 맞는 일자리에 취업하도록 지원해주는 고용서비스에 주력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사업도 이런 취지에서 도입됐다. 서울시의 청년수당도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다만 아직까지 어느 프로그램이든 청년 취업애로층의 규모에 비해 그 규모가 작고 효과는 미미하다.
 
따라서 지금은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서로 다툴 때가 아니다. 일자리 정책 선진국의 공통적인 특징의 하나는 노동시장 정책의 실행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크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경쟁하거나 다투는 것이 아니라 역할분담을 하고 협력함으로써 정책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하여 청년 취업 촉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실질적으로 청년 취업에 도움이 되도록 사업 내용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유럽연합(EU) 이사회의 2013년 권고로 2014년부터 적극 시행하는 청년보장(Youth Guarantee) 프로그램은 청년 고용 촉진을 위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EU 청년보장 프로그램은 이해당사자(노사, 청년단체, 공공 및 민간 고용서비스 기관 등) 간 강력한 파트너십 구축, 조기 개입(개입 시점을 졸업 및 실직 후 4개월 이내로 규정) 및 활성화(Activation), 노동시장으로의 통합 지원책(직업능력 향상, 채용장려금, 임금보조금, 노동이동 및 창업 지원) 등을 특징으로 하는데, EU 이사회는 청년보장 프로그램에 2014~2020년간 총 600억 유로(약 75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청년 실업이 더 악화되면 중앙정부도, 지자체도 그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서로 책임공방을 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고, 너무 절박한 때이다. 그러므로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청년수당이라는 작은 문제로 대립할 것이 아니라,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는데 협력해야 할 것이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 내 서울시 게시판에 청년수당 관련 광고가 게재돼 있다. 사진/뉴스1
 
국가미래연구원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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