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7일 신격호(94) 총괄회장에 대해 소환을 통보했지만 신 총괄회장 측은 건강상의 이유로 방문 조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는 "지난 주말 신 총괄회장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이날 오전 10시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을 상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6000억원대 조세포탈과 780억원대 배임 혐의에 관해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날 신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님께 검찰의 출석요구사항을 보고 드린 바, 본인이 고령과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출석이 어려우니 방문조사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현재 총괄회장 주치의와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은 2006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신영자(74·구속기소)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사실혼 관계의 서미경(56)씨와 서씨의 딸 신유미(33) 롯데호텔 고문 모녀에게 편법으로 증여하면서 6000억원 가량을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롯데시네마 관련해 서미경 씨가 운영하는 롯데시네마 내 매점 등에 일감을 몰아줘 계열사에 78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온다는 통보는 아직 못 받았다. 변호사와 접촉했는데 신 총괄회장의 인지 상태가 올해 초와 변함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출석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신 총괄회장은 지난 1월에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로부터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과 관련해 방문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달 31일엔 법원으로부터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후 검찰은 인지 상태 등 건강을 고려해 여러 조사 방법을 고려했다.
신 총괄회장의 한정후견 개시 결정시 검찰 관계자는 "한정후견은 재산 결정에서 '혼자 결정하지 말라'는 민사 결정이다. 형사 책임지는 것과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서 씨 입국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현재 한 달 넘게 고민만 하고 있는데 저희로서도 강제 송환 조치 등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소진세(66) 정책본부 대회협력단장(사장)을 소환해 롯데그룹의 전반적인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 1일엔 신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소환해 횡령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며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롯데건설이 지난 2002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총 5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 중 일부가 정책본부로 흘러들어 갔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매년 계열사로부터 급여와 배당금 명목으로 100억~200억원을 수령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자금에 대한 조사도 벌이고 있다.
검찰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 7일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사진은 지난 7월18일 입원 40일만에 서울아산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는 신 총괄회장.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